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의 차이나 라이브] 중국에도 19兆 '감성 경제' 뜬다 | 아인슈타인의 뇌, 행운의 미스트…가상 제품 위로받는 中 청년들

베이징=이윤정 조선비즈 특파원 2024. 5. 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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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판매 중인 가상 감성 제품들. 사기만 하면 똑똑해진다는 ‘아인슈타인의 뇌(왼쪽)’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행운의 미스트’. 사진 타오바오

“아인슈타인의 뇌, 사기만 하면 자동으로 똑똑해집니다. 한번 시도해 보세요. 우리의 모토는 ‘지성이면 감천(心誠則靈)’. 한번 시도해 보세요. 시험 등을 보기 전 최소 이틀 전에는 구매해야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단 영어 관련 시험에는 사용하지 마세요. 아인슈타인은 영어에 약했거든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뇌’는 0.5위안(약 95원)짜리 가상 제품으로, 돈을 내도 상품을 받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반응은 폭발적이다. 현재까지 10만 개 이상이 팔렸고, 지난해 타오바오 10대 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험을 앞둔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주 고객층이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사고 난 뒤 시험에서 60점 합격선을 2점 넘겨 통과했다” “뇌가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인데도 사용 가능하다” 등의 장난 섞인 수많은 사용 후기도 올라와 있었다.

경제 둔화와 높은 실업률 등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에 지친 중국 청년들이 정서적 안정을 주는 가상 제품에 빠졌다. 가성비를 추구하며 소비를 최대한 절제하는 가운데서도 이 같은 가상 제품에는 오히려 지갑을 열자,중국에서는 ‘감성 경제’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돈을 지불했음에도 실물 상품이 없는 만큼 사기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소비자 권익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월 11일 공런일보는 “최근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다양한 가상 감성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상 제품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사기만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아인슈타인의 뇌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행운의 미스트’ 등 축복형부터, 판매자에게 미워하는 사람의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주면 대신 괴롭혀 준다는 ‘가상 모기’ 등 오락형, 판매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영혼의 나무 옹이’, 실연의 아픔을 치료해 준다는 ‘애정 뇌 제거술’ 같은 치유형도 있다.

이러한 상품을 사는 구매자 대부분은 Z 세대(1997~2010년생)로 알려졌다. 이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입시, 취업 경쟁에 노출돼 있다. 중국 매체들은 가상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에서 긍정적 심리 상태와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얻는다고 분석한다. 관젠 난카이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삶의 속도가 빨라지고 선택지가 더욱 다양해지는 요즘, 청년들은 가치관 충돌로 혼란과 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가상 감성 제품에서 심리적 편안함과 정서적 배출구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 감성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감성 경제’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감성 소비 시장 규모는 최소 1000억위안(약 18조9600억원)에 달한다. 관 교수는 “현재 청년들의 소비 동향에서는 정서적 가치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며 “청년들은 정서적 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기업은 감성 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을 펼치고 있다. 즉 수요 측과 공급 측이 함께 일궈가는 ‘감성 경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23년 청년 소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9.3%는 구매 결정 원인으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들에게 정서적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재 중국 청년들의 소비 동향에서는 정서적 가치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청년들은 정서적 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기업은 감성 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을 펼치고 있다. 즉 수요 측과 공급 측이 함께 일궈가는 '감성 경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가상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중국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먼저 청년들의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 같은 제품들을 구매해 일시적으로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지나치게 의존할 만큼 심각한 정서적 문제가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판매자들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천중윈 중국 정법대 교수는 “구매만 하면 아인슈타인의 뇌가 자동으로 몸에서 자라난다는 등의 설명은 누군가에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아직 분별력이 부족한 초등학생의 경우 이를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고, 이 경우 허위 광고가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징스법률사무소의 슝차오 변호사 역시 “가상 감성 제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판매자들이 브랜드, 저작권을 무단으로 사용할 수 있고,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 판매자들이 무형의 정서적 가치를 제공해 큰 매출을 얻고 있는 만큼,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환 시장분석가는 “가상 감성 제품 판매자들은 지능 향상 등의 효과를 진지하게 홍보해 소비자의 지불을 유도하고 있다”며 “이들의 행동은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Plus Point
미래 불안에 金 시장 ‘큰손’ 떠오른 中 청년층
“강한 저축 의지…위험·수익 균형 찾아 富 축적”

지난 2월 중국 베이징 최대 귀금속 도·소매 센터인 완터보석성 1층 금 주얼리 전문점 내부가 금을 구매하려는 이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이윤정 기자

중국 청년층이 금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진학, 취업 등 끝없는 경쟁에 시달리는 가운데 경기 둔화까지 겹쳐 미래 불안감이 커지자, 보다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금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금협회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금제품 시장 규모는 5180억위안(약 98조2128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성장했다. 소비량 기준으로 보면 1089.7t으로 1년 전보다 9% 가까이 늘었다.

중국 금 시장의 성장세는 청년층이 견인하고 있다. 절강일보에 따르면, 금 구매 경험이 있는 중국 청년은 최근 5년 사이 16%에서 59%로 늘었다. 특히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1g짜리 ‘황금 콩’에 청년층이 몰리고 있다. 황금 콩의 개당 가격은 세공 수준에 따라 400~800위안(약 7만6000~15만2000원) 선이다.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해 신경보는 최근 중국 청년의 금 구매 원인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는데, ‘물욕을 즉시 해소할 수 있고 재테크도 할 수 있다’는 답변이 33%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금은 가치 보존이 가능하고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30%)’는 답변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투기로 글로벌 금 시장에서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고 4월 24일(현지시각) 보도하기도 했다.

극심한 실업률과 경기 둔화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 같은 안전 자산을 통해 자산 증식에 나섰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월 청년(16~24세) 실업률은 15.3%지만, 실제는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청년 실업률이 21.3%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돌연 발표를 중단, 대학 재학생 등을 대상에서 제외한 새로운 청년 실업률 통계를 지난해 12월부터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14~15%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시나닷컴은 “현대 청년층은 경제 환경의 변화 속에서 강한 저축 의지와 재무관리 인식을 보이고 있다”며 “위험과 수익의 균형을 찾아 부의 축적과 자산 가치 상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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