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함 사업 갈등 …한화오션 vs 현대중공업 ‘치킨게임’ [한양경제]

이창원 기자 2024. 5. 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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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중 직원들, 명예훼손 혐의로 한화오션 고소
3월 기자설명회 수사기록 공개 등 문제 삼아 반격
한화오션 측 “안타까운 도덕관념 사례” 비판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지난 3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한화오션 측 관계자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 고발장 제출에 대한 입장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 사건과 관련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양측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수사 자료를 공개하며 회사 차원의 개입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데 대해, 해당 직원들이 오히려 한화오션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한화오션 측은 HD현대중공업 측 고소에 대해 “안타까운 도덕관념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3일 허위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한화오션을 상대로 한 고소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냈다.

고소인들은 지난 3월 초 한화오션 측이 기자설명회를 열어 자신들과 관련한 수사 기록 자료를 공개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은 방위사업청의 결정을 반박하는 차원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 일부 직원들은 KDDX 사업 등과 관련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하는 등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법원 판단에도 HD현대중공업의 대표나 임원이 개입하는 등 청렴서약 위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제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기자설명회에서 ‘HD현대중공업 측 임원이 개입한 증거’라는 취지로, 피의자 신문조서 등 수사기록 일부를 공개하고 임원 개입 여부에 대한 추가 수사를 요청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한화오션을 통해 공개된 수사기록은 국방부 검찰단을 통해 입수한 피의자 신문조서 일부만 의도적으로 발췌, 편집한 것이라며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해양 특수선 분야 최대 라이벌인 두 회사의 갈등은 다시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악화하는 데는 단순히 경쟁사간 자존심 문제뿐만 아니라, KDDX 사업 자체의 중요성 때문이다.

KDDX 사업은 국내 기술을 활용해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건조하는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7조8천억원에 달하며 2030년까지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구축한다.

당초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손을 맞잡아야 할 처지였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특정 조선업체가 사업을 독점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논리에 따라 개념 및 기본설계는 한화오션이,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는 HD현대중공업이 수행해야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기밀 유출 문제로 시작된 양사간 갈등이 수사당국의 개입으로 해결돼야 하는 상황이 되자, 2030년까지 수행해야 하는 KDDX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업계에선 나온다.

한화오션은 이날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고소건과 관련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이번 고소는) 국가 해상 안보를 책임지는 업계에서 더욱 명명백백한 사법처리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고소 내용을 반박했다.

이창원 기자 mediaeco@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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