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 평생 이런 농사·이런 마늘은 처음”.. 인력난까지 “막막했는데”

제주방송 김지훈 2024. 5. 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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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마늘’ 피해 농가, 인력난까지 ‘첩첩산중’
2농가 중 1농가꼴.. 농업재해 인정, 수매는?
7일 오전 제주농협 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서귀포시 대정읍 인근 마늘밭에서 일손돕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농협)


“50년 마늘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값이나 제대로 쳐줄지 모르겠네요”

7일 오전 제주도내 최대 마늘 주산지로 꼽히는 서귀포시 대정읍 한 마늘밭에서 만난 이덕근씨(75.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는 말 그대로 망연자실한 모습입니다.

예년 같으면 영농작업을 도우러 온 일손들과 어울려 구슬땀을 흘려도 시간이 모자라지만, 이제는 수확이라고 나서봐야 마땅히 ‘건질 게’ 없어진 탓입니다.

‘벌마늘’ 피해 때문입니다.

이씨는 전체 2,000㎡(600평) 상당 마늘밭 가운데 어림잡아 80% 정도가 ‘벌마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7일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에서 발생한 ‘별마늘’. 마늘 줄기가 성장을 멈추지 않고 거듭 자라나면 마늘알이 두 배 이상 많아져 수확을 포기해야 할 만큼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벌마늘’은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 등으로 인해 마늘의 ‘2차 생장’이 발생하면서 마늘쪽이 정상보다도 2배 정도 불규칙하게 많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6~8알 정도 생겨야 할 마늘쪽이 많게는 20알 정도가 생겨나고, 그렇다고 해서 알이 굵은 것도 아닙니다.

그냥 먹는다고 치면 큰 문제가 없지만, 미관은 차치하고 깐마늘 가공이 어려운 탓에 농가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 하급품으로 판매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앞서 지난 2~3월 마늘쪽이 나눠지던 생장 시기에 이상기후가 닥치면서 재차 갈래갈래 마늘쪽이 나뉘고, 통마늘에 싹이 돋아난 게 마치 난초처럼 자라나고 말았습니다.

이씨는 “상중하로 치면, (벌마늘은) 하품(下品) 그 이하급으로 쳐야 할 정도”라면서 “(마늘 단가를) 1㎏ 3,200원이라고 할 때 ‘벌마늘’은 1,200원 정도 받을까 말까”라고 말했습니다.

인근 1,700㎡(500평) 밭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오정순씨(72) 역시도 벌마늘 피해가 커지면서, 걱정만 키우고 있습니다.

오씨는 “정상적으로 큰 마늘도 생육상태가 좋지는 않아 알이 작은 편”이라면서 “제값을 받고 제대로 팔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한숨을 보탰습니다.

올해 제주도내 마늘 재배면적은 1,088헥타르(㏊)로, 지난해보다 12.4% 줄었습니다.
예상생산량 역시 전년(1만 7,388톤(t))보다 감소한 1만 6,625t으로, 고령화와 농촌 인력 감소 등으로 인해 매년 생산량이나 재배면적이 지속 줄어드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잦은 비날씨로 인한 무름병 발생까지 맞물려 벌마늘 피해까지 악화돼 제주자치도농업기술원의 조사 결과, 제주도내 벌마늘 피해 면적은 전체 절반(48.4%)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농가 피해가 점점 심화 양상으로 나타나자, 제주자치도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벌마늘’ 피해에 대한 농업 재해 인정과 저품위 마늘 정부 수매를 건의했고 농식품부는 벌마늘에 대한 농업 재해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 농가는 1㏊(3,000평)당 농약대 250만 원, 다른 품종 파종비(대파비) 550만 원을 지원받을 길이 열렸습니다.
피해 농가는 마늘 재배지 지번과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농지 소재지 읍면동을 방문해 피해신고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접수가 마무리되면 제주도는 13일까지 현장 확인을 거쳐 피해 복구계획을 수립한 이후 농식품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할 방침입니다.

다만 농업 재해 지정과 더불어, 도가 요구했던 '정부 수매'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벌마늘 피해로 인해 시장에 내다 팔 상품성 있는 마늘양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 농가 등은 지속해서 정부가 나서서 비상품 마늘을 전량 수매하고 수매 비축 물량을 확대해 출하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시장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농협 등 생산자단체에선 평년 벌마늘 피해 발생률이 5% 내외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50% 안팎의 피해율은 심각한 상황이라는데 공감하고, 수확기 시작에 따라 정부 등 정책 차원의 선제 조치 논의를 서둘러나갈 것으로 전했습니다.
   
관련해 한 농가 관계자는 “ha당 농약대(250만 원)와 대파대(550만 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실제 생산비나 나올런지 모르겠다”면서 “앞으로 수매 향방마저 불투명해진다면 앞으로 대책이랄 것도 없게 돼 막막할 뿐”이라고 호소했습니다.

7일 오전 ‘2024 영농지원 발대식·농촌일손돕기’ 참가자들이 마늘 수확철 인력난 해소에 힘을 모으기로 다짐하고 있다. (제주농협)


또한 벌마늘 피해와 함께, 수확철마다 농가에 과제로 부각되는 인력 대책 역시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나 마늘의 경우 다른 작물과 달리 수확부터 수매까지 30일 정도면 마무리가 가능해, 한꺼번에 인력 수요가 몰리면서 일손 확보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인력 부하가 심한 작목 특성을 감안해 제주농협 본부와 제주도가 ‘일손 돕기’를 주도하고 나섰습니다.

올해 제주농협 본부는 자원봉사자 등 지난해보다 1,000명이 늘어난 5,000명을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도내 주요 기관·단체·기업 등에 협조문을 발송했습니다.

이날 오전 이씨의 마늘밭 앞에서 ‘2024 영농 지원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습니다.

7일 오전 윤재춘 제주농협 본부장(왼쪽)이 서귀포시 대정읍 인근 마늘밭에서 일손돕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농협)


윤재춘 제주농협 본부장은 “제주도내 유관기관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고 있다”면서 “대학생을 포함해 관계 기관 협조를 통해 5,000명 정도 인력을 확보해서 취약 농가 그리고 고령 농업인들의 인력난 해소에 보탬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근 확산되는 벌마늘 피해 역시 정부는 물론 제주도와 협력해 원활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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