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 없이 자랐어도 불만 달고 살았는데”…보육원 기부청년이 남긴 글

이가영 기자 2024. 5. 7. 13: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글쓴이는 보육원에 100만원을 기부한 청년의 사연과 편지를 공개했다. /당근

어린이날인 지난 5일 비 오는 날씨에 보육원을 찾아 100만원이 든 봉투를 전달하고 사라진 청년의 사연이 전해졌다.

이날 지역 기반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의 동네생활 커뮤니티에는 “보육원에 익명의 기부 천사님이 다녀가셨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글쓴이 A씨는 “오늘 비도 오는 날이었는데, 모자와 마스크를 쓴 멋진 청년 천사가 보육원 사무실에 봉투를 전달해 주고는 아주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셨다”고 했다. 이어 “성함과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끊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너무 빠르게 사라지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봉투 안에 100만원과 정성스러운 손 편지까지 (있었다)”며 현금 5만원 다발과 편지를 찍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편지는 “작은 새싹들이 꺾이지 않게 항상 노력해 주시는 선생님들이 노고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했다. 이어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항상 불만을 달고 사는 저를 돌아보면 죄스러운 마음도 든다”며 “비겁하고 겁이 많아 이런 식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지만,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오늘에, 그리고 내일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편지 작성자는 “적은 금액이지만 조금은 더 배부른 한 끼를 대접할 수 있다면 저는 더 바랄 게 없을 듯하다”며 “제가 차마 헤아리지 못할 고충이 많으실 것 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A씨는 “저희 아이들에게 익명 천사님의 사랑을 잘 전달하겠다”며 “천사님 덕분에 따뜻한 5월이 될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 글에는 “정말 멋진 분이다” “가정의 달에 따뜻한 어린이날 선물이다” “진짜 천사님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세 아이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익명의 기부자가 6일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에 기부 물품을 사고 남은 돈 3만원을 봉투에 담아 편지와 함께 전했다. /뉴스1

이 밖에도 어린이날을 맞아 익명으로 기부한 이들의 사연이 전국에서 전해졌다.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80대 노인은 어린이날 연휴를 앞둔 지난 2일 광주 동구의 어린이집 11곳에 간식 꾸러미 600개를 기부했다. 긴급 주거복지 대상자에 오를 정도로 생활 형편이 좋지 않지만, 고물 수거와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간식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에 익명의 시민이 옷과 과자 등이 담긴 상자를 놓고 가는 일도 있었다. 상자 안에는 천 원짜리 지폐 30장과 편지가 담겼다. 편지 작성자는 “첫째가 장애 3급, 저희는 수급자 가정”이라며 “폐지 팔아 최대한 모은다고 한 달 동안 땀 흘리며 노력했는데 능력이 여기까지”라고 했다. 이어 “적은 금액이지만 받아주시고, 많이 못 해 미안하다”며 “어린이날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돼 피자라도 사 먹었으면 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