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만 6가지, 효도밥상이 무료"…마포 독거노인들 '엄지척'[르포]

최지은 기자 2024. 5. 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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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으면 이렇게 못 챙겨 먹지. 몸이 좋아지는 기분이라 너무 좋아(웃음)."

7일 서울 마포구 쌈지 경로당에서 만난 김모 할머니(81)는 양손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황씨는 "혼자 사는 다른 노인들에게도 효도밥상을 신청하라고 말했다"며 "효도밥상을 이용하고 나서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나가서 시간을 보낸다. 효도밥상 시작하기 전에는 노인정도 굳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추후 주민센터 옥상 등에 스마트팜을 설치해 반찬공장에 필요한 재료 등을 공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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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으면 이렇게 못 챙겨 먹지" 어르신들 함박웃음…재원·운영 모두 '주민들 힘'으로
7일 홀로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마포구 쌈지경로당을 찾았다. 이곳에서 매일 다른 국 1가지와 반찬 6가지를 맛볼 수 있다. 구청에서 추진하는 '주민참여 효도밥상(효도밥상)'을 통해서다./사진=최지은 기자


"혼자 있으면 이렇게 못 챙겨 먹지. 몸이 좋아지는 기분이라 너무 좋아(웃음)."

7일 서울 마포구 쌈지 경로당에서 만난 김모 할머니(81)는 양손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분홍색 꽃무늬 셔츠와 스카프로 멋을 낸 그는 점심 식사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쌈지 경로당에는 3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이 마련됐다. 매일 다른 국 한 가지와 반찬 여섯가지를 맛볼 수 있다. 구청에서 추진하는 '주민참여 효도밥상(효도밥상)'을 통해서다.

이날 김씨 식판에는 된장찌개, 안동찜닭, 콩나물무침, 도라지볶음, 해초무침, 연근튀김, 배추김치가 담겼다. 홀로 사는 김씨지만 가정의 달이 외롭지 않다. 김씨는 친구 황모 할머니(76)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쌈지 경로당은 금세 어르신들로 가득 찼다. 황씨는 "혼자 사는 다른 노인들에게도 효도밥상을 신청하라고 말했다"며 "효도밥상을 이용하고 나서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나가서 시간을 보낸다. 효도밥상 시작하기 전에는 노인정도 굳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외출 독려…독거노인 만들지 않겠다"
효도밥상은 마포구가 지역 내 75세 이상 노인들의 고립을 예방하기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밥을 매개로 홀몸노인의 외출을 장려하고 다른 이웃들과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사업의 취지다. 어르신들에게 제공되는 식단은 마포구 망원동의 '효도밥상 반찬공장(반찬공장)'에서 당일 제조한다./사진=최지은 기자

효도밥상은 75세 이상 어르신들 고립을 막기 위해 마포구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식사를 매개로 홀몸노인의 외출을 장려하고 다른 이웃들과 소통할 기회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마포구에 홀로 거주하는 75세 이상 어르신이라면 소득 유무와 관계없이 주 6일 무료로 효도밥상을 이용할 수 있다.

운영은 '출석제'로 이뤄진다. 실제 이날 오전 11시 배식 시간이 되자 쌈지 경로당 출입문 앞으로 어르신 7~8명이 나란히 줄을 선 뒤 차례대로 이름과 QR코드가 새겨진 명찰을 관계자에게 제출했다.

효도밥상 관계자는 "독거노인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목적"이라며 "자연스레 외출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으니 어르신들이 깨끗이 씻고 치장하고 나오신다"며 "이 역시 노인들에게 삶의 활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에게 제공되는 식단은 마포구 망원동 '효도밥상 반찬공장(반찬공장)'에서 당일 제조한다. 기존 빗물 펌프장을 개조해 반찬 공장으로 만들었다. 구청 소속의 영양사가 직접 식단을 짜고 전문 조리사들이 조리에 참여한다.

평일 오전 7시부터 9시30분까지 국과 반찬을 만든다. 이날도 반찬공장은 쉴 틈 없이 움직였다. 만들어진 국과 반찬은 보냉용기에 넣어져 보냉 시설이 마련된 탑차에 실렸다. 이후 경로당, 교회·절 등 종교시설 등에 마련된 16곳의 급식 기관에 즉시 배송된다. 530여명 이상의 어르신들이 반찬공장에서 만든 식단으로 식사하고 있다.
재원·운영 모두 '마을 주민들 힘'으로
효도밥상 운영 재원은 대부분 구민들의 기부금에서 충당한다. 배식과 음식 배달 등에는 자원봉사자와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가 함께한다.

반찬공장에서 일하는 양모씨(66)는 "마포구에서 36년째 거주하고 있다"며 "2년 전 퇴직한 뒤 매일 한강공원만 걸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반찬공장에서 일한다는 게 너무 좋다.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며 일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추후 주민센터 옥상 등에 스마트팜을 설치해 반찬공장에 필요한 재료 등을 공수할 예정이다. 효도밥상도 점차 확대해 경로당 158곳에 적용할 계획이다.

부부가 함께 배식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배정호씨(66)는 "반찬공장을 짓는 것을 보고 직접 주민센터에 가서 자원봉사를 신청했다"며 "평소에도 지역에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내와 함께하니 소통도 잘 되고 좋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에게 제공되는 식단은 마포구 망원동의 '효도밥상 반찬공장(반찬공장)'에서 당일 제조한다. /사진=최지은 기자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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