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명→1.58명... 출산율 끌어올린 독일의 비결

기고=김택환 2024. 5. 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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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택환 독일 본대학교 박사·전 경기대학교 특임교수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1994년 구 동독 지역 출산율은 오늘 날 우리와 유사한 0.77명이었다. 그러나 2021년 독일의 출산율은 구 동독 지역 포함 1.58명까지 상승했다. 독일의 출산율은 우리나라(2023년 기준 0.72명)의 두 배다. 독일 출산율 반등은 여성의 일과 육아양립, 부모수당, 아빠 육아참여, 돌봄제도 도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연방의회는 출산율을 높일 다양한 입법활동을 해왔다. 

독일 마르부르크(TABOR)대 사회복지학과와 베를린 신학연구센터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한미선 박사 등 독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독일 출생률 반등은 연방의회의 입법활동과 더불어 가족부의 가족정책과 사회보장제도, 교육제도, 조세제도, 지방자치제도가 조화롭게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나무와 숲의 관계로 설명한다.

30여년 전 0.77명에서 1.58명까지 독일의 출산율이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베이비뉴스

독일의 출산율은 크게 4 차원 입법으로 ▲직접적인 돈·사회복지 지원 ▲교육제도 ▲조세제도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연방국가의 지방자치제도 역할이 조화롭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반등하고 있다. 독일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투입하는 재정은 GDP 대비 3.24%. 이 역시 우리 예산의 두 배가 넘는다. 

우선 독일은 법적으로 산모와 아이에게 ▲직접 경제적 지원 ▲일과 육아 양립을 위한 사회노동정책 ▲보육·교육을 위한 지원과 인프라 ▲미혼·비혼 여성 출산에도 일반 가정처럼 동일한 지원 등을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 1980년대 유학생 가정에도 출산장려금 주던 독일

1980년대 필자가 독일에서 유학 하던 시절의 일이다. 1986년, 아들이 독일 본(Bonn)시에서 출생했을 때 우리의 신분이 외국 유학생 가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에서는 출산장려금으로 매달 600마르크와 우유값 50마르크를 받았다. 당시 중도우파인 기민당의 헬무트 콜 총리는 '가족친화사회'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나 영국 대처 총리와 달리 신자유주의를 채택하지 않고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했다. 또한 중도좌파인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이어받아 이른바 '동독 퍼주기'를 강화해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평화통일의 주역이라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그가 또 아이 친화사회를 위해 '법적'(Bundeskindergeldgesetz)으로 도입한 '아동수당'(Kindergeld)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모든 아동이 18세가 될 때까지 매월 250유로를 지급한다.

독일은 경제적 지원만으론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는 한계를 깨닫고 시대에 맞는, 유연하고 총체적인 대응에 나섰다. 먼저 의회가 나서 법률을 재정비했다.  '엄마보호법'(Mutterschutzgesetz) 개정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의 내용은 산모는 산전 6주~산후 8주 동안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으며 임금의 100%를 받을 수 있다. 고용주가 해고할 위험도, 경력단절 될 위험도 없다. 비용은 고용주와 의료보험이 공동 부담한다. 

둘째, 일과 육아 양립이다. 이를 위해 독일은 '법적'(Gesetz zum Elterngeld und zur Elternzeit)으로 중요한 '3 정책'을 도입했다. 특히 '부모시간' 및 '부모수당' 도입과 정부의 돌봄 지원 등이 출산율 반등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시간'이란 부모 한 명 당 3년까지 무급휴직을 신청할 수 있고, 독일의 부모는 아이가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세 번에 걸쳐 휴직할 수 있다. 부부의 유급 육아휴직 기간은 1년 2개월인데 이중 2개월은 남성의 몫으로 의무화했다. 지난해 독일 아빠 육아휴직 기간은 두 달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부모수당'으로는 출산 이후 14개월 간 실질소득 65%(저소득층은 100%), 최대 월 1800유로(약 258만원)까지 지원한다. 법적 육아휴직기간 3개월을 포함해 부모수당은 최대 3년 휴직기간에 제공하며 이 기간에 파트타임으로 근무할 경우 '부모수당 플러스'가 적용돼 부모수당 급여의 절반을 받지만 급여 기간은 두 배로 연장된다.

