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의어느날] 시간을 주워 담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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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워낙 덤벙대는 성격이라 실수가 잦았다.
탄성을 지닌 빳빳한 판들이 거실 여기저기로 흩어져 시간을 그러모으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시간을 만지는 일.
시간의 물성을 그런 식으로 상상하고 감각하던 날들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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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물성을 그런 식으로 상상하고 감각하던 날들도 있었는데. 지금의 내가 시간을 대하는 방식은 대부분 간과다. 벌써 5월이네, 벌써 마흔살이 되었네, 벌써 여름이라니 올해가 절반은 지나가 버렸네. 나는 보통 그런 식으로 시간을 뭉텅뭉텅 잘라 말한다. 무언가 야단스러운 것이 내 삶을 커다랗게 한 입씩 먹어치우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어쩐지 억울한 얼굴을 한 채 지나 버린 시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것은 때로 적당한 핑계로 작동하기도 한다. 이제 와서 뭘 배워, 벌써 마흔살인데. 벌써 5월이 됐으니 올해 세운 계획은 실패네, 내가 늘 이렇지 뭐, 하고 말이다.
마지막 숫자판은 싱크대 아래쪽까지 날아가 있었다. 나는 주워 담은 시간들을 시계에 하나씩 끼워 넣었다. 촘촘하게 뚫린 작은 구멍에 숫자판을 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는 51분, 52분, 53분 중얼대며 시간을 빠짐없이 채워 넣었다. 그리고 다시금 01분으로 돌아갔을 때 나는 손바닥을 꽉 쥐었다. 숫자판이 아닌 새로운 1분이 이 안에서 지금 막 시작되고 있었다.
안보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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