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한국 아이들…"초등학교 고학년이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 [스프]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2024. 5. 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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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조동찬]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붕년 교수와의 대담

보건복지부가 6세에서 17세 사이 소아·청소년 6천2백여 명을 직접 만나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했다. 국내 첫 표본 조사였는데, 불안증, 섭식 장애 등 정신 질환을 앓은 비율은 16.1%였고, 7.1%는 조사 당시에도 앓고 있었다. 특히 자살 생각이나 시도 등 자살 관련 행동이 2.2%에서 확인됐는데 1%는 조사 시점 기준 2주 이내였다. 책임 연구자인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붕년 교수는 국내 어린이·청소년의 정신 건강 상태는 심각했고, 특히 자살 관련 행동은 위험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아이들이 자살 계획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세우고, 자살 시도를 충동적으로 한 경력이 있으며, 특히 자살을 시행하는 방법이 정말 죽을 수 있는 그런 위험한 방법이었다면 가장 위험한 단계까지 이미 와 있다는 겁니다. 이런 게 없더라도 아이가 학업, 또래 관계 등에서 의욕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에만 몰입돼 있는 패턴을 보인다면 이것 역시 응급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정신건강 치료를 받은 소아·청소년은 6.6% 불과했다. 오스트리아 47.5%, 미국 41.6%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이다. 연구팀은 치료 기피 이유를 사회적 편견 때문으로 분석했다. 아이에게 정신과 치료 기록이 있으면 실손 보험을 못 들어 치료비 부담이 클 것이라는 이유가 40.9%, 취업에 불이익이 생긴다는 응답이 46.5%를 차지했다. 특히 ADHD, 자폐증 등의 발달 장애에는 진단과 치료를 더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가장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할 구석이라고 분석했다.

"자살 위험은 우울증에서만 높아지는 게 아닙니다. 자살 위험을 낮추려면 전반적인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함께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체계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자폐증 등 신경 발달 장애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적절하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코드(진료 차트에 입력하는 병명)를 사용하게 되면 그 코드 때문에 다른 종류의 실손보험이나 아동보험들이 제대로 지급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치료비를 부모님이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국내외 연구에서 ADHD가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자살 사고는 2배, 그리고 자살 시도는 무려 4배 이상 높아집니다. ADHD 문제만 잘 치료해 줘도 그 아이들이 충동적으로 자살 시도나 자살 위험의 행동을 할 가능성을 4분의 1 이하로 낮출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소아·청소년 자살 관련 행동이 방치되면 성인이 됐을 때 자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인데,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에서 어릴 때 방치된 자살 위험도가 성인이 되면 6배나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 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의 해법은 어쩌면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 문제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 초등학교 고학년

기사내용과 관계없는 자료사진입니다.
2021년, 연세대학교 연구팀이 OECD 22개 국가의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를 비교 연구했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79.50점으로 조사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건강하다고 생각한다'와 '삶에 만족한다'는 항목이 꼴찌, '외롭다'는 항목이 꼴찌에서 2번째였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건강하지 않고, 삶에 만족하지 않으며, 외롭다는 것인데, 그것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 연구 말고도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많은 전문가들이 어른들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도 불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좀 더 정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핵심은 바로 소아와 청소년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소아와 청소년은 불행의 원인은 물론 행동 패턴도 다르다고 설명한다. 소아는 보호자의 불안이 그대로 전염되는 경우가 많고, 게임 및 스마트폰 중독 행동으로 나타난다. 반면 청소년은 학교 폭력이 불행의 중심에 있고, 그것이 불안 장애와 섭식 장애 등으로 표출됐다.

이것보다 더 큰 차이가 있다. 소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행복감이 높지만 청소년의 행복감은 가장 낮다는 점이다. 국내외 여러 연구들을 봤을 때 우리나라의 유아, 유치원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소아 행복지수는 OECD 국가 평균을 뛰어넘는다. 부모님을 통해서 평가한 것이나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으로 알아본 것 모두에서 행복감이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행복감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중학교부터는 OECD 바닥권으로 주저앉는다. 이런 이유로 소아·청소년을 통합해서 계산하면 가장 낮은 행복감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은 초등학교 고학년에 있다.

압박감이 불행의 근원, 행복 비결은?

김 교수에게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받게 되는 공부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모든 걸 입시로만 생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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