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신 한약사 “영주 도라지에 반해 창업”
‘넥스트로컬’ 5년간 883명 지원
관광 상품-문화 교육 등 다양
19일까지 50팀 100명 모집
지난달 23일 오후 경북 영주시의 한 도라지밭. 쏟아지는 햇볕 아래로 설아래 대표 지종환 씨(31)와 김태준 씨(35)는 한창 도라지를 캐고 있었다. 막 캐낸 도라지를 보여주며 지 씨는 “영주 도라지가 품질이 제일 좋다”며 “이렇게 갓 캔 도라지로 정과와 목캔디를 만들어 판매한다”고 미소지었다.
서울 출신의 한약사 지 씨와 영주 토박이인 김 씨는 지난해 7월 처음 만났다. 도라지밭과 도라지를 가공하는 공장을 운영하던 김 씨에게 지 씨가 “같이 도라지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어보자”며 찾아온 것. 김 씨는 도라지를 수확하는 법은 알았지만, 제품을 가공해 마케팅하는 방법은 몰랐다. 반면 한약사인 지 씨는 기관지에 좋은 도라지를 활용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협업해 만든 도라지 정과와 목캔디는 현재 서울 주요 백화점에서 판매 중이다. 지 씨는 올 3월 서울에서 영주로 아예 주소지까지 옮겼다. 영주시의 지원으로 영주에 공방도 마련했다. 지 씨는 “영주에서 본격적으로 더 다양한 제품 개발을 할 예정”이라며 “설아래 제품으로 영주 도라지를 더욱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 서울 청년과 지방 잇는 서울시 ‘넥스트로컬’
같은 날 찾은 경북 의성군에선 3만 판의 모가 가득 찬 온실에서 ‘상상 구루메’ 팀이 모에 물을 주고 있었다. 이성열 대표(41)는 원래 한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식당 운영이 어려워지자 지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의성 특산품인 마늘의 껍질에서 나온 액으로 비료를 만들어 봄에는 모를 키우고, 여름엔 쌈채소를 키우는 것. 이렇게 수확한 쌀과 쌈채소는 서울의 가맹점 세 곳에 공급한다. 이 대표는 “마늘 껍질 비료를 사용한 쌈채소는 표면의 진딧물이 확연히 줄었다”며 “식당 손님들도 의성에서 난 쌀과 쌈채소라고 하니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2019년 처음 넥스트로컬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총 466팀 883명의 지역 조사를 지원했고, 우수 팀으로 선정된 195팀에 사업비를 지원했다. 이 중에서 85%의 팀이 현재까지 사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청년들의 아이디어도 관광 상품 개발, 문화 교육, 공간 창업 등 다양하다.
넥스트로컬 1기인 강원 영월군의 주렁주렁스튜디오 주수현 대표는 지역에서 내려오는 구전 설화를 증강현실(AR)과 결합한 AR 도서를 만들어 출간하고 있다. 스튜디오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의 카메라로 책을 비추면 설화에 나오는 수호신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며 설화를 읽어주는 듯한 방식이다. 영월을 시작으로 경북 안동, 제주, 전남 여수 등의 설화를 주제로 출간했다. 주 대표는 매주 지역별로 설화가 생긴 곳을 찾아다니고 사진으로 빼곡히 기록한다. 그는 “영월 편을 만들 때 ‘용 발자국’이 있는 곳을 주민에게 물어봤다가 그분이 자신이 어릴 때 놀던 곳이라며 동창들을 40년 만에 끌어모아 찾아준 적이 있다”며 “설화엔 민중의 기억이 살아 숨쉬고 있는 만큼 꾸준히 이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 19일까지 청년 100명 모집
서울시는 올해 ‘넥스트로컬’에 함께할 서울 청년 약 50팀 100명을 19일까지 모집한다. 넥스트로컬 6기에 선발된 팀에는 창업 아이템 발굴을 위한 지역자원 조사, 창업교육 및 전담 코칭, 사업 모델 시범 운영 등이 제공된다. 사업 모델이 검증된 팀에는 내년 1월까지 최대 5000만 원의 최종 사업비를 추가로 지원한다. 올해 시와 협력해 서울 청년들의 창업 활동을 지원할 지역은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총 19개 지역이다. 신청일을 기준으로 서울시에 주소를 둔 만 19∼39세 청년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넥스트로컬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주·의성=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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