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불가사리, 뇌 없이도 어떻게 움직일까

김지숙 기자 2024. 5. 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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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댕기자의 애피랩
위키피디아코먼스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Q. 불가사리는 뇌도 심장도 없는 동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육상동물과도, 바닷속에 사는 다른 해양생물들과도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불가사리는 어떻게 이동하고 사냥하는 걸까요?

A. 불가사리는 정말 신비한 동물 같습니다. 신체 일부가 잘려도 재생을 시키기도 하고, 열대와 온대 바닷속뿐 아니라 일부는 극지방에서도 살아남는 불가사의한 생존력을 보여주는 동물이거든요. 게다가 별 모양의 독특한 신체 구조 또한 다른 동물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죠. 같은 극피동물인 성게, 해삼과 비교해도 몸이 방사형을 이룬다는 것 말고는 꽤 달라 보입니다.

이러한 불가사리의 ‘5방사 대칭형’ 구조는 오랜 시간 과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한 수수께끼였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우리가 ‘팔’이라고 알고 있던 불가사리의 신체 부위가 사실은 ‘머리’에 가깝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죠. 당시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사우샘프턴대 제프 톰슨 박사는 “불가사리는 아예 몸통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며 “극피동물의 몸은 곧 다른 동물의 머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불가사리의 중앙에서 뻗어져 나온 ‘다섯 팔’이 사실은 머리의 연장선이라는 주장이었어요.

알엔에이(RNA) 단층촬영을 통해 알아본 불가사리의 신체 구조(a). 회색은 골격, 노란색은 소화관(입), 보라색은 수관계, 파란색은 중추신경계를 나타낸다. 불가사리의 신체 구조를 알아보기 위한 영역 구분(b). 제프 톰슨/사우스샘튼대 제공

해부학적 구조나 신경계를 봐도 낯선 점이 많습니다. 불가사리의 입은 신체 중앙의 아래쪽에, 항문은 위쪽에 있습니다. 입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있는 신체 부위(우리가 흔히 팔이라고 부르는 부위) 아래로는 ‘관족’이라는 수많은 촉수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불가사리는 혈액이 없는 대신, 물을 혈액처럼 몸속에 순환시킵니다. 항문 옆쪽에 있는 천공판으로 해수를 빨아들여 다른 동물의 순환계에 해당하는 ‘수관계’를 통해 물을 신체 구석구석으로 보내는 것이죠.

현재까지 불가사리에서 뇌에 해당하는 기관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동물들처럼 이동하고, 사냥을 할 수 있는 걸까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캠퍼스와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중앙집중적 신경계가 없는 불가사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최근 연구에서 수족관에 사는 ‘초코칩불가사리’(Protoreaster nodosus) 다섯 마리의 움직임을 기록했습니다. 또 불가사리 신체에 실험용 추와 거품 등을 추가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습니다.

연구 결과, 이들은 불가사리가 뇌가 없는 대신 수백 개의 관족이 ‘고도의 동기화’를 통해 일관되게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관족은 ‘유압 스프링’처럼 수관계를 흐르는 물을 채우거나 짜내면서 움직이는데, 불가사리의 몸에 무게를 더했을 때에는 더 많은 관족들이 더 높이 ‘통통’ 튀면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매튜 맥헨리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교수는 “관족은 하나하나가 작은 유기체와 같은데, 모두 한 몸에 붙어있는 형태”라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설명했습니다.

불가사리는 몸이 중심부에서 뻗어 나간 다섯 개의 구조 아래 많은 관족들이 달려있다. 관족을 이용해 이동하고, 먹이를 움켜쥔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이러한 불가사리 관족의 움직임이 마치 여러 사람이 한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는데요, 에바 칸소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같은 자동차를 받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가 들어 올리기를 멈추면, 다른 쪽이 바로 힘을 더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불가사리의 신경계에서 어떠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가 없더라도 각각의 관족들이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족은 이동뿐 아니라 사냥에도 핵심적인 기관입니다. 소형 육식동물인 불가사리는 미역, 해면뿐 아니라 조개, 성게, 해삼, 게 등을 먹이로 삼습니다. 양식장의 어패류를 다 잡아먹어서 ‘바다의 해적’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이렇게 조개를 사냥할 때, 흡착력을 지닌 관족은 조개의 껍질을 벌리고 먹이를 신체 중앙의 위까지 이동시킵니다. 뇌나 심장이 없다고 얕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독특한 생존비결을 지닌 불가사리는 여전히 신비한 동물 같습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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