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왕 구천의 인구 증가책[오후여담]

2024. 5. 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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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동주(吳越同舟·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 배를 타다)' '와신상담(臥薪嘗膽·장작 위에서 자고 쓸개를 핥다)'의 사자성어를 남길 정도로 중국 춘추시대 말기 오나라와 월나라는 원수지간이었다.

월나라 구천에게 부왕(합려)을 잃은 오나라 부차는 '와신'하며 절치부심한 끝에 구천을 패배시키고 노예로 삼는 등 치욕을 안겼다.

2500년이나 지난 중국 얘기를 꺼낸 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아 구천이 나라를 부강케 하려고 사용한 인구 증가책에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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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오월동주(吳越同舟·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 배를 타다)’ ‘와신상담(臥薪嘗膽·장작 위에서 자고 쓸개를 핥다)’의 사자성어를 남길 정도로 중국 춘추시대 말기 오나라와 월나라는 원수지간이었다. 월나라 구천에게 부왕(합려)을 잃은 오나라 부차는 ‘와신’하며 절치부심한 끝에 구천을 패배시키고 노예로 삼는 등 치욕을 안겼다. 우여곡절 끝에 풀려난 구천은 원수를 잊지 않기 위해 17년간 ‘상담’하며 나라를 일으켜 기원전 473년 오나라를 멸망시켰다.

2500년이나 지난 중국 얘기를 꺼낸 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아 구천이 나라를 부강케 하려고 사용한 인구 증가책에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대에는 인구가 곧 국력이었으니 필사적으로 인구를 늘리려던 구천은 2024년 한국에도 시사점을 주는 혁신적인 정책을 폈다. 임신을 관가에 알리면 즉시 의원을 보내 해산을 돌봤다. 출산하면 술과 고기를 보내 치하했다. 아들 셋을 낳으면 관에서 보모를 붙여줬고, 둘을 낳으면 양식을 대줬다. 자녀를 많이 낳으면 세금도 면제하거나 줄여줬다. 당근만 준 게 아니다.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나는 결혼은 못 하게 하고 젊은 남녀의 결혼을 권장했다. 여자는 17세, 남자는 20세가 지나도 혼인하지 않으면 부모를 처벌했다.

한국이 저출생으로 망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지난해 0.72명으로 충격을 준 합계출산율은 올해는 0.68명으로 더 떨어진다. 지난해 신생아는 23만 명으로 8년 새 반 토막 났다. 유치원은 물론 초·중·고교 폐교가 빨라지고 있다. 2022년 5002만 명이던 인구가 20년 후엔 4677만 명으로 준다. 경제활동 인구는 급감하는데 부양해야 할 노인은 급증해 국민연금 파탄은 예정돼 있다.

이런데도 정부와 여야는 별다른 긴박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은 조금 더 내고 매우 많이 받는 ‘연금 개악안’의 이번 21대 국회 처리를 요구할 정도로 무신경하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인데, 2061년에 기금이 고갈되고 2093년 누적적자가 702조 원으로 늘어난다. 후세대는 죽든 말든 오늘만 살자는 안을 국회 제1당 대표가 태연스레 주장한다. 뭘 잘 모르는 걸까, 알면서도 그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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