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나가는 한국 디자이너 9

리빙센스 2024. 5. 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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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ical

THE K-LIVING MOMENT -Part 2

요즘 잘나가는 한국 디자이너

해외 '진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이제는 세계에서 먼저 이들을 알아보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리빙·디자인계에서 주목하는 K-디자이너 9명의 이야기.

양태오, Yang Teoteoyangstudio.com

2011년 태오양스튜디오를 시작한 이래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국의 미학을 동시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해 알리고 있는 양태오 디자이너. 국립경주박물관, 국립한글 박물관, 국제갤러리 등 다양한 공간 프로젝트를 디렉팅해 온 그는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월페이퍼>가 주는 디자인 어워드를 두 차례 수상했고,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 매체 중 하나인 <아키텍추럴 다이제스트>가 선정하는 100곳의 스튜디오 'AD100'에도 이름을 올렸다. 세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전통의 본질에 집중한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만들고 더 나아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오히려 전통적인 가치로부터 진정성을 느끼고, 그 안에서

지속 가능한 미학을 찾아 주목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스턴에디션 LA 4호점 쇼룸 전경

해외에서 나를 각인시킨 첫 프로젝트는?

<월페이퍼>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게 해준 국제갤러리 설계가 아닐까. 건물 전체를 부수고 다시 짓는 큰 프로젝트였는데, 그때부터 여러 미디어에 소개되며 자연스럽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다.

K-리빙의 특징과 경쟁력을 이야기해 본다면.

한국의 미학은 중국과 일본의 것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새롭다는 뜻이기도 한다. 전통적인 디자인부터 과도기적인 모습까지도 모두 새롭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 음악 같은 문화가 주목받으면서 만들어진 '패셔너블', '웰메이드'의 이미지도 한몫하고 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다. 더 나아가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정책이나 미디어 등을 통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디자이너 스스로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한국의 미학과 소재,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경험은 우리만의 것이기에 새로운 가치를 지닌다. 계속해서 발굴해 내고,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해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부터 우리의 것을 가장 잘 알아야 한다.

Mobile Divider
Table Centerpiece

K-리빙에 대한 해외의 반응을 체감한 적이 있는지.

국제적인 디자인 페어 등으로부터 많은 요청을 받고 있다.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이 우리 것을 보여줘야 할 시기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한국을 대표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10여 년 전부터 전통과 한국 미학의 가치를 자원으로 삼아왔다. 태오양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한국적인 것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환영받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전통적인 것은 '과거의 재현',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오히려 전통적인 가치로부터 진정성을 느끼고, 그 안에서 지속 가능한 미학을 찾아 주목하는 세상이 된 거다.

한국의 미학이 지닌 지속 가능성이란 무엇인가?

대상의 본질을 바라보고자 하는 것, 물성을 대하는 과정에서 자연과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것. 한국의 미학만이 지니고 있는 지속 가능한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전통'은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환경뿐 아니라 문화 역시 지속 가능성을 지녀야 하니까.

앞으로 어떤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인지.

아카데믹한 접근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 최근 이스턴에디션을 통해 토기, 고려청자, 조선의 분청과 백자를 조합한 컵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매개체를 통해 전통적인 가치를 전하고 싶다. 전통은 물론 우리 고유의 자재 역시 발굴해 공유하고자 한다.

김하늘, KIM HANEULhaneulkim.com

팬데믹 시기에 버려진 마스크를 소재로 만든 의자로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주목받은 1998년생 디자이너.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디진Dezeen> 등 해외 미디어에서 앞다투어 소개한 이 작품은 놀랍게도 대학교 졸업 전시를 위해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작업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그는 나이키와 롤스로이스, 무인양품, CGV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들이 함께 협업하고 싶은 1순위 디자이너로 거듭났다.

우리가 해외로 움직이는 것보다 더 스릴 있는 순간은

그들이 우리 쪽으로 움직일 때다.

Stack and Stack
Homage to Shogun table lamp for CGV

K-리빙의 경쟁력은?

얼터너티브Alternative. 이미 존재하는 기존의 스케치나 방법론을 재해석하거나 동양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전개하는 새로운 사고를 신선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해외에서 처음 주목받은 작업은?

스택 앤 스택Stack and Stack. 코로나19 시기에 매일 소비됐던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해 만든 의자 시리즈다.

