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입찰 위탁업체 직원 자료유출…법원 “공무상 비밀누설 무죄”

허욱 기자 2024. 5. 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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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관의 직원들이 국책입찰 공고를 내기 전 관련 정보를 유출한 혐의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박소정 판사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 실장 A(55)씨와 부하 직원 B(2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정부로부터 수소 관련 연구용역 사업 등을 위탁 받아 수행하는 곳이다. 애초 저탄소 수소경제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2017년 출범해 정부 부처와 기관, 관련 업체 간 민관협의체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이 곳 직원 A씨 등은 2021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이 발주한 8800만원 상당의 ‘수소에너지산업 고도화 인력양성 사업’ 용역과 관련한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 등이 입찰 공고를 조달청에 내기 전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제안 요청서나 교육 프로그램을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미리 전달했고, 그해 9월 연구원이 이를 토대로 단독 응찰해 낙찰 받은 것으로 봤다.

검찰은 A씨 등에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이 공무원은 아니지만, ‘진흥 전담 기관의 임직원은 형법 일부 조항을 적용할 때 공무원으로 간주한다’는 수소법 규정에 따라 해당 죄목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 등의 자료 전송 사실과는 별개로 검찰의 법 해석이 잘못됐다며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서 비밀은 국가나 공무소가 법령에 의해 보유한 비밀”이라며 “정부의 재정 지원과 감독을 받고, 이 사건 용역도 산업부 산하기관 발주에 의한 국책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법률상 지위는 민법상 사단법인에 불과해 그 업무가 공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이 유출한 자료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비밀’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자료는)입찰 전 공개된 것으로 법령상이나 명시적으로 비밀로 분류돼 관리됐던 것도 아니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간접적으로 입찰 공정성에 지장을 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가능성만으로 공무상 비밀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부당한 유추해석”이라고 했다. 검찰은 법원의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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