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용의 리얼밸리 <6>] 당신 삶의 작은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법

김태용 EO 대표 2024. 5. 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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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항상 더 나은 혁신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국도 실리콘밸리처럼 될 수 없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안타깝지만 어렵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낙담한다. 한국어로 제품을 만들면 5000만 명이 쓸 수 있지만, 미국에서 영어로 제품을 만들면 한국 국민보다 더 잘사는 3억 명 이상이 쓸 수 있고, 15억 명 이상의 시장에 도달할 수 있다. ‘K컬처’는 대단하지만, 문화의 중심인 미국에 한참 못 미친다. 한국에서는 안 되는 비즈니스도 너무 많다. 얼마 전 트위치가 철수했고,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은 불법이거나 제한적인 영업만 가능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율주행차도 보기 어렵다. 규제 혁신이 빠르게, 선도적으로 이뤄질 것 같지도 않다. 모두가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낙담하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지난 7년간 실리콘밸리를 취재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사람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주변 사람이 낙관적이고, 사업하는 분위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옆에 있는 사람도 덜 두려워하고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한다. 모두가 말도 안 된다고 했던 10~20년짜리 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해 막대한 돈을 번 사람이 나타나면 다른 투자자도 돈 싸 들고 그런 투자를 하려고 한다. 다양한 배경의 독특한 사람들이 독특한 가치관과 특별한 대의를 갖고 모여 독특한 데이터(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에 대한 성공률, 투자수익률, 성공 경험 등)를 얻게 되면 ‘혁신 중력’이 만들어진다. 할 수 있다고 믿고, 더 큰 일에 도전하는 인재와 자본이 계속 특정 지역과 커뮤니티로 쏠리게 되는 현상이다. 이 모든 건 사람에게서 출발한다.

김태용 EO 대표현 퓨처플레이 벤처파트너

모두가 실리콘밸리에 갈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한국에서도 수십조원, 수백조원의 비즈니스 기회가 있었다. 이제 더는 기회가 없겠지 싶을 때 쿠팡, 당근마켓 같은 기업이 나타났다. 한국은 자본력이 부족해 인공지능(AI) 분야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를 들었지만, 얼마 전 ‘업스테이지’라는 국내 AI 스타트업이 1000억원을 투자받았다. 한계를 극복하고 도전하며 나고 자란 터전을 그다음 단계로 혁신하는 기업가들은 언제나 있어왔다.

당신의 삶에 작은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주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주변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특히 지금껏 살아온 삶의 궤적과 다른 도전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계속해서 안 된다고 밀하는 주변 사람과 잠시 멀어지는 것이 좋다. 비판적인 피드백을 멀리하라는 것이 아니다. 비판적인 피드백을 주는 사람 중에 플러스(+)가 되는 인사이트와 긍정적인 경험을 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마이너스(-) 경험을 주는 사람을 멀리하라. 나한테 배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나아가 어색해도 인사를 주고받고, 도움을 청하고, 또 남들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을 찾아서 가치를 증명하고 신용을 쌓아라. 사람은 복잡한 듯하면서 단순하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긍정 에너지를 얻고, 힘들어도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얻는다. 인간관계 속에서 내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작은 가치, 쓰임이 있을 때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실리콘밸리 같은 세계 최고를 마냥 부러워하기보단 당장 적용할 것을 빠르게 적용하고, 우리 강점을 이해하고, 안 배울 건 안 배우는 게 도움이 된다. 실리콘밸리는 길게 보면 200년, 짧게 봐도 100년은 걸려 세계 패권 국가가 만든 기업가 정신 생태계다. 대한민국은 약 40년 남짓 짧은 기간에 기적적으로 경제성장을 일군 세계 10위권 선진국이다. 역사가 짧고, 시장이 작으며, 덜 개방적인 글로벌 취·창업 인프라, 규제 제도 등을 부채로 안은 채 성장했다. 오늘 우리 앞을 가로막는 것은 과거 당대 최고들이 선택한 나름의 최선이었다. 해묵은 문제를 푸는 일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람은 사람에게 영향을 받으니 주변 사람을 바꿔보라는 말은 나의 특별한 조언이 아니다. 실리콘밸리 최고 기업가, 투자자가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남 신경 안 쓴다는 미국인조차 낙관주의가 꽃피운 곳에서 낙관적으로 변한다. 당신만의 작은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한국 사회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고 기업을 일구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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