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품에 안은 카카오, 슬기로운 멀티 레이블은 계속될까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5. 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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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카카오,SM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에 청신호가 켜졌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이를 조건부 승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공정위가 내건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는 단서가 남아있다. 시세조종 의혹을 둘러싼 카카오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강력한 IP를 보유한 SM을 품에 안은 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하위 레이블을 보유한 카카오의 숙제는 이러한 멀티 레이블을 슬기롭게 운영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2일 카카오가 SM 주식 39.87%를 취득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지난해 3월 카카오는 공개 매수를 통해 SM의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카카오는 최대 주주 지위 확보 직후인 지난해 3월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는데 공정위의 심사는 1년이 넘게 진행됐다. 카카오 하면 떠오르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승인이 불허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공정위는 둘의 결합을 승인했다.

/사진=멜론

단,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인 멜론을 보유한 카카오엔터가 SM 아티스트의 음원 IP까지 확보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경쟁 음원 플랫폼이 카카오에 음원 공급을 요청할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공급을 거절하거나 공급을 중단 또는 지연하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또한 독립된 점검 기구를 통해 자사 우대 여부를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카카오는 앞으로 3년간 이러한 내용의 시정조치를 따라야 한다. 다만,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시정조치 전부 또는 일부의 취소·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기업결합은 조건부 승인을 받아냈지만, 인수 과정에서의 사법적 판단이 남았다는 문제가 있다. 검찰은 카카오의 일부 임원진이 SM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은 시세조종 의혹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SM

이런 점들을 고려하더라도 카카오와 SM의 결합은 K팝 시장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더 보이즈(IST), 아이브(스타쉽), 아이유(EDAM), 스테이씨(하이업)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던 기존의 뮤직 사업부 라인업에 에스파, NCT, 라이즈 등 막강한 IP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많은 하위 레이블에서 각자의 아티스트를 론칭하는 시스템은 언뜻 하이브의 다양한 멀티 레이블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경향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하이브는 각각의 소속사보다는 하이브라는 전체 레이블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쏘스뮤직의 르세라핌보다는 하이브의 르세라핌이 강조됐고, '빌리프랩 신인' 아일릿보다는 '하이브 신인' 아일릿이라는 수식어가 더 자주 쓰였다. 다른 아티스트를 둘러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카카오는 카카오 레이블이라는 정체성을 그리 강조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보면 더 보이즈, 아이브, 아이유를 묶어 카카오 레이블 소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각각의 소속사인 IST, 스타쉽, EDAM이 강조됐다. 대중들의 인식에서도 이들이 같은 레이블 소속으로 묶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금의 라인업에 SM이 추가돼도 이러한 기조는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스타쉽, EDAM

레이블로서의 소속감을 강조한 하이브와 개별적인 독립성을 보장한 카카오의 방식에 정답은 없다. 각자가 가진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자신들이 택한 방향성을 슬기롭게 운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하이브는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 임원진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들의 갈등 원인 중 하나로는 레이블의 독립성 보장과 관련한 문제가 있었다.

반면, 각각 레이블의 독립성을 존중한 카카오는 아직까지 슬기롭게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독립성만 강조하는 건 아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SM과 북미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카카오 레이블로서 SM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권기수, 장윤중 공동 대표를 새롭게 선임한 카카오엔터는 핵심 비전 중 하나로 '멀티 레이블 체제 고도화'를 꼽았다. 특히 뮤직 사업에서 음악 IP 부문을 신설하고 장윤중 대표가 이를 직접 이끌어나가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SM이라는 든든한 조력자이자 무기를 품에 안은 카카오가 앞으로도 멀티 레이블을 슬기롭게 운영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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