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멸종위기’ 금개구리의 반전

허행윤 기자 2024. 5.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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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아들 청개구리는 엄마 청개구리 충고에 어깃장만 놨다. 엄마 청개구리는 임종을 앞두고 아들 청개구리에게 “개울가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들 개구리는 돌아가시기 전의 말씀은 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들 개구리는 이후 비만 내리면 엄마 개구리 산소가 떠내려갈까 걱정하면서 울었다.

“밤새 비단조개 수만개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에 나오는 표현이다. 6·25전쟁 후 서울의 한 제약회사에서 근무했던 주인공이 귀향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빛났다. 그의 고향에서 개구리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벗이었다.

우리만큼 개구리 관련 에피소드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 금개구리가 있다. 몸 색깔이 환한 녹색이다. 등 양쪽에 2개의 굵고 뚜렷한 금색 줄이 있다. 가을에 진한 갈색으로 변한다. 겨울잠을 자고 나면 다시 녹색이 된다. 5월 중순부터 7월 초순에 걸쳐 짝짓기를 한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이다.

금개구리가 평택 배다리공원 실개천에서 수년째 안정적으로 서식(본보 3일자 8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택자연연구소 등의 분석 결과다. 이곳엔 지난 2014년 평택 소사벌지구 택지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금개구리 성체와 올챙이 등 440여마리가 옮겨졌다. 앞서 지난 2022년부터 서식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올해는 50m 남짓한 공간에서 20~30마리가 발견됐다.

서식지가 새로 형성된 만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미군기지 평택 이전 과정에서 발견된 금개구리 1천500여마리를 옮긴 대체서식지인 현덕면 덕목제의 경우 관리 소홀 등으로 2016년부터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아서다. 농수로가 아닌 인공적인 공간에 적응했다는 점이 학술적으로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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