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째깍 흐르는 어피너티-신창재 회장의 2조 풋옵션 분쟁 시계 [황정원의 Why Signal]

황정원 기자 2024. 5. 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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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9월 국제 중재판정부 2차 결과 예상
특정 평가 법인에 가격 평가 하도록 할 듯
24% 지분 받으려면 신 회장 1~2조 필요
주당 가격 산정 후 컨소시엄 가압류 나서나
6년째 이어지는 갈등에 로펌 좋은 일만

[서울경제] 이 기사는 2024년 5월 7일 09:42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제공=교보생명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2조 원대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갈등이 올 가을 국제 중재판정부(ICC) 판정을 계기로 변곡점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양측은 풋옵션 행사 가격을 놓고 6년째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ICC 중재 이후에도 다시 국내 법원에서 갈등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컨소시엄측에서는 가격이 결정된 이후에는 신 회장이 거절하더라도 절차대로 진행할 방침이며 가압류 신청까지 염두에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컨소시엄이 국제 중재판정부(ICC)에 신청한 2차 중재 결과가 올 8~9월경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 9월 1차 중재에서는 풋옵션 행사 권리는 유효하되, 컨소시엄 측에서 제시한 가격으로 매수할 의무는 없다고 판정했다. 어피너티는 지난 2022년 2차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2차 중재의 핵심 쟁점은 1주당 공정시장가격(FMV) 산출 기관을 선정하는 문제다. 컨소시엄은 양측이 동의할 수 있는 1주당 가격을 책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신 회장 측은 계약서 조항에 불리한 점이 있어 평가기관 선임 자체가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2년 작성한 계약서 상에는 풋옵션 행사 가격 산정에 대해 양자가 평가기관을 선정해 평가하도록 하되, 양측 행사 가격이 10% 이상 차이가 날 경우 어피니티 측이 제 3의 기관을 다시 선임해 가격을 정하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재판부가 숫자를 제시하기 보다는 특정 평가 법인에 평가를 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한두 달 뒤 평가 작업이 끝나 연내 주당 가격이 산정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결정되면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결론이 나도 신 회장은 약 1조~2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만약 신 회장이 정해진 수준대로 풋옵션 이행을 못할 경우 컨소시엄은 신 회장이 보유한 주식 등을 대상으로 가압류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다시 국내 법원에서 공방이 계속되는 셈이다. 갈등이 계속될 경우 ‘변호사 좋은 일만 시켜준다’는 자조섞인 말들도 나온다. 신 회장의 경우 ICC 1차 중재에 따라 국제 중재 및 컨소시엄의 변호사 비용 절반을 부담하기도 했다.

물론 신 회장 측의 생각은 다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국제중재는 단 한 번의 판정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단심제가 핵심”이라며 “1차 중재에 이어 같은 내용의 2차 중재를 제기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판력’ 이슈로 인해 1차 중재 결과가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견도 있다"고 반박했다.

어피너티,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베어링PEA(현 EQT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은 지난 2012년 어피너티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주당 24만5000원으로 총 1조2054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5조 원으로 평가됐다.

양측은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상장에 실패하면 컨소시엄이 신 회장에게 교보생명 지분을 되사라고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상장이 지연되자 컨소시엄은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2018년 주당 40만9912원(총 2조122억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기업가치를 8조 원 대로 추정한 것이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받아들일 수 없는 가격이라며 이를 거부해 ICC에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교보생명이 풋옵션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 불법 행위를 했다는 취지로 딜로이트안진 회계사들과 어피너티 관계자들을 고발한 형사 재판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컨소시엄 측은 “이제 60% 정도 넘어가는 단계로 중재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다음 단계를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창재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은 33.78%로,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합해도 지분 36.91%에 그친다. 이밖에 코세어캐피탈(9.79%), 어피너티(9.79%),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 연금(7.62%), 한국수출입은행(5.85%), 어펄마캐피탈(5.33%), IMM PE(5.23%), 베어링PEA(5.23%), GIC(4.5%) 등이 주요 주주다.

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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