나를 각인시킨 대표 프로젝트는?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역시 스택 앤 스택. 이 작품으로 데뷔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는데, 당시에는 환경문제를 다루고 해결하는 이야기적인 측면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돌아보니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들 디자인이 매력적이지 않았으면 소용없었겠구나' 싶었다. 심플한 디자인과 조화로운 색상 혼합, 그리고 진중한 이야기가 보기 좋게 짜인 작품이었다고 본다.

Stack and Stack
TPU Boxing Gloves for NIKE

최근 직접 느껴본 K-리빙에 대한 관심.

실제로 반응이 좋다. 라노, 뉴욕 등 세계 예술계를 지휘하는 해외 전시나 프로젝트에 한국인 작가가 참가하는 현상은 우리의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단편적인 증거다. 이보다 중요한 사실은 해외 작가들이 국내 전시에 참가하고 활동하는 일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우리가 해외로 움직이는 것보다 더 스릴 있는 순간은 그들이 우리 쪽으로 움직일 때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오는 9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업해 미술관의 전시 설치 폐기물을 활용한 디자인 상품을 만들 예정이다. 10년 뒤에는 한국의 디자인 문화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성과의 주인공이 되리라 상상하면서 열심히 멋진 작업을 보여드리고 싶다.

최근식, CHOI KUNSIKkunsik.com

스웨덴 말뫼Malmö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최근식 작가는 스웨덴 예술공예학교 카펠라고든Capellagården을 졸업하고 스웨덴의 가구 제작 준장 시험을 통과한 캐비닛 메이커이기도 하다. 2015년 덴마크 가구 브랜드 무토에서 주최한 '탤런트 어워드'에서 대상을, 2020년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 드를 수상하며 세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고, 이후 가구와 텍스타일, 오브제, 공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디자인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스튜디오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기업의 생산력이 결합된

시너지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다.

Facet
The Mirror

해외에서 처음 주목받은 계기는? |

2016년도 스톡홀름 가구 박람회에 참여했을 당시 <월페이퍼> 매거진이 나의 '패싯Facet' 캐비닛을 소개하며 여러 매체에서 관심을 받았다. 그후 2018년 라노 가구 박람회 기간에 열린 <월페이퍼> 주관의 전시에서 핀란드 가구 브랜드 니카리NIKARI와 협업한 '스테이핏StayFit' 벤치를 출품하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나를 각인시킨 작업이 있다면.

한국 아이웨어 브랜드 프로젝트 프로덕트PROJEKT PRODUKT의 플래그십스토어 디자인. 가구와 오브제를 큰 축으로 텍스타일과 소품까지 전체 구성을 맡았던 작업이다.<월페이퍼>의 '디자인 어워드 2020'에서 수상한 더 미러The Mirror도 그때 디자인한 가구 컬렉션 중 하나다.

최근 감지된 K-리빙에 대한 열기는.

내가 생활하는 북유럽에서 요즘 K-팝, K-뷰티, K-푸드 등 여러 K-컬처에 관심이 크다는 것을 느낀 데 반해 아직 K-리빙은 생소한 감이 있다. 하지만 한국인의 감성이 담긴 독창성으로 접근한다면 가능성이 큰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StayFit bench for NIKARI
space, furniture for Projekt Produkt

국내 디자이너들이 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려면.

거시적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 기업과 독립 스튜디오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스튜디오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기업의 생산력이 결합된 시너지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자연스럽게 해외 진출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

지난 2월 스톡홀름 가구 박람회에 참여한 위키노를 위해 테이블을 디자인한 이후로 몇 가지 추가 아이템 작업과 동시에 스웨덴 가구 브랜드를 위한 디자인도 진행 중이다. 또한 내가 직접 제품을 기획, 디자인하고 제조, 판매까지 총괄하는 가구 브랜드 코끼리kokiri는 5월 대규모 리뉴얼을 앞두고 있다.

박원민, PARK WONMINwonminpark.com

파리를 기반으로 뉴욕, 런던, 암스테르담, 마이애미, 두바이 등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박원민 작가. '헤이즈' 시리즈를 통해 단숨에 국제적인 이목을 끌었고, 2015년<월페이퍼> 가 선정한 '올해의 디자이너 100 인'에 뽑히며 스타 디자이너 반열에 올랐다. 세계적인 디자인 갤러리 카펜터스 갤러리에 소속된 최연소 작가이자 최초의 한국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는 금속, 세라믹, 유리, 돌 등 다양한 재료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가파른 성장과 이에 반응하는 대중과 브랜드.

이 모든 것이 K-리빙의 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Haze Stool
Plain cuts_Stone&Steel

해외의 관심을 받은 최초의 작업은?

