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팝업스토어 공해 심각하다

김은영 기자 2024. 5. 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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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수동에서 만난 한 취재원이 대뜸 이렇게 말했다.

팝업스토어(임시 오프라인 매장) 성지로 뜬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에 사무실을 둔 그는 금세 만들어지고 철거되는 팝업스토어가 양산하는 공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목 좋은 곳에 3일간 팝업스토어를 열기 위해선 대관비가 1억원가량이 들지만, 이곳에선 매주 새롭게 단장한 매장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저렴한 합판을 목공용 스테이플러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많은 팝업스토어가 설치되고, 행사가 끝나면 철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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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뭘 짓나 보네. 이거 정말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최근 성수동에서 만난 한 취재원이 대뜸 이렇게 말했다. 팝업스토어(임시 오프라인 매장) 성지로 뜬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에 사무실을 둔 그는 금세 만들어지고 철거되는 팝업스토어가 양산하는 공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아니나 다를까 성수동은 길 전체가 공사판이나 다름없었다. “고작 며칠 운영하자고 수억원짜리 매장을 짓고 부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요. 들어가 보면 뭘 보여주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곳들도 많다니까요.”

짧게는 하루, 길게는 1년가량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는 ‘한정된 기간 특별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성수동만 해도 지난 주말 샤넬 뷰티, 입생로랑 뷰티, 진로, 짜파게티, 레고, 이니스프리, NH투자증권 등 40개가 넘는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목 좋은 곳에 3일간 팝업스토어를 열기 위해선 대관비가 1억원가량이 들지만, 이곳에선 매주 새롭게 단장한 매장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짧은 주기로 교체되는 탓에 배출되는 쓰레기양도 만만치 않다. 통상 10평 규모의 매장을 철거할 경우 1톤(t) 분량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규모가 큰 브랜드 팝업 매장의 경우 폐기물이 수십 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방문객들에게 나눠주는 판촉물과 시식·시음을 위한 일회용기 등을 더하면 쓰레기는 더 늘어난다.

팝업스토어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사업장 일반폐기물로 구분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사업장 폐기물은 약 4000t이 증가했는데, 이중 사업장 일반폐기물은 절반이 넘는 약 2500t이 증가했다. 일각에선 사업장 일반폐기물이 증가한 데는 팝업스토어가 일조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팝업스토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대부분은 합판과 목재, 폐벽돌, 시트지 등으로 대개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진다. 건설폐기물의 경우 재활용 촉진을 위한 법률이 존재한다. 하지만 팝업스토어에서 발생하는 사업장 일반폐기물은 처리 기준이 모호하다. 그렇다 보니 저렴한 합판을 목공용 스테이플러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많은 팝업스토어가 설치되고, 행사가 끝나면 철거된다.

말 그대로 일회용 매장이 무한 생성되는 양상이다. 팝업스토어 기획 서비스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를 운영하는 최원석 대표는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소통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만드는 게 아니라 방문객 수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한 판촉형 팝업스토어가 횡행하고 있다”면서 “콘텐츠는 없고 인테리어 싸움만 하다 보니 배출되는 쓰레기가 더 많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업계에선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최근 화장품 브랜드 미샤는 팝업스토어의 폐자재를 활용한 ‘팝업사이클링(Popup+Upcycling)’ 전시를 선보였다. 해당 팝업스토어를 기획한 아티스트 퍼니준은 “한 팝업스토어에서 바람을 표현하기 위해 선풍기를 들였다가 버리는 모습을 보고 웃풍이 부는 건물의 특성을 활용해 바람이 부는 바다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팝업스토어를 위해 ‘모듈러(조립식) 시스템’을 제안하는 업체도 있다. 팝업스토어와 단기 전시 공간에 가변형 상업공간을 제시하는 빌드웰러는 팝업스토어 종료 후 모든 자재를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한다.

유통업계에선 팝업스토어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로 정착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금도 백화점과 쇼핑몰에서는 다수의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닫히길 반복하고 있다. 업계가 브랜드의 긍정적인 경험을 위해 운영하는 팝업스토어가 ‘예쁜 쓰레기’를 양산하는 일회용 매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묘수를 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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