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메꾸는 PA간호사 … "法 사각지대는 어쩌죠"
전국서 1만여명 활동 추정
복지부 지침·사법부 판단 달라
"PA간호사 활용 의사처벌 안돼
의료법에 간호사 진료보조 행위
명시하는 입법보완 꼭 필요"
의대 증원 갈등의 장기화로 의료 공백이 길어지자 'PA(전담)간호사'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3월 3일자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시행한다고 밝힌 데 이어 4월 18일 대한간호협회와 함께 의료개혁 정책토론회(필수의료 분야 간호사 역량 강화)를 개최했다. 지침을 보면 간호사가 응급약물을 투여할 수 있고 PA간호사는 수술 부위 봉합도 가능하다. 복지부는 이런 진료지원 행위가 보건의료기본법 44조에 근거해 '불법의료행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참석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미국, 일본의 PA간호사 전문 교육 사례가 소개됐고, 복지부는 다른 직역과 논의를 통해 PA간호사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담간호사는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의사 업무 일부를 간호사에게 위임하면서 PA간호사에게 붙인 이름(가칭)이다.
PA(Physician Assistant)간호사는 '진료 지원 인력'이라고도 불리며 의료 현장에서 수술장 보조 및 검사 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 상황 보조 등 의사의 의료행위 일부를 암암리에 대신해왔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1만명 이상의 PA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A간호사 활용은 이미 일반화돼 시행되고 있는 셈이다.
PA간호사와 달리 전문간호사(Advanced Practice Nurse·APN)는 2003년 법제화돼 2005년 첫 자격시험이 시행됐고, 현재 보건·마취·정신·가정·감염관리·산업·응급·노인·중환자·호스피스·종양·임상·아동 등 13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복지부가 PA간호사 활용을 공식화했지만, 의료 현장에선 여전히 법적 근거가 없어 걱정이 많다. 복지부 지침과 사법부 판단이 달라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법원은 현재 정부가 허용한 진료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간호사에게도 유죄를 선고하고 있다. 특히 수사기관이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현행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약 1만명에 달하는 PA간호사 및 PA간호사를 활용한 의사 수천 명이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해 의사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PA를 활용하는 의사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보특법)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돼 아무리 가벼운 사안이라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고, 의료법에 따르면 징역형을 선고받은 의사는 면허가 취소될 수 있어 PA를 활용하는 병원의 의료인들은 언제든지 면허취소가 될 수밖에 없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보특법은 '부정의료업자'에 대해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그와 함께 벌금형을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죄의 경중에 상관없이 일단 보특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징역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밖에 없도록 규정돼 있는 것이다.
여기서 부정의료업자란 무면허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사람을 말하고, 현재 판례에 따르면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계속·반복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경우 당사자 본인이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부정의료업자로 처벌받을 수 있다. 앞서 설명한 PA간호사,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수술·진료 보조행위 등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게 하면 병원장과 봉직의사들까지 보특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PA간호사를 활용하려면 보특법을 보완하고 관련법을 위반한 의료진을 처벌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의료계 인사는 "전국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의 수술 및 진료보조행위까지 현실을 도외시한 채 사법적 잣대로 무작정 처벌하고 자격정지, 면허취소,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하는 것에 대해 의료 현장에선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물론 환자 건강을 보호하고 진료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불이익 처분이 수반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행법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진료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처벌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보특법은 1969년 제정 당시 부정식품·부정의약품·부정독극물사범 및 부정의료업자를 처벌해 국민 보건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제정 목적으로 하고 있었으며, 보특법이 처벌 대상으로 삼고자 했던 '부정의료업자'는 당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소위 '돌팔이 의사', 즉 의사, 한의사 면허를 받지 않고 암암리에 각종 시술이나 주사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하던 무면허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라며 "의사가 주도하는 진료 및 수술 행위에 대해 PA간호사 및 간호조무사가 보조적 역할로 참여하도록 하는 경우까지 부정의료업자로 보아 보특법을 적용하는 것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PA의 활용에 대한 수사기관 법적용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PA를 활용해 수십 차례 수술행위를 한 의사에 대해 단순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를 적용해 벌금형을 구형하는 사례가 있는 반면, 몇 건의 수술에 PA가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특법을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 변호사는 사안의 경중과 무면허 의료행위 건수, 의사의 개입 여부 등에 따라 의료법 위반이나 보특법 위반 적용 기준을 엄격히 구분하고 경찰 및 검찰의 내부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환자에 대한 위험 발생 가능성이 낮은 단순, 반복적인 보조행위, 또는 반복 횟수가 적은 경우에는 보특법 위반으로 처벌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PA 합법화와 함께 현행법상 업무 범위의 구분이 모호한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의 역할 범위에 관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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