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아·오방·의재의 삶 속으로… 역사 산책로 무등산서 펼쳐지는 산길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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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무등산 증심사 바로 밑 개울 건너편에 있는 삼나무 숲 언덕엔 조그마한 집이 한 채 있다.
무대는 그럴듯한 공연 시설이 갖춰진 극장이 아닌 무등산 산길(증심사 입구~의재미술관·춘설헌)이다.
동구 관계자는 7일 "나눔을 실천하며 무등산에 머물렀던 오방·석아·의재 선생의 발자취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며 "새로운 콘텐츠로 만나는 3명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간의 숲, 무등'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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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역사 인물 이야기 11월까지 공연
광주광역시 무등산 증심사 바로 밑 개울 건너편에 있는 삼나무 숲 언덕엔 조그마한 집이 한 채 있다. '춘설헌(春雪軒)'이다. 한국 남종화(南宗畵·동양화의 한 분파로 북종화에 대비해 감흥을 존중하며 부드러운 준법을 쓰는 화풍)의 대가 의재 허백련(1891~1977) 화백이 화실로 쓰며 차를 마셨던 곳이다. 그러나 춘설헌이 처음부터 춘설헌은 아니었다.
애초 이 집은 '석아정'이었다. 광주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인 석아(石啞) 최원순(1896~1936) 선생이 자신의 호를 따 석아정이라 명명했다. 1919년 일본에서 한국 유학생들의 2·8독립선언을 주도했던 그는 당시 일제가 작성한 요시찰조선인 동정 명부(요즘 말로 치면 블랙리스트)에 '을호' 대상자로 분류됐다. 1928년 동아일보 기자 시절 필화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며 건강이 악화한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석아정을 짓고 8년간 기거했다. 그가 세상을 뜬 뒤 석아정은 평생을 빈민 구제 활동과 독립운동, 교육 운동 등에 헌신한 오방 최흥종(1880~1966) 목사에게 넘겨졌고, 그 이름도 주인 따라 오방정으로 바뀌었다. 석아, 오방, 의재가 한 공간을 통해 시간을 이어온 셈이다.
광주 동구가 이렇게 무등산과 연결된 이들 역사 인물의 이야기를 장소 특정형 연극 프로그램 '시간의 숲, 무등'이란 제목을 걸고 풀어낸다. 동구는 복합문화공간인 '10년 후 그라운드'와 협업을 통해 그간 전시나 책으로만 접하던 이들의 삶을 '시간 여행'이라는 요소를 더해 뮤지컬 작품으로 제작했다. 무대는 그럴듯한 공연 시설이 갖춰진 극장이 아닌 무등산 산길(증심사 입구~의재미술관·춘설헌)이다. 관객들이 산길을 오르고 내리며 극단(유피씨어터) 배우들의 공연을 볼 수 있게 했다. 동구는 이를 위해 새롭게 만든 창작곡 6곡도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은 11일을 시작으로 11월까지 총 12회 펼쳐진다.
동구 관계자는 7일 "나눔을 실천하며 무등산에 머물렀던 오방·석아·의재 선생의 발자취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며 "새로운 콘텐츠로 만나는 3명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간의 숲, 무등'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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