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구 4만 연천군, 구석기 문화로 세계를 맞다

경기일보 2024. 5.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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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구석기 축제에 참가한 외국인이 구석기인의 생활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경기일보DB

 

작은 돌조각 하나에서 시작된 역사다. 주먹도끼가 발견된 것이 1978년이다. 주한 미군 병사 그레그 보언이 찾아냈다. 발견된 장소가 연천군 한탄강변이다. 이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세계 구석기 역사를 바꿨다. 모비우스 하버드대 교수의 이론을 뒤집었다. 서양은 주먹도끼, 동양은 찍개라는 구분이었다. 서양인의 인종적 우월성을 깔고 있는 이론이었다.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연천에서 발견됨으로써 동양 구석기 문화 수준이 높아졌다.

46년 흐른 지금, 연천군은 세계의 중심이 됐다. 세계 최고의 구석기 축제를 만들어냈다. 축제는 3일부터 나흘간 연천 전곡리 일대에서 열렸다. 주제는 ‘아슐리안으로부터의 주먹도끼 초대장’이다. 20만㎡의 거대한 유적지가 무대다. 세계 구석기 체험 마당, 구석기 바비큐, 선사 체험 마을, 전곡리안 의상실, 실전 활쏘기 시연·체험 등이 펼쳐졌다. 30만년 전 구석기로 돌아가는 시간여행이다. 어떤 축제에서도 볼 수 없는 현장이다.

30만년 전 한탄강 지역에 살았던 것은 호모 에렉투스다. 주먹도끼뿐 아니라 최초로 불을 사용했다. 이후 호모 사피엔스에게 멸종됐다. 바로 이 호모 에렉투스의 삶을 체험하는 연천 구석기 축제다. 축제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 할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한 인원만 7만여명에 달했다. 참가자 구성부터 타 축제와 다르다. 학생 등 가족단위 참여가 유독 많다. 남녀노소가 모두 같은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축제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이 있다. 세계인이 인정하는 구석기 축제로의 성장이다. “이 정도의 규모와 지역주민의 참여,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 구석기 유산을 주제로 축제를 즐기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스페인관에서 체험을 시연한 세르다씨의 관전평이다. 그는 박물학자이자 문화유산 관리자다. 스페인 아타푸에르카 선사 유적 전문가이기도 하다. 연천 구석기 축제에만 열 번째 참여다. 세계적 권위자인 그가 내린 축제 평가다.

지방 문화·축제는 지방자치의 꽃이다. 지자체마다 문화를 만들고 축제를 연다. 여기서 심각한 부작용도 생겼다. 근본 없는 축제, 검증 없는 축제가 남발되고 있다. 같은 주제로 중복되는 축제가 충돌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연천 구석기 축제는 다르다. 돌도끼 하나를 세계적 문화 축제로 승화시켰다. 의미 있는 구석기 축제, 경쟁 없는 독보적 축제를 만들어냈다. 인구 4만의 연천을 세계에 알리는 쾌거다.

먹거리 만들고, 자긍심 높이고, 지명도 올리는 게 문화라면 그런 문화의 답을 연천군 행정이 보여준 셈이다. 김덕현 연천군수는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고 했다. 충분히 훌륭했다. 또 ‘내년에도 더욱 다채롭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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