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청각 장애 원인은 납 중독"

박정연 기자,김하은 인턴기자 2024. 5. 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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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를 위하여', 피아노 소나타 '월광', 교향곡 '운명' 등 수많은 명곡을 만든 독일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20대부터 청력을 잃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이더 리파이 미국 하버드대 보스턴아동병원 병리학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팀은 베토벤의 머리카락에서 정상 수치보다 최대 95배 더 높은 납 함유량을 확인했으며 비소, 수은 등 독성 물질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이날 미국 임상화학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인 '임상 화학'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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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브라운 미국 베토벤협회 명예 회원이 소장한 베토벤 머리카락 2묶음의 모습이다. 윌리엄 메레디스 이사 홈페이지/케빈 브라운 제공.

'엘리제를 위하여', 피아노 소나타 '월광', 교향곡 '운명' 등 수많은 명곡을 만든 독일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20대부터 청력을 잃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과학자들이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분석해 청각 장애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견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이더 리파이 미국 하버드대 보스턴아동병원 병리학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팀은 베토벤의 머리카락에서 정상 수치보다 최대 95배 더 높은 납 함유량을 확인했으며 비소, 수은 등 독성 물질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이날 미국 임상화학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인 '임상 화학'에 발표했다. 

베토벤의 머리카락은 베토벤이 죽어가고 있을 때 비통한 지인과 팬들이 베토벤의 머리에서 잘라낸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 메레디스 미국 산호세주립대 아이라 브릴리언트 베토벤연구센터 창립 이사는 경매, 박물관 등을 통해 DNA 분석으로 베토벤의 것으로 확인된 머리카락 총 5묶음을 찾아냈다.

베토벤 머리카락 5묶음 중 3묶음은 케빈 브라운 미국 베토벤협회 명예회원이 가지고 있었다. 브라운은 '자신이 사망한 이후에도 생전 청각 장애와 복부 경련, 설사 등 위장 장애를 겪은 이유에 대해 알기 바란다'는 베토벤의 유언을 존중해 베토벤이 앓은 질병의 원인을 찾고자 했다. 이를 위해 머리카락 2묶음을 중금속 검사 장비를 갖춘 미국 메이오클리닉의 연구소에 보냈다.

분석 결과 베토벤의 머리카락 묶음 중 하나에는 머리카락 1g당 258μg(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의 납이 함유돼 있었고 또 다른 묶음에는 380μg의 납이 함유돼 있었다. 머리카락에 함유된 납의 정상 수치는 1g당 4μg 미만이다. 다른 중금속도 확인됐다. 비소가 정상 수치의 13배, 수은은 정상 수치의 4배에 달했던 것이다.

폴 자네토 메이오클리닉 검사의학 및 병리학과 조교수는 "베토벤 머리카락은 지금까지 본 머리카락 중 가장 높은 납 수치를 기록했다"며 "특히 다량의 납은 베토벤이 겪은 많은 질병의 원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다량의 납이 청각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목하면서도 베토벤의 발병 원인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이튼 미국 워싱턴대 공중보건대학원 환경산업보건학과 명예교수는 "다량의 납이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청력을 손상시켰을 수 있다"며 "하지만 베토벤이 납을 사망에 이를 정도까지 섭취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베토벤이 다량의 납을 섭취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값싼 포도주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베토벤이 살던 19세기 유럽에서는 품질이 좋지 않은 와인에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아세트산납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납 성분을 함유했으며 단 맛이 나는 아세트산납은 '납 설탕'으로도 불린다.

와인을 제조하거나 보관하는 과정에서 납이 유입됐을 수도 있다. 제롬 니아구 미국 미시간대 환경보건과학부 명예교수는 "납땜한 주전자에서 와인을 발효시켰는데 와인이 숙성되면서 납이 침출될 수 있다"며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도 밀봉력을 높이기 위해 납염에 미리 담가졌다"고 밝혔다.

베토벤은 생전 와인 애호가로 알려졌다. 메레디스 이사는 "베토벤은 와인에 중독됐기 때문에 와인을 하루에 1병 정도 마셨고 말년에는 와인이 건강에 좋다고 믿고 더 많이 마셨다"고 전했다.

베토벤의 친구들은 베토벤이 1827년 56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며칠 전에도 베토벤에게 와인을 한 숟가락씩 준 것으로 알려졌다. 베토벤의 비서이자 베토벤 사후 전기를 쓴 안톤 신들러는 베토벤의 임종 장면에 대해 "베토벤은 숨을 거둘 때까지 뤼데스하이머 와인을 한 숟가락씩 마셨다"고 묘사했다.

[박정연 기자,김하은 인턴기자 hesse@donga.com,har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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