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해결이냐, 주택난 해소냐... 이민자 적극 수용한 국가들, 고민 커져

김효선 기자 2024. 5. 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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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호주, 영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이 이민자 급증으로 인해 주택난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에 의한 국가 성장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으로, 이민자에게 문호를 개방해 노동력 문제를 해결했던 국가들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한 주택가 건설 현장. /로이터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호주·뉴질랜드를 포함한 13개 선진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주택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생활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신규 이민자가 국가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면 생활 수준이 저하된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캐나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의 노동 인구는 100만명 증가했는데, 노동 시장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32만4000개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1%포인트(P) 이상 증가했고, 청년층과 신규 이민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실업률과 함께 주택 가격도 치솟았다. 현재 토론토의 평균 주택 가격은 130만 캐나다 달러(약 13억원)로, 미국 시카고의 거의 3배에 달한다. 지난해 말 밴쿠버의 방 1개 평균 월세는 2700캐나다달러(약 268만원)로, 2020년(1900캐나다달러)과 비교해 42% 넘게 올랐다.

토론토에 살고 있는 이민자 아칸크샤 비즈와스(29)는 블룸버그에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월세로 지불한다”면서 “카페에 가는 대신 커피를 끓여 먹는 등의 노력을 하는데 여기서는 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지난해부터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본격적인 수습에 들어갔다. 지난해 캐나다의 유력 시중 은행인 TD은행 부설 경제연구소는 주택 정책 보고서를 통해 캐나다 정부의 이민 확대 기조가 계속 시행되면 2025년 안에 50만호의 주택이 더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캐나다 연방정부는 외국인이 현지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2027년까지 연장한다고 올해 3월 발표했다. 2023년부터 시행된 해당 조치는 당초 2025년 초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또한 캐나다 정부는 향후 3년 동안 이민자 인구를 20%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호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호주는 2022년 6월 이후 약 100만명이 유입되면서 숙박업, 노인 요양, 농업과 같은 산업에서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최근 호주는 역사상 최악의 주택 위기에 직면했다. 아파트와 타운하우스에 대한 건축 허가는 1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으며, 건축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신규 주택 건설도 크게 줄었다. 블룸버그는 “인력 부족으로 건설 작업이 적체됐다”면서 “호주 정부는 이민자 수를 늘려 노동력 공급 격차를 해소하려 했지만, 이것이 주택난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주의 1인당 GDP는 지난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1990년대 초 경제 침체 이후 가장 감소 폭이 크다. 이에 호주 정부는 지난 3월 말부터 유학생에 대해 엄격한 비자 규정을 시행하는 등 비자 규정을 강화했다.

영국에서는 이민자 급증으로 인한 주택난이 총선을 앞둔 리시 수낵 내각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당 지지율이 18~24세에서 한 자릿수를 기록하자, 노동당은 이민 제한 공약을 걸었으며 개혁영국당은 이민자 유입 ‘제로(0)’ 공약을 약속했다.

블룸버그는 “영국, 호주, 캐나다 등 국가들은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뒤처지는 것을 장기간 경험할수록 이민 프로그램에 대한 반대를 더 강화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특히 주택 분야에서 이민 희망자와 기존 인구 모두에게 이민 주도 경제 성장의 혜택을 확신시키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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