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보다 서프라이즈… 1분기 실적 발표 앞둔 기업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 상장사 중 절반은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보다 높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에 따라 주가가 크게 요동치면서 이달 실적 발표를 앞둔 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7일 다올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실적공시 진행률은 73%로 집계됐다.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약 48%는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32%는 반대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나머지 30%는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나타냈다.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가장 크게 뛰어넘은 기업은 한화오션이었다. 시장은 146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지난달 24일 한화오션이 발표한 1분기 영업이익은 529억원이었다.
지난 1월 올해 최저가인 2만1050원을 찍었던 한화오션 주가는 실적발표 당일 올해 최고가인 3만6400원까지 올랐다. 이날 기준 종가는 3만2200원으로, 연초(2만5400원) 대비 26.7% 상승했다.
한화엔진(194억원)도 컨센서스 대비 177.6% 높은 영업익을 기록했고, 한화시스템(393억원)과 LX하우시스(324억원)도 70% 이상 높은 실적을 내놨다.
한화엔진 주가는 실적 발표 다음날 바로 7% 급등했고, 연초 9810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기준 1만2400원까지 올라왔다. 한화시스템 역시 실적발표 전날 1만8620원이었던 주가가 발표 다음날 2만600원까지 치솟았고, LX하우시스 주가도 실적 발표 직후 6% 이상 급등하고 최근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시장 기대치보다 현저하게 낮은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은 주가도 곤두박질 쳤다. 지난달 30일 실적을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장 전망치 1402억원의 4분의 1 수준인 374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실적발표 전날 23만2000원이었던 주가는 당일 21만1500원까지 급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제철은 시장 전망치의 절반 수준의 558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한화도 1분기 영업익이 1837억원에 그치며 컨센서스 6897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현대제철과 한화의 주가는 실적발표 직후 각각 3.2%, 1.4% 떨어졌다. 두 기업 모두 지난주 실적 발표 이후 이날까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꾸준히 상승한 것과 달리, 실적에 따라 주가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이달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카카오페이는 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컨센서스(-107억원)보다는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실적 발표 직전 3만715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여전한 영업손실에 3만4800원까지 떨어졌다. 종가는 3만5900원으로 전일 대비 0.28% 올랐지만, 이날 코스피가 2.16%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승률이다.
이번 주 카카오페이를 시작으로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 LG, CJENM, KT 등 대형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다음 주에도 메리츠금융지주, 삼성화재, SK, CJ 등 굵직한 기업들의 실적 공개가 예정돼 있다.
특히 카카오는 1271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최근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4만6600원으로 연내 최저가를 기록했던 카카오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1.02% 오른 4만9700원까지 뛰었다.
다만 올해 1분기 컨센서스에 부합한 실적을 발표한 기업이 30%대에 그친 만큼, 당일 실적 발표까지 주가 변동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황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앞서 증시가 이익추정치보다 더 크게 상향 조정되며 시가총액을 펀더멘털 가치로 나는 비율이 1.017에서 1,013으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며 "1분기 실적발표 기간 중 이익 추정치가 개선되는 모습이 이어진다면 현재 비중을 유지하거나 단기 변동성 발생 시 소폭 확대가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FOMC와 고용지수, 국제유가, 밸류업 등 다수의 이벤트를 소화하며 불안심리가 완화됐다"며 "이번 주는 국내 옵션만기일과 카카오 그룹주를 비롯한 주요 기업 실적들이 예정되어 있어 수급과 실적에 집중하는 시장 흐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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