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 핀 백두대간 곳곳 산양 사체

김정호 2024. 5. 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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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고 온 산에 붉게 핀 철쭉이 완연한 봄을 알리고 있지만 백두대간 곳곳은 여전히 지난 겨울의 끔찍한 죽음의 시간에 멈춰져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해 설치한 철망 울타리 옆, 겨울 내내 눈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던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산양의 사체가 눈이 녹으면서 곳곳에서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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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산양 무덤된 ASF 울타리 현장을 가다
ASF 방역울타리 64% 강원 설치
국내 서식 산양 절반가량 떼죽음
▲ 인제군 미시령 옛길 ASF 차단 울타리 옆에서 산양 사체가 목격됐다. 이 일대는 산양으로 추정되는 동물의 사체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사진제공=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모임

겨울이 지나고 온 산에 붉게 핀 철쭉이 완연한 봄을 알리고 있지만 백두대간 곳곳은 여전히 지난 겨울의 끔찍한 죽음의 시간에 멈춰져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해 설치한 철망 울타리 옆, 겨울 내내 눈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던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산양의 사체가 눈이 녹으면서 곳곳에서 목격됐다.

지난 4일 인제군 북면 용대리와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를 잇는 미시령 옛길. 그 길에 ASF 감염 야생멧돼지 남하를 막기 위해 설치된 방역울타리가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져 있다.

울타리는 성인 가슴 높이다. 동물에게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산성 같은 장벽인 셈이다.

이날 미시령 옛길 도로는 낙석정비를 위해 통제돼 있었다. 통제되지 않은 일부 구간을 둘러봤다

충격적이게도 산양 사체를 너무 쉽게 발견했다.

도로 초입에서부터 울타리를 따라 조금 올라가자 파리와 개미 등 곤충이 잔뜩 모여 있는 산양의 사체를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많은 부분이 훼손됐지만 발굽과 다리뼈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 인제군 미시령 옛길 ASF 차단 울타리 옆에서 산양 사체가 목격됐다. 이 일대는 산양으로 추정되는 동물의 사체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김정호

울타리 곳곳이 훼손된 곳도 쉽게 볼수 있었다. 철망 일부가 들리거나 끊어져 있었다. 특히 사람 통행을 위해 설치해 놓은 울타리 출입구는 그대로 열려 있었다. 결국 ASF 매개체인 맷돼지는 못 막고 눈 속에서 길 잃고 굶주린 산양만 떼죽음 시켰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현장이었다.

지난해 겨울부터 전국에서 죽은 채 발견된 산양은 750여마리다.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추정하는 전국의 산양 개체 수는 1000~2000마리다. 중간값을 기준으로 하면 국내에 서식하는 산양 가운데 절반가량이 지난겨울 사라진 셈이다. 산양 사체는 양구군 230마리, 화천군 220마리, 설악산국립공원 120마리 등 대부분 강원도 지역에서 발견됐다.

폭설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ASF 차단 울타리가 산양들의 이동동선을 차단하고 탈진하게 만들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방역울타리는 ASF가 처음 발병한 2019년부터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지역을 시작으로 4단계에 걸쳐 설치됐다. 총길이 1831㎞의 방역울타리 중 약 64%인 1179㎞가 강원지역에 설치됐다.

지난해 겨울 많은 산양이 목숨을 잃은 미시령 옛 구간. 울타리 출입구 옆에 ‘산양 출현 지역’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산양 출현지역은 사체를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됐다.

김정호 kimjh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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