2013년 라노 가구 박람회 기간 동안 스파지오 로산나 올란디Spazio Rossana Orlandi에서 전시한 헤이즈Haze 시리즈. 이 작업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나를 각인시킨 대표 작품은?

왜 당신의 작업에 매료되었을까. 아무래도 헤이즈 시리즈가 아닐까. 11년 전인 2013년 당시, 가구 재료로 잘 사용하지 않던 레진으로 가구를 만든다는 것이 새롭게 받아들여졌다. 또한 흰색과 기본 형태가 주를 이루던 시기기에 헤이즈 시리즈의 서로 상반한 컬러와 조형적인 형태가 신선해 보다고 생각한다.

Haze Armchair
Plain cuts_remediated

내가 생각하는 K-리빙의 경쟁력.

빠른 속도와 수용성. 한국은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받아들이는 속도도 빠른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 신진 독립 디자이너들이 제법 등장했고 독특한 인테리어의 장소들도 많이 생겨났다. 브랜드 역시 젊은 작가들을 홍보에 적극 이용하고 대중도 항상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가파른 성장과 이에 반응하는 대중과 브랜드들이 시장에 큰 활력을 준다. 이 모든 것이 k-리빙의 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국내 디자이너들의 해외 활동을 위해 필요한 것.

작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 작업실.

현재 작업 중인 것은?

레진으로 작업한 헤이즈 시리즈, 금속을 사용한 플레인 컷츠Plain Cuts, 돌과 철판을 주재료로 삼은 스톤&스틸Stone&Steel에 이어 현재는 나무와 유리 소재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후반기 공개를 목표로 열심히 작업 중이다.

문승지, MUN SEUNGJIteamvirals.kr

아티스트 그룹 팀바이럴스Team Virals의 공동대표 겸 아트디렉터. 현재 YG플러스 산하 아트레이블 '피시스Peeces'의 소속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제로웨이스트 가구 포브라더스 Four Brothers를 통해 한국인 최초로 글로벌 패션 브랜드 코스COS의 광고 캠페인에 참여했다. 2019년에는 청와대의 요청으로 덴마크 왕세자를 위한 이코노미컬 체어를 제작했다. 지속 가능한 제품 디자인은 물론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공간 디자인에도 관심이 높다.

제조 인프라와 오리지널리티가 균형 있게 조성됐을 때
한국 리빙 시장의 전망은 더 밝을 거라 예상한다

Four Brothers

해외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졸업 이후 이름을 알리고자 무작정 외신기자에게 포트폴리오를 보낸 적이 있다. 그때 운 좋게도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을 포함해 NBC, <마이니치 신문> 등 다양한 해외 매체에 졸업 작품으로 제작한 '캣 터널 소파'가 소개됐고, 이를 시작으로 해외 브랜드들과 다양한 협업 기회도 열렸다.

처음 나를 세상에 각인시킨 작품.

코스와 협업해 탄생한 포브라더스. 나무 한 판으로 버려지는 조각 없이 4개의 의자를 제작한 제로웨이스트 프로젝트다. 당시 전 세계 코스 매장 윈도에서 전시됐다.

K-리빙이 더 나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

SNS를 중심으로 젊은 공예가와 디자이너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이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화제가 된 아이디어들이 실제 삶 속에서 전파될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제조 인프라가 갖춰질 필요가 있다. 아직은 한국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를 시장성에 맞게 제품화하기에는 제조적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시장 전체에 쏟아지는 관심을 책임질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를 지닌 브랜드와 회사가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 제조 인프라와 디자이너들의 오리지널리티, 헤이와 프리츠한센처럼 디자이너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중심을 잡아줄 브랜드가 균형 있게 조성된다면 한국 리빙 시장의 전망은 더 밝을 거라 예상한다.

블루보틀 제주 전경
롯데갤러리에서 열린 문승지 개인전 ‹조각모음›

앞으로 K-리빙 시장의 판도.

국내 리빙 시장이 점점 트렌디해지고 있다. 어떤 유행이 생겨나고 있고, 그에 맞춰 소비자의 눈도 높아졌지만, 리빙 산업의 발전 속도는 조금 더딘 듯하다.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는 소비자와, 천천히 성장 중인 산업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꼭 거쳐가야 하는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알려달라.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다양한 기업과의 가구 및 공간 협업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 또한 팀바이럴스에서 몇 년간 쌓아온 여러 기반을 활용해 현재 소비자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신생 리빙 브랜드를 준비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 론칭할 계획이다.

