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재학 PD 부당해고 책임자 징역형 "위증으로 돌이킬 수 없는 비극"

김예리 기자 2024. 5. 7. 16: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주지법, 하아무개 전 기획제작국장 징역8월, 집행유예 2년 '유죄'
재판부, 하 전 국장 위증으로 이재학 PD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이재학 PD 영정사진.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허위 증언을 한 부당해고 직접 책임자에 대해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책임자의 위증의 결과 이 PD가 사망하는 “비극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못 박았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정우혁)은 지난 3일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아무개 전 CJB 기획제작국장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PD가 “억울해 미치겠다”고 밝히고 숨진 지 4년 3개월 만, 하아무개씨가 이 PD 생전 재판에서 위증을 한 지는 4년 7개월 만이다.

청주방송에서 14년 일했던 고 이재학(당시 38세) PD는 2018년 4월 기획제작국장이던 하씨에게 동료 스태프 처우개선을 요구했다가 즉각 해고당했다. 이 PD는 이에 근로자지위 소송을 제기했다가 1년 6개월 만에 패소 판결을 받았다. 그는 그로부터 2주 뒤인 2020년 2월4일 “억울해 미치겠다.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 왜 그런데 부정하고 거짓을 말하나”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2004년 청주방송에 입사해 2010년부터 9년 간 연출 PD를 맡았으나 계약서 없이 일한 '무늬만 프리랜서'였다.

“피고인 증언이 판결에 영향, 고인 사망하는 비극 발생”

청주지검은 지난 3월 하씨에 대해 위증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하씨는 이 PD가 부당해고를 당한 뒤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재판에 출석해 이재학 PD가 PD로 일한 사실을 알면서도 부정하는 진술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하씨에 공소 제기한 허위진술은 △이재학이 기획제작국 회의에서 인건비 증액을 요청한 적 없다 △이재학은 PD가 아닌 'VJ'다 △이재학을 'PD'라 부른 적 없다 △이재학이 아닌 자신이 '아름다운충북'과 '쇼!뮤직파워' 프로그램 PD였다 △이재학이 '아름다운충북'을 연출했는지를 모른다 등 5가지다.

정우혁 부장판사는 선고기일 하씨의 위증으로 인해 이재학 PD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의 증언 내용은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증언 후 고인이 자살하는 비극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하씨의 5가지 공소사실 중 4가지를 인정했다. 위증 재판에 출석한 청주방송 보도국장과 전·현 정규직·비정규직 스태프들의 증언과 이 PD 업무 자료, 방송 내용 등 각종 증거를 종합할 때 “이재학은 정규직은 아니었지만 청주방송에서 기획, 제작한 다수 프로그램에서 연출을 수행해왔으며 '아름다운충북', '쇼!뮤직파워' 프로그램에서도 제작진과 출연진 섭외, 촬영 일정 계획, 촬영, 편집, 송출 등을 주도함으로써 실질 연출, 즉 PD 업무를 수행했다”며 “피고인(하씨)도 2016~2017년 CP(책임연출)로서 이 프로그램 기획제작에 관여해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고 이재학 PD가 남긴 유서 재편집. 디자인=이우림 기자

“피고인도 무의식적으로 이재학 PD라 칭해”

정 판사는 특히 '이재학 PD' 호칭을 부정하는 하아무개씨 스스로도 공식 석상에서 'PD' 호칭을 썼다고 지적했다. “피고인 역시 2020년 9월18일 인사위원회에 출석해 진술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제가 한 것은 이재학 PD와 마찬가지로 전부 다 나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정 판사는 △방송 기획안 △청주방송-지자체 협의 문서 △연출 대본 △하씨가 직접 결재한 청렴서약서와 촬영협조 공문 △프로그램 방송 화면 등에 이재학 PD의 직책이 'PD'로 표기돼 있다고도 짚었다. 또 하씨가 국장으로 생방송 연출 중인 이재학 PD에게 방송 관련 지시를 한 적이 있고, 그가 연출한 가요제 현장에도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소사실 가운데 '이재학이 기획제작국 회의 말미에 인건비 증액을 요청한 적 없다'고 진술한 데 대해서는 “피고인에게 (혐의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정 판사는 피고인 증언이 재판과 고인에 끼친 영향을 고려해 양형을 특별 가중한다고 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준에 따르면 가중 위증범죄 형량기준은 징역 10개월부터 3년까지다. 그러나 정 판사는 피고인의 나이와 동종 전과,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기준 형량보다 낮은 8개월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유족 “하씨의 위증이 비극의 시작점이라는 사실 재판부가 밝혀”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 엔딩크레딧 대표는 “판사도 위증이 판결에 영향을 줬고 그로 인해 형님이 돌아가셨다고 말할 정도면 검사도 범행과 형님 죽음의 인과관계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염두에 둔 듯한 징역 1년 구형량부터 약했다고 본다. 판결도 범죄의 중대성을 느끼기에는 부족했다”며 “다만 하씨의 위증이 비극의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재판부가 법정에서 처음 밝힌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판결을 받고서 형이 있는 목련공원에 갔다. 형에게 하씨 위증에 대한 처리 결과를 알려주고, 이렇게 여기까지 왔다고 알려주는 기분도 들었다”며 “범죄에 대한 처벌 과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형이 돌아가신 지 4년이 넘었지만 진심 어린 공식 사과를 받지 못했다. 도리어 본인의 위증 재판에 증언한 이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발언할 정도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하 전 국장에게 더욱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선고와 관련해 하씨 입장을 듣기 위해 7일 문자와 전화 등으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하씨는 진상조사위원회 권고에 따라 2020년 10월 이 PD 부당해고 등에 대한 책임으로 징계 해고됐으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대전고법은 하씨 부당해고를 다투는 항소심에서 하씨 손을 들어줬고 청주방송이 상고를 포기해 그는 복직한 상태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