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집단 강간” 고인 유서에 법정 선 친구들…대법 “증거능력 없다”

박선우 객원기자 2024. 5. 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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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고인의 유서에 따라 친구들이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해당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B·C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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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2심 ‘징역 2년6월’…대법원은 ‘파기환송’
“피해자 진술과 안 맞는 부분…친구들 형사처벌 목적일 수도”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법원 로고 ⓒ연합뉴스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고인의 유서에 따라 친구들이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해당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B·C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A씨 등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06년 11월 같은 학교 후배인 피해자 D양을 서울 양천구 신정네거리 인근 놀이터로 불러내 만취할 때까지 술을 먹인 후 유사성행위, 간음 등 성범죄를 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사건은 이들과 친구였던 E씨가 2021년 3월 서울 양천구 모 아파트에서 극단선택하며 남긴 유서를 통해 수면위로 올라왔다. E씨는 유서를 통해 친구들과 저지른 성범죄를 반성하고 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피해자 D양 및 D양 모친, 주변 친구들의 진술을 종합해 A씨 등을 기소했다.

사건의 쟁점은 E씨가 남긴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였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조서나 서류의 원 진술자나 작성자가 사망 등의 사유로 재판서 진술할 수 없을 때,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게 증명됐다는 전제하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A씨 등은 E씨의 유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해 기억이 없다는 주장도 함께였다.

법원의 판단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먼저 1심 재판부는 E씨의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 A씨 등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해당 유서를 증거로 채택하고 A씨 등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반면 대법원은 "망인이 자신의 범행을 참회할 의도로 이 사건 유서를 작성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 이후 약 15년 간 E씨가 주변인들에게 사건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없는 점, 유서에서 A씨 등의 실명과 공소시효를 강조한 점 등을 종합할 때, 반성보단 친구들의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유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기억력의 한계로 사건 관련 기억에 과장이나 왜곡이 있을 수 있는 점, 유서에 범행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지 않은 점, 피해자 D양의 술자리 참석 경위에 대한 진술이 유서 내용과 배치되는 점 등도 증거능력 불인정의 근거로 작용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망인에 대한 반대신문이 가능했다면 그 과정에서 구체적·세부적 진술이 현출됨으로써 기억의 오류, 과장, 왜곡, 거짓 진술 등이 드러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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