김진식, KIM JINSIKstudiojinsik.com

2013년 디자인 스튜디오 '스튜디오 진식 킴Studio JinSik Kim' 을 설립하고 작가로 활발히 활동해 왔다. 3년 전부터는 예 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컨템퍼러리 리빙 브랜드 트루투타입true to type을 론칭하고 더 많은 이들과 더 넓은 공감대를 쌓고 있다. 2019년<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에서 '베스트 피존홀Best pigeonhole'로 선정, 2021년 <월페이퍼> 창간 25주년 기념호에서 '미래의 크리에이티브 리더'로 꼽혔다. 에르메스, 바카라, 크리스토플Christofle과 같은 해외 명품 브랜드가 사랑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서울만큼 역동적인 도시가 있을까?

변화가 빠른 도시에서 일한다는 건 디자이너에게 장점이 많다.

Clivage for Christofle 01
Monile Mirror for true to type ⓒKim Jandee

해외에서 처음 주목받은 작업은?

200년 전통의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토플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클리바주Clivage 컬렉션. 당시 "동양과 서양의 그 어떤 지점에 있는 것 같다"는 평을 받았다. V&A 뮤지엄에서도 소개됐다.

해외에서 받은 인상적인 피드백.

2016년<월페이퍼> 와 라노 핸드메이드 프로젝트를 위해 미팅했을 때, 협업하기로 한 스웨덴 브랜드 볼론BOLON의 담당자에게<월페이퍼> 편집장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그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러니 작가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100% 발현될 수 있게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라고. 시작하는 작가를 향한 그들의 지지에 큰 감명을 받았다.

서울에 스튜디오를 둔 K-디자이너로서의 장점을 꼽는다면?

서울만큼 역동적인 도시가 있을까? 과감한 시도가 연이은 도시에서 일한다는 건 디자이너에게도 장점이 많다. 다만 이제 깊이를 더해야 할 시점이라고는 느낀다.

과거보다 K-리빙 시장을 향한 관심이 높아진 걸 체감하는지.

K-리빙으로 한정 짓기보다는, K-컬처 시장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걸 느낀다. 에르메스 본사에 근무하는 프랑스 친구가 서울에서만 1박 3일 비즈니스 트립을 보낸다고 했을 때 이를 실감했다. 더 이상 일본과 중국의 경유지가 아닌 거다.

Weight Collection 04 ⓒSangpil Lee

좀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단순한 자본 투자를 넘어 접근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서브컬처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아직 한국은 대중적인 문화가 주를 이룬다. 국내로 시장을 한정 짓는다면 그 방향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로벌로 시야를 넓혔을 때는 오히려 복합적인 성격의 디자이너들이 해외 갤러리와 바이어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비칠 수 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개인 작업으로는 이번 여름에 개최될 단체전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동시에 트루투타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활동도 앞으로 기대해 달라.

서정화, SEO JEONGHWA jeonghwaseo.com

물성을 탐구하는 작가. 가구를 실용적 기능을 갖춘 예술적 조형물로 여기는 서정화 작가는 다양한 소재로 실험을 이어간다. 그는 2013년 향력 있는 디자인 웹 매거 진 <디진Dezeen>을 통해 해외에 이름이 알려졌다. 이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 라노 디자인 위크', '파리 국립 장식미술관', '노마드 모나코 2018' 등 세계를 무대로 작품을 선보여왔다. 현재 국내에서는 디올 성수와 블루보틀 압구정점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동양철학에서 시작한 디자인이 K-디자이너로서

세계를 설득하는 데 좋은 방법론이 될 수 있다

Primitive physics
Unsighted table green

해외에서 처음 주목받은 작업은?

머티리얼 콘테이너Material container. 각 물질이 서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이루며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동양의 유기적 세계관이 연상된다는 평을 받았다.

K-리빙의 경쟁력.

한국에는 오랜 기간 이어온 동양적 생활 방식과 광복 이후 유입된 서구적 생활 방식이 융합되어 있다. 그 때문에 이 땅에 태어난 이들은 문화적으로 폭넓은 관점에서 사물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통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K-리빙의 경쟁력이 아닐까.

요즘 K-리빙 시장 판도는?

