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혐오를 넘어, 돌봄의 확장을 탐색하다

유혜인 기자 2024. 5. 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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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부모됨은 한때 나이를 먹는 것만큼이나 생물학적인 일이었다.

천사같이 귀여운 얼굴을 한 아이는 사실 부모를 지치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입양 부모나 동성 부모 역시 훌륭한 양육자일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양육에 대한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 일과 양육을 모두 거뜬히 해내는 수퍼맘 혹은 맘충으로 대표되는 부모에 대한 팽배한 혐오를 볼 때, 우리는 여전히 양육의 책임을 온전히 엄마 혹은 부모에게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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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과 성장을 통한 부모 되기 '돌봄의 돌보는 세계'
개인적 일이 아닌 사회 전반의 목표로 확산하는 양육
부모됨의 뇌과학 (첼시 코나보이 지음, 정지현 옮김 / 코쿤북스 / 512쪽 / 2만 5000원)

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부모됨은 한때 나이를 먹는 것만큼이나 생물학적인 일이었다.

인간은 성년이 돼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모가 됐다. 아이를 돌보는 일, 양육은 생물학적 과정에 따르는 부차적인 일에 가까웠다. 약간의 어려움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마음가는대로 무리 없이 치러낼 수 있었다.

이 책은 최신 뇌과학을 통해 부모됨의 의미를 새롭게 탐구한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에 따르면 양육에 대한 과거 관점은 우리가 그 일을 온전히 엄마의 일로 여김으로써 가능했다. 모성 본능은 임신과 출산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고, 엄마는 마치 타고난 것처럼 아이를 능숙하고 기쁘게 돌볼 수 있다는 관념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모성이 의무도 운명도 아니며, 자식이 없다고 불완전한 상태로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집단으로서 우리는 정말 그렇게 생각할까?

모성 개념은 대중의 관념 속에도 깊이 박혀 있다. 미디어와 SNS에는 아름다운 모성 이야기가 넘쳐난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소비하는 양육의 이미지는 천사 같은 아이에게 사랑을 느끼고, 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부모는 무엇을 주어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충만한 삶의 의미를 느낄 거라고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현실은 한층 잔혹하다. 천사같이 귀여운 얼굴을 한 아이는 사실 부모를 지치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부모는 24시간 내내 잠도 자지 않고 아이를 돌봐야 하고, 부모가 한시라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귀청 나갈 만큼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선사한다.

본능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떻게 부모가 되는 걸까?

한 연구에 따르면 육아는 본능이라기 보다 뇌에 관련된 신경 연결, 즉 돌봄 회로가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점점 능숙한 일이 돼 간다. 돌봄 회로는 아이라는 강력한 자극에 적절한 방식으로 충분시간 노출될 때 발달한다. 물론 엄마는 산전과 산후의 극적인 호르몬 변동으로 돌봄 회로 생성이 촉진된다.

과학자들은 성별이 아니라 행동이 호르몬을 바꾸고, 돌봄 회로 생성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주체가 엄마인지 아빠인지는 덜 중요하다. 아이 가까이에서 체온을 나누고 눈을 맞추며 아이의 욕구를 돌보려고 애쓰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돌봄 회로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입양 부모나 동성 부모 역시 훌륭한 양육자일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양육에 대한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 일과 양육을 모두 거뜬히 해내는 수퍼맘 혹은 맘충으로 대표되는 부모에 대한 팽배한 혐오를 볼 때, 우리는 여전히 양육의 책임을 온전히 엄마 혹은 부모에게만 묻는다. 하지만 누구도 처음부터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도움과 성장을 통해 부모가 된다. 아이가 그렇듯 부모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전력으로 이해하고 돌보는 일은 우리가 더 넓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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