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89] 포항 고래전골
고래수육은 맛을 보았지만 전골은 처음이다. 그때도 조심스러웠다. 불법으로 잡은 게 아니라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라는 것은 알았지만 갈등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팔팔 끓는 전골 국물을 한 수저 맛보고 갈등은 사라졌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다. 울릉도로 가는 긴 뱃길을 앞두고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었다. 포항 죽도어시장에서다.
“고래는 불법으로 잡을 수 없어요. 잡혀가요. 그물에 걸려 죽은 것만 팔 수 있어요.” 주저하는 나를 두고 주인이 하는 말이다. 수육을 먹다가 옆에 주민 두 명이 전골을 추가해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했다. 전골 양이 많을 거라 했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술도 한 병 더 시켰다. 밤새 배를 탈 생각을 하니 수육만으로는 아쉬웠다. 게다가 출발하는 시간도 자정 무렵이다. 저녁을 먹고도 많이 기다려야 한다. 그사이에 수육 대자와 전골을 시킨 단체 손님이 들어오고, 소자와 전골을 시킨 연인이 옆에 앉았다. 그리고 포장주문을 한 손님이 몇 명 다녀갔다. 생각보다 찾는 사람이 많고 전골 주문도 꽤 있다.
고래는 동해 포항이나 울산뿐만 아니라 흑산도, 어청도 등 서해에서도 포획했다. 일제강점기에는 고래를 먹으려고 이방인이 조선 바다에 들어오기도 했다. 그렇게 조선 바다는 밖에 알려졌다. 울산 반구대에서 보듯이 우리 민족도 일찍부터 고래잡이에 나섰다. 흑산도에서 만난 주민은 장생포 선적의 고래잡이 어선을 탔지만 중요한 것은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 중요한 일은 ‘불질’이었다. 포경선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 포수를 말한다. 오죽하면 “장생포 포수, 울산군수하고 안 바꾼다”고 했을까. 고래잡이는 맡은 일에 따라 나누는 몫이 다르다. 포수는 선원들 중에서 가장 많은 배당을 받는다.
“전골을 끓이는데 육수를 만드나요.”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고래는 품고 있는 기름이 풍부해 육수를 만들 필요가 없다. “고래고기만 넣어요.” 간단한 답이 전골 소리에 묻혔다. 고기는 쇠고기 같고, 국물은 진하고 고소하다. 느끼하지 않아서 만족스럽다. 전골을 시키지 않았다면 후회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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