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억…연예인 콘서트 전락한 대학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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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정상급 가수 3팀, 정상급 가수 3팀 이상 섭외.'
이달 말 열리는 부산대 축제 행사 입찰 조건이다.
유명 연예인 섭외 여부가 축제의 성패를 좌우하자 대학들이 앞다퉈 '연예인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대학들이 축제 운영 입찰에 참여한 대행사를 평가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도 섭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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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다 'S급 가수' 섭외 필수
몸값 치솟아 행사 비용 '억소리'
"캠퍼스 활기" vs "학비 낭비"
"누가 올지 기대감 커" 반응 속
"그 돈으로 식비 지원을" 비판도
‘국내 최정상급 가수 3팀, 정상급 가수 3팀 이상 섭외.’
이달 말 열리는 부산대 축제 행사 입찰 조건이다. 부산대는 올해 축제 사업비로 약 3억원을 배정했다. 올해 학생 활동 지원 예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부산대만의 풍경이 아니다. 유명 연예인 섭외 여부가 축제의 성패를 좌우하자 대학들이 앞다퉈 ‘연예인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섭외 비용이 매년 급등하면서 일부 학생 사이에서는 학생식당 식비 지원 등 실제 도움이 되는 부문에 예산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연예인 섭외에 사활 건 대학 축제
7일 대학가에 따르면 부산대는 이달 28~30일 사흘간 학교 축제인 ‘대동제’를 개최한다. 사업비는 3억305만원으로 작년(1억5000만원)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교비로 조성된 학생 활동 지원 예산에서 쓰인다. 1년 치 학생 활동 지원 예산(4억7000만원) 가운데 3억원(63.8%)을 축제에 쓰는 것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현 총장이 ‘축제에 유명 가수를 초청해주겠다’고 공약해 예년보다 크게 열리게 됐다”며 “지역 주민들도 축제에 참여할 수 있지만, 학생들이 가장 앞자리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학교 역시 축제에 큰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국립부경대는 이달 7~9일 열리는 행사에 1억9000만원, 순천향대는 9~11일 1억7000만원을 들인다. 대구가톨릭대(1억3000만원), 선문대(1억1000만원), 서울대(1억1000만원), 국립군산대(1억800만원), 동서대(1억원) 등의 축제 예산도 1억원을 넘겼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상급 연예인 한 팀을 섭외하는 데 통상 3000만~500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축제 운영 입찰에 참여한 대행사를 평가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도 섭외력이다. 대진대는 대행사 선정 평가 배점 100점 가운데 50점을 ‘출연진(가수 라인업) 평가’에 할애했다. 공연 계획(20점), 협찬(20점), 입찰가(10점)에 비해 절대적인 비중이다. 국립군산대는 ‘싸이 섭외’를 1안으로 내놨고, 평가 점수 100점 중 30점을 ‘무대 연출 및 출연진 섭외’로 배정했다. 대구가톨릭대는 ‘1팀은 반드시 걸그룹 등 S급으로 섭외해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선문대는 입찰 조건에 ‘오마이걸, 권은비급 이상의 섭외. 동급 이상에서 변경 가능’이라며 연예인 명단을 올리기도 했다.
치솟는 섭외비에 학생들 반응 엇갈려
대학가에서는 축제 시즌 각 학교의 ‘라인업’(연예인 섭외 명단)이 가장 큰 화제가 되곤 한다. 서로의 축제에 초대하며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아우르는 축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부산대 4학년인 유승현 씨(25세)는 “이번 축제에 어떤 연예인이 초청될지 기대가 크다”며 “대동제는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까지 참여하는 축제로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는 의미가 큰 행사”라고 말했다.
풍성한 라인업으로 유명해진 연세대는 일반 콘서트처럼 암표 거래 문제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에스파, 싸이, 아이브, 르세라핌, 장기하, 십센치, 지코 등 최정상급 연예인을 섭외했던 연세대의 아카라카 축제의 티켓(원가 1만7000원)은 10만~20만원에 암표로 거래됐다. 정작 학생들이 축제를 누리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올해부터 티켓 양도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학생은 하루에 수억원을 쓰는 학교 축제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기도 한다. 한 지방 국립대 학생은 “축제를 가지 않는 학생들은 축제보다 식비 등 실질적인 지원을 더 바란다”고 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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