셋째, 보육·교육을 위한 돌봄 시스템 구축을 '법적'(Pflegestarkungsgesetz : PSG)으로 보장했다. 독일에서는 생후 6개월부터 여섯 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다니는 독일 유아원·유치원이 오후 4시까지 전일제로 운영된다. 1996년부터 3세 이상 모든 아이들은 유치원 자리를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또한 종교계 역할로 독일의 거의 모든 교회·성당(4만 5600개)이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적극 육아와 돌봄에 참여하고 있다. 필자 아들도 대학이 운영하는 유아원과 천주교가 운영하는 유치원에 다녔다. 2003년부터 초등학교 전일 돌봄 체계가 도입됐고 오후 4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하는 전일제 학교 비중은 2020년 71.5%로 증가했다.

◇ 미혼·비혼 출산 여성 자녀도 차별없는 지원과 사회적 분위기..독일 혼외 출산 35% 

넷째, 미혼·비혼 출산 여성과 혼인 출산 가정 여성의 동일한 지원이다. 독일에선 미혼·비혼 여성의 자녀들도 동일한 경제적 혜택을 받는다. 부정적인 인식 없이 미혼모도 당당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분위기가 독일에는 조성돼있다. 미혼·비혼 여성에 대한 법적, 경제적 지원과 동등한 대우 덕에 독일의 비혼 출산비율은 35%에 이른다. OECD 평균 40%, 우리나라는 2%에 머물고 있다.

독일 저출산 반등에는 법과 교육제도도 든든한 한 몫을 하고 있다. 먼저 교육제도에서 독일은 '4무(無)'의 나라다. 입시지옥, 사교육비, 대학등록금이 없고, 학교폭력이 거의 없는 사회다.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 대학등록금이 없고, 중산층 이하 대학생들에게는 법적으로 생활장학금을 월 100만원 씩 무이자로 지급한다. 교육에 돈 걱정이 없는 사회다. 

부자가 아니라도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복지제도와 조세제도가 발달한 것도 독일 출산율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 '아이보조금'은 저소득 가정에 아동수당 외 수입과 자산규모에 따라 추가 지원하는 돈이다. 이들은 자녀가 25세가 될 때까지 1명당 최고 292유로를 받을 수 있다. 한부모 가정의 자녀에게는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매월 평균 300유로 이상을 지급하며, 서민계층의 주택자금, 생활비자금, 기타 일회성 자금을 촘촘하게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작동되고 있어 아이 키우는 데 경제적 어려움이 없다. 또한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은데 돈 때문에 제약을 받아선 안 된다'는 철학에 따라 부모에게는 세금감면 혜택이 있다.

독일의 이민자 출산율은 원주민 출산율보다 두 배 높다. 독일 전체 국민 25%가 이민자 출신이다. 다만 독일에선 고학력자들과 페미니스트 여성의 출산율은 낮게 나타났다.

독일 연방정부 저출산 대응정책 그 자체는 반쪽짜리다. 나머지 반쪽은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는 성숙한 지방자치제도와 전국 균형 발전이 채운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독일은 '전국 어디서나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어서 청년들이 수도인 베를린으로 갈 필요가 없다. 고향에서 좋은 직장에서 일 하고 결혼해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 비혼자와 이민자들의 출산 '영웅'..육아친화 환경 구축하는 기업의 노력 

마지막으로 독일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 기업들이 적극 나선다. 대표적으로 도이치텔레컴(DT)을 들 수 있다. DT에는 여성 경력단절이 없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며,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제도를 적용해 육아와 출산 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했다. 그 결과 DT의 기업 전체 출산율은 2.0명 이상.  

기업의 노력에 부응하며 독일 연방의회와 정부는 기업의 직장 내 돌봄센터 운영을 지원한다. 대기업 아닌 중소기업은 연합해서 돌봄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할머니 등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가정에 지원하는 '돌봄지원·경감법(Pflegeunterstutzungs- und –entlastungsgesetz)'을 제정해 시행 하고 있다.

세계 초저출산을 기록한 대한민국이 출산율을 높이려면 독일처럼 다양한 제도를 입법하고 사회지도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실제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아이 두 명을 입양해 키웠다. 독일처럼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 아이가 있는 이민자들이 '영웅''이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을 보내온 김택환 교수는 독일 본대학에서 언론학·정치학·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국가비전전략가와 독일·4차산업혁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 20권 이상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 300회 이상 특강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기고글은 지난 3일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과 국회의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김택환 박사가 발표한 토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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