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役 발탁된 이유림 “서희·강미선과 함께라니 꿈 다 이룬 듯해” [인터뷰]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주역
10~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
7년간 헝가리 국립발레단서 활약하다
지난해 솔리스트로 입단한 새 얼굴
맥밀란 안무가 측 오디션 거쳐 발탁
“드라마발레 매력 살리는 연기력 기대”
이유림은 2016년부터 7년간 헝가리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10월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로 입단한 차세대 주역이다. 지난해 호두까기 인형의 클라라 역으로 한국 관객과 만났고, 이번엔 내부 오디션을 거쳐 줄리엣 역에 올랐다. 공연을 불과 보름 앞두고서야 공개된 캐스팅이다. 안무가 측 케네스 맥밀란 재단과 직접 내한한 연출가 줄리 링컨이 “그녀에게 뭔가 있다”며 이유림을 낙점했다고 한다. 이유림은 “미리 페어를 정해 1부의 침실 파드되(2인무)와 줄리엣 솔로 부분 영상을 찍어 보냈다”며 “이후 내한 리허설에도 모두가 참여한 뒤 곧바로 캐스팅이 발표됐다. (재단 측에서) 어떤 줄리엣을 만들지까지 본 것 같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유림은 “한국인 줄리엣이 아닌, 그 시절 베로나 공국의 16세 여자아이의 마음에 몰입했다”고 했다. 죽음으로써 불멸의 사랑을 완성하는 셰익스피어 고전에 대해선 솔직히 “지금의 저라면 죽음을 택하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유럽에서 만났던 이탈리아 친구들의 정열적인 성향을 떠올리면 로미오와 줄리엣도 불같이 타오른 사랑을 하고 죽음을 택했을 수 있겠다 싶다”고 말했다.
그의 강점은 연기력이다. 오디션 과정에서도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호평을 듣곤 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춤과 기교에 집중하는 고전 발레와 달리 이야기의 흐름과 심리 변화를 중시하는 드라마 발레다. 이유림은 헝가리에서 다른 안무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이 작품은 처음이다. 그는 “감정을 표출하면서도 등은 곧게 펴는 등 기본기는 지켜야 한다”며 “정말 긴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밝고 순진하던 줄리엣이 사랑과 갈등속에 점차 지쳐가는 감정의 변화를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잘 표현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이자 지난해 무용계 오스카상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거머쥔 강미선도 이유림에겐 아직 ‘언니’보다 ‘선생님’이 입에 붙는 대선배다. “후배를 위해 나서서 이끌어주시는 건 물론이고, 역할에 대한 노하우도 공유해주신다”며 “그러면서도 같은 역할을 하는 무용수에게 선을 넘지 않고 예의를 지켜주려 하시는 점에서 프로페셔널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런 선배들과 같은 역할을 하는 소감에 있어선 깊은 한숨도 숨기지 못했다. 이유림은 “부담감이라기보다는 ‘내가 감히’라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이유림이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처음 본 건 선화예중에 재학 중이던 2012년, 국내 초연 때다. 이번에 자신의 상대 역인 발레리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그때도 로미오 역을 했으니, 이유림의 발탁은 여러모로 신예 발굴과 점진적인 세대교체의 의미도 띈다. “헝가리에서 돌아올 때 쉽지만은 않았어요. 거기에서도 새 시즌 제안을 받았고, 반면 한국에선 오디션 후 확답을 받진 못한 상태에서 그냥 귀국했거든요. 변화를 통해서 발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결과적으로 행동에 옮겼더니 기회가 왔네요.”
그는 공연의 관전 요소로 “무대 위 구석구석 세세한 연출의 묘미를 느껴보라”며 “연기할 때 누가 어디에 서 있는지부터 동선, 표정, 눈빛 등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한 연출이 들어가 있어 보는 분들에게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했다. 공연은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총 5회 열리며, 이유림과 노보셀로프는 11일 오후 7시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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