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골프 관광객 급감… 가격 경쟁력 떨어져 해외로

임성준 2024. 5. 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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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악화 5곳 지방세 체납
업계 캐디·카트 선택제 등 자구책
회원제 비회원 그린피 40∼50% 올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호황을 누렸던 제주지역 골프장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골프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다.

7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도내 29개 골프장 내장객은 40만672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만3516명)보다 5만6788명(12.3%) 감소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민 내장객은 17만9730명으로 전년 동기(20만1241명)보다 2만1511명(10.7%) 줄었고, 관광객으로 분류하는 도외 및 외국인 내장객은 22만6998명으로 전년 동기(26만2275명)보다 3만5277명(13.5%) 감소했다.

제주지역 골프장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연간 내장객이 239만명으로 다른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호조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과 2022년에는 289만명, 282만명으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하면서 지난해 제주지역 골프장 이용객은 241만명으로 2022년 282만명과 비교해 14.3% 감소했다.

이 중 제주도민 이외 내국인과 외국인 이용객은 141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1.4% 줄었다.

골프관광객이 급감한데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으로 전환된 뒤 저렴하게 골프를 칠 수 있는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늘면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엔저 현상 등으로 일본 골프비용이 제주도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골퍼들이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1∼3월엔 비수기인데다 눈·비 날씨 등이 잦아 감소세가 이어졌다.

골프관광객이 줄면서 공항과 중문 내국인면세점 매출이 20∼30% 감소하고 음식점·숙박업소 등 관련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실적 부진을 겪으며 골프장 5곳이 경영수지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 지방세를 체납했다. 지난해 기준 체납액은 50억원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일본과 동남아 등 해외 골프관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비 낮은 입장료(그린피)와 물가상승(인건비, 농약, 비료 등)에 따른 경영의 어려움을 전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일본이나 동남아도 골프장 수준이나 등급에 따라 이용요금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제주도보다 결코 저렴하지 않다”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권역별 회원제 골프장 비회원 그린피.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제공
◆골프관광객 줄면서 내국인면세점·음식·숙박업계 등 영향

이에 제주도와 업계는 최근 간담회를 열고 캐디·카트 선택제와 이용료 인하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업계는 이용객 유치 확대를 위해 △도민전용요금, 계절할인제도를 통한 공격적 마케팅 전략 수립 △제주 골프 고비용 인식 개선을 위한 캐디·카트 선택제, 카트비 및 그늘집(식음료) 비용 인하 △미래 골프 꿈나무 육성,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이벤트 대회 △사회공헌활동 확대를 위한 기부존 운영, 소외계층 후원 △고향사랑기부자 골프장 이용료 할인 등을 제시했다.

도는 골프산업 육성을 위해 △국제골프박람회 유치 △국내외 골프대회 유치 및 자체대회 개최 골프장 인센티브 도민 이용 할당제(쿼터제) 도입 △골프 아카데미 및 캐디 양성프로그램 지원 등을 제안했다.

업계는 △골프 비시즌(1~3월, 7~8월) 이용객 유치를 위한 골프장 페스티벌(대회) 개최 지원 △항공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과 마케팅 지원 △도정홍보 채널 등을 통한 제주 골프메카 홍보 △외국인 응대 캐디 양성프로그램 지원 등을 요청했다.

종전 높은 그린피에 예약난을 보였던 것도 그때 뿐, 국내 골퍼가 빠지면서 예약이 수월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높은 요금 행태에 돌아선 고객들을 잡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주도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그린피는 수도권, 강원 다음으로 비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제주도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평균 그린피는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5월 주중 14만6000원, 주말 19만1000원에서 올해는 22만원, 27만3000원으로 주중 50.8%, 주말 43.2% 올랐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결국엔 높은 이용료에 실망한 국내 골퍼들이 돌아섰다는 애기”라면서 “골프가 진정한 대중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해선 캐디선택제 등 이용 편의와 함께 그린피 인하 등 가격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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