“초음파 뇌수술 분야 개척… 더 나은 치료법 위해 연구 이어와”

홍은심 기자 2024. 5.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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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안암병원에 새 둥지 튼 초음파 뇌수술 권위자 장진우 교수
파킨슨병-우울증 등 정신질환… 초음파 뇌수술 세계 최초 시도
개두술보다 부작용 발생 적어
도파민 세포 치료제 주입하는 파킨슨병 치료 연구도 진행 중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장진우 교수. 장 교수는 진료 활동과 더불어 기관에 이바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초음파 뇌수술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진 장진우 교수가 지난 3월부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장 교수는 파킨슨병, 수전증 등 운동장애 질환과 강박장애 등 정신질환에 초음파 뇌수술을 세계 최초로 시도한 인물이다. 또한 뇌 심부 자극술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다. 현재까지 7000건 이상의 뇌수술을 집도한 바 있는 정위기능 신경외과학 분야의 세계적 명의다.

장 교수가 세브란스병원을 떠나 고려대 안암병원에 새 둥지를 틀고 본격적으로 진료 활동을 시작했다. 애초 정년퇴직 후에도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 교수의 최종 선택은 안암병원이었다.

초음파 뇌수술의 권위자

장 교수는 뇌신경 기능 이상을 치료하는 미세혈관 감압 수술을 3000건 이상 집도했다. 미세혈관 감압술은 안면 경련 등 뇌혈관 압박에 의한 뇌신경 이상을 수술하는 치료법이다. 귀 뒤쪽을 조금 절개한 후 뇌간의 안면신경 또는 삼차신경에 달라붙은 혈관을 분리한다. 이후 의료용 스펀지를 끼워 증상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장 교수는 “미세혈관 감압술은 발달한 영상 기술과 장비, 전문 수술팀이 있다면 높은 성공률과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치료법”이라며 “보톡스 등의 신경 차단술과 달리 떨림 증상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진전증은 신체의 떨림을 말한다. 머리 떨림이나 수전증으로 나타난다. 흔한 질병으로 65세 이상에서는 약 10%가 진전증을 앓고 있으며 20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가벼운 떨림 증상으로 시작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말하기나 먹기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진전증은 약물치료로 개선될 수 있지만 약물로 치료가 되지 않거나 손을 이용해 정밀 작업을 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 글쓰기나 식사 등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있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초음파 뇌수술로 진전증을 치료할 수 있다. 초음파 뇌수술은 초음파 에너지를 이용해 뇌의 깊은 곳에 있는 신경회로의 이상 부위를 정확하게 소멸시키는 방법이다. 장 교수는 “머리뼈를 열어 수술하는 방법에 비해 환자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고 후유증과 부작용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파킨슨, 중독 치료 등 연구에도 박차

장 교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연구다. 장 교수의 연구는 2010년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WSSFN)의 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초음파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회사 인사이텍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초음파 뇌수술의 실용화를 연구했다. 연구 과정에서 동양인 머리뼈의 특성을 밝혀내며 이를 바탕으로 수전증 초음파 뇌수술 지침을 개발했다. 이는 현재까지 세계 표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장 교수는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을 파킨슨병 등 운동장애 질환과 강박장애,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세계 최초로 집도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미국 치료 초음파 재단(FUS Foundation)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초음파 뇌수술을 뇌암과 치매, 중독 치료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초음파를 통해 뇌혈관 장벽을 열어 치매 치료에 효과적인 약물을 넣는 치료법, 한국인에게 효과적인 필로폰 중독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파킨슨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도파민 세포 치료제를 전기 수술 장치를 통해 뇌에 주입해 도파민 세포를 활성화하는 기법이다. 장 교수가 책임연구자(PI)를 맡아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가 향후 성공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될 수만 있다면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고생하는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장 교수는 “도파민 세포 치료제를 뇌에 주입해 이를 활성화하는 개념으로 현재 임상 2상까지 진행했다”라며 “올해 말까지 계속 추적 관찰해 경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희망적으로 결과에 따라 내년 3상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책임연구자이기 때문에 이전에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안암병원에서 주도적으로 해당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아시아태평양 뇌 치료 초음파학회를 창설해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고 대한치료초음파뇌수술학회의 초대 회장을 맡는 등 다양한 국내외 활동을 이어오며 최상의 치료법을 위한 연구와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장 교수는 “진료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진료 시스템적으로 기반을 꾸려 나갈 것이 많다”라며 “전문 인력 영입도 예고돼 있다. 현재 의료계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이 사태가 해결된 후 하반기에는 전문 진료팀 구성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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