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중학생들이 잔혹 살해 ‘발칵’…방치된 아이들 ‘유수 아동’
[앵커]
중국에서는 최근 중학생들이 동급생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사건으로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형사처벌 가능 연령을 12살로 낮췄는데도 비슷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베이징 연결합니다.
김효신 특파원! 먼저, 중학생들의 동급생 살해 사건, 경위부터 알아보죠.
[기자]
네, 중국 북부 허베이성의 한단시에서 지난 3월에 발생한 일입니다.
중학교 1학년 왕 모 군이 버려진 농가의 땅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데요.
기숙 중학교를 다니던 왕 군의 소식이 두절되자 아버지가 실종신고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주말을 맞아 집에 왔던 왕 군은 오후 1시쯤 동급생들을 만난다며 집을 나섰다고 하는데요.
CCTV에 찍힌 왕 군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 학교 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피해자 아버지 : "마을에 가서 (아들) 친구에게 물어보니 만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마을(친구)에 가서 물어보니 역시 만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왕 군이 숨지기 직전 이 친구들 가운데 한 명에게 돈을 입금한 내역이 나왔습니다.
그제서야 친구들은 왕 군을 비닐하우스로 데려와 폭행했고, 왕 군이 사망하자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묻었다고 자백했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또 추적을 피하기 위해 왕 군의 휴대전화를 늪에 버렸고 왕 군의 얼굴을 심하게 훼손하는 잔혹성도 보였습니다.
[앵커]
이런 미성년자 강력 범죄를 막기 위해 관련 법도 개정됐다고 하는데, 효과가 없었을까요?
[기자]
중국은 지난 2019년 형법을 개정하면서 형사 책임 연령을 기존 14살에서 12살로 낮췄습니다.
2019년 다롄에서 13살 소년이 한 소녀를 잔혹하게 살해했는데 나이 때문에 형사처벌을 면하자 비난 여론이 일었고 이후 법이 개정된 겁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처에도 학교폭력은 더 심각해지는 양상입니다.
실제로 중국 미성년자의 50% 이상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중학생 : "(학교 폭력은) 만만한 아이들만 당해요. 일부 선생님들은 이런 상황을 외면합니다. 애들끼리 장난한다고 생각하고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사망한 왕 군의 경우에도 SNS에 괴로운 심정을 글로 남겼지만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앵커]
중국에선 아이들만 농촌에 남겨지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들이 방치되거나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실태는 어떻습니까?
[기자]
중국은 거주지 등록 제도인 '호구' 제도가 있어서 도시에서 일하다가 아이를 낳으면 그 자녀는 다시 '호구'가 등록된 고향으로 돌아가 학교에 다녀야 합니다.
이 때문에 아이들만 농촌에 남아 혼자 생활하거나 조부모와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유수 아동'이라고 부르는데 약 6천7백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사실상 이 아이들이 방치되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왕쉬에쥔/국제안전교육 전문가 : "3명의 아이들(왕 군 사건 가해자들)은 유수 아동이었습니다. 폭력적인 사건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고, 판단력과 분별력이 떨어져서 행동과 감정을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유수 아동'이 성인이 될 경우 교정시설 수감 확률이 일반인보다 1.8 ~ 2.5%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나서 '유수 아동'을 건강하게 키워낼 복지 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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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 기자 (shiny33@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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