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숲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주철희 한국해양콘텐츠앤 크루즈 회장 2024. 5.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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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희 한국해양콘텐츠앤 크루즈 회장

내 나이가 60하고도 조금 더 지났다.

공자의 논어에 따르면 60세는 이순(耳順)이라 하여 정확히 만 59세를 일컬으며, 환갑 바로 전년도에 해당하는 생일이다. 이순은 ‘귀가 순해져 어떤 말이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뜻으로 먼저 듣고 말을 나중에 하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고 어떤 말도 헤아릴 수 있는 관용의 경지다. 다른 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 그리고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서 귀를 열어야만 한다.

이순에 다다른 내 귀에 지금도 거슬리는 말이 있다는 것은 여전히 수양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아직 귀가 순해지지 않아 물음이 많고 불만이 있는 부족한 상태이나 살아온 경험이 있어 밖으로 티를 내지는 않는다. 그 번민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생각하지만 답을 알지 못하고, 만약 알아도 머리로만 아는 수준이다.

이 글의 제목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1885년 저술된 톨스토이의 단편소설로 기독교 신앙이 돋보이는 종교문학이다. 하느님이 천사 미카엘에게 세 가지 진리를 깨달을 때까지 인간 세계에 내려가 살 것을 명한다. 미카엘은 벌거벗은 채로 구두장이 시몬 앞에 나타나고 시몬은 그를 집으로 데려가 돌본다. 미카엘은 시몬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다음의 세 질문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첫째,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둘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셋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시몬 가족을 통해 인간 세계의 면면을 경험한 미카엘은 마침내 답을 깨닫고 하늘로 돌아간다. 미카엘이 찾은 세 가지 진리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 사람에게는 자신이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학적 사고가 돋보이는 이 소설은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사랑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나는 아직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모르니 하물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알 수 없다. 머리로는 ‘사람은 사랑으로 사는구나’ 생각하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한다. 사람이 사랑으로 산다는 것은 삶을 성찰하고 타인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깊게 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한 지인은 오랫동안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타인을 배려하며 가족과 주위 사람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자신이 미처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시도한다. 새로운 운동을 배우고 익히면서 건강을 유지한다. 매일 독서를 하며 하루의 일과와 느낀 점을 일기에 담고 기도한다. 이런 사람이 사랑으로 사는 것 같다. 나 역시 이를 본떠서 맨발 걷기를 실천하고 매일 몇 줄이라도 책을 접하고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쓰면서 내가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는지,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쓰는지 성찰해 감정과 행동을 관리할 수 있다. 하루를 돌이켜보고 다음 날의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쌓이면 습관이 돼 좋은 행동이 유지될 것이다.

매일 하는 것은 꾸준함이다. 꾸준함은 노력과 인내로 어려움을 극복하게 한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연못을 이루듯 성과를 얻게 하고, 목표를 성취하게 한다. 매일 걷는 걸 방해하고 일기 쓰는 걸 놓치게 하는 게으름을 경계하게 해 자기 통제력을 강화시킨다. 이 꾸준함이 지속된다면 나는 내가 무엇으로 사는지를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60세 이후 해야 할 일들을 분류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는 노욕은 버리고, 지역과 청소년을 위해서 어른다운 일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면서도 자신을 아끼고 자기만의 삶을 즐길 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답게 살 때 삶이 풍요롭고 온전해지며, 가슴 가득히 사랑이 채워지고 주위 사람들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오늘도 조금이라도 걷고, 몇 줄이라도 책을 읽고, 하루를 반추하며 내일의 일들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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