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투자사, 105억 못 받아”…극장 출혈경쟁에 객단가 ‘뚝’

송은아 2024. 5. 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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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값 분배 두고 영화계 파열음
영화제작가협회 등 5개 단체 모여 성토
“극장, 할인 탓 손해본 것 투자사에 전가”
멀티플렉스 측 “객단가 하락 공감하나
정산 금액 극장·투자배급사 반씩 나눠”
정부가 만든 정책 협의회도 중재 손놔

대형 극장의 할인마케팅과 관람료 배분을 둘러싼 영화계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영화단체가 연 토론회에서는 멀티플렉스들의 출혈경쟁과 불공평한 분배로 ‘파묘’가 약 105억원을 나눠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극장업계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객단가’ 문제 등 영화계 현안 해결을 위해 지난해부터 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해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인 지난 2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5개 영화단체는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한국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주제 발표를 통해 “영화 ‘파묘’의 경우 투자배급사로 오는 돈은 티켓 한 장당 4719원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3797원밖에 안 들어왔다”고 추정하며 “이로 인해 ‘파묘’는 105억원을 손해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 '파묘'의 한 장면.
이 대표는 원인으로 객단가 하락을 들었다. 멀티플렉스 3사가 출혈경쟁으로 할인을 남발하면서 객단가 자체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객단가는 관객 한 명당 평균 관람요금이다. 매출을 관객 수로 나눠 구한다. 이 객단가에서 부가가치세(10%)와 입장권부과금(3%)을 제외한 금액을 극장과 투자·배급사가 반씩 나눠 갖는다.

현재 일반 관람요금은 1만5000원이지만, 객단가는 1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 대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객단가는 2021년 9657원에서 2022년 1만285원, 지난해 1만80원으로 상승했으나 올해는 9768원으로 내려왔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6월 9992원으로 1만원선이 깨진 데 이어 11월에는 9579원까지 하락했다.

관람료 상승으로 극장에 대한 관객의 심리적 문턱은 높아진 반면, 영화계가 손에 쥐는 돈은 오히려 적어진 셈이다.

이 대표는 1100만 관객을 모은 ‘파묘’를 예로 들어 객단가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할인 등을 감안해 평균 티켓 가격을 1만2000원으로 가정할 경우 입장권부과금과 세금을 빼면 1만485원이 된다. 이 중 배급수수료를 내면 투자사는 최종 4719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대표가 추산한 결과 ‘파묘’의 객단가는 9655원으로, 최종적으로 투자사로 온 돈은 3797원이었다. 4719원과 약 900원 차이 났다. 이를 관객수에 대입하면 객단가가 정상적일 경우 ‘파묘’ 투자사가 105억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고 이 대표는 주장했다.
그는 극장이 할인과 초대권으로 본 손해를 투자·배급사에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익 배분 비율도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양측이 수익을 반씩 나눠야 하나 실제로는 극장이 6.3을 가져간다고 추정했다. 영화관이 카드·통신사로부터 마일리지·포인트 결제분을 돌려받은 후 이를 투자·배급사에 제대로 나누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영화는 개봉작과 관객이 줄어든 반면 순제작비는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 타개하려면 객단가부터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진 조국혁신당 문화예술특보는 토론회에서 “객단가 문제는 충분히 공감하는 사안으로 22대 국회에서 합의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극장업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 대형 극장 관계자는 “카드·통신사로부터 극장이 정산받는 금액은 모두 절반씩 나눈다”며 “실제 카드·통신사로부터 얼마를 돌려받는지는 비밀 유지 조항상 공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보면 관객이 내는 요금이 100%라면 47%가 투자배급사, 40%가 극장사로 분배된다”고 설명했다.

멀티플렉스 3사의 출혈경쟁이 과도하다는 데는 동의했다. 이 관계자는 “위기 극복과 생존을 위해 극장이 자체 할인을 하다 보니 지난해부터 객단가가 1만원 이하로 내려갔다”며 “과도한 할인 관행을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5개 영화단체가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한국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있다. 영화5단체 제공
정부는 객단가 문제와 홀드백(극장 개봉작의 일정 기간 기타 매체 상영 금지) 등 영화계 현안을 풀기 위해 지난해 9월 ‘한국영화위기극복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하고 머리를 맞댔다. 현재 협의회는 답보 상태다. 영진위 공정환경조성센터 관계자는 “업계관계자의 의견 차이가 크고 이해관계가 다르고 조율이 어려워 정책협의회를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박기용 전 영진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객단가는 제작·배급 쪽에서 (수익 배분을 더 해 줘야 한다고) 계속 문제 제기를 하는데, 극장은 말이 되느냐고 한다. 위기 극복을 하려면 결국은 상생하는 방안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전주=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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