K-팝, K-드라마, K-푸드 등 K-컬처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레 전 세계적으로 한국 디자인에 대한 주목도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10년 초반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한국에 매장을 오픈할 때 해외 브랜드의 가구를 선호했다면, 그 이후부터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그 방증. 나 역시 재작년에 협업한 디올이나 블루보틀과의 작업도 같은 맥락에서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Material container

국내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디자이너들이 작업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 작업실 임대 비용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또한 신진 디자이너 위주로 참여 작가를 구성한 전시를 정부가 주도하여 해외 유수의 디자인 페어에 선보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 해외 진출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실린더 시리즈Cylinder series라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알루미늄 주물로 된 파이프 형태 구조물에 판재를 결합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구조물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능을 갖추게 된다. 이 시리즈는 오는 6월 코펜하겐 디자인 페어 '쓰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 2024'에서 열리는 전시 <스터디 오브 어 벤치studies of a bench>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훈, HA JIHOON jihoonha.com

한국적인 것을 통해 세계로 나아간 디자이너를 소개할 때 하지훈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A,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영구 소장했고,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헤리티지룸, 청와대 상 춘재 등의 가구도 만들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경계를 넘나드는 과감함과 자유로움 덕분일 것이다. 전통을 소재로 하면서도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같은 현대의 재료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3D프린터 같은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가 선보이는 전통공예는 더 이상 전통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한국 콘텐츠가 전 분야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어넣고 있다.

국가적 배경의 유무는 시장에서 많은 차이를 만들 것이다.

해외에서 처음 주목받은 작업은?

1999년에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 참가했다. 덴마크에서 유학하던 시절이었는데, '자리JARI'라는 좌식형 의자를 선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 이틀 만에 준비한 리플릿이 동날 정도다. 현지 매체 여러 곳에 소개되기도 했다. 12년이 지나고 나선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 소장됐다.

나를 각인시킨 대표 프로젝트는?

굳이 꼽자면 '원형반Round Ban'. 소반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콘텐츠가 신선함을 느끼게 만든 것 같다.

K-리빙의 특징과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뛰어난 재능을 지닌 디자이너와 작가만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K-리빙 시장 판도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면.

K-팝, 영화 등 한국의 콘텐츠가 모든 분야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어넣고 있다. 국가적 배경을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리빙 분야 역시 이전보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국가적 배경의 유무는 시장에서 많은 차이를 만든다.

투명 '반' 시리즈

국내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골프의 박세리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처럼 한 분야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타플레이어를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보편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예체능 분야에서만큼은 영향력 있는 인물의 육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

매년 비슷하다.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버둥거리면서 살고 있다. 매번 이런 질문을 받으면 최대한 오랫동안 관리자가 아닌 디자이너로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설수빈 SEOL SUBIN subinseol.com

직선과 곡선의 반복과 대칭이 만들어내는 간결함이 특징인 아르데코 양식에 재료의 본질과 절제의 미학을 중요시하는 한국적 미감을 더한 '코리안 아르데 코Korean Art Deco'.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디자이너 프로모션 선정, 더 나아가 <디진Dezeen>에 단독 기사로 보도되며 디자이너 설수빈을 세상에 알린 컬렉션이다. 이후로도 공예와 공간을 넘나 들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온 그녀는 지난해 건축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의자인 '기억의 조각'으로 '코리아+ 스웨덴 디자인 어워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한국을 넘어 세계 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진실된 한국의 디자인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Torn Plate
Kiln Side Table

처음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만든 '코리안 아르데코' 컬렉션에 대해.

아르데코 스타일과 한국의 전통 미감을 융합한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도형의 반복과 배치, 대칭, 절제미 등을 특징으로 한다. 대표작으로는 원의 반복과 비례감을 강조한 후프 체어, 한옥의 창살 구조를 표현한 그리드 체어 등이 있다.

내 디자인의 어떤 점이 그들을 매료시켰는지 대표작을 통해 설명해 준다면.

'기억의 조각Remembrance'을 예로 들고 싶다. 건축물이 끊임없이 철거되고 다시 지어지는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기억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시작한 프로젝트다. 영국의 한 재활용·앤티크 상점과 협업해 철거된 발전소 손잡이로 가구를 만들었고, 발전소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던 지역 주민들과 건축, 디자인 관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스티커 붙이듯 사용하는 시대지만, 그 안에 '이야기'가 없다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걸 배웠다.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낀 K-리빙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한국인은 엉덩이 힘으로 작업한다. 한국 디자이너들의 성실도를 이길 자가 없다. 성실도는 퀄리티를, 퀄리티는 '진짜Authenticity'를 만들어낸다. 빠른 흡수력도 한몫한다. 한국인의 '빨리빨리'가 작업의 속도를 넘어 나만의 것을 발견하는 일에도 반영된다.

K-리빙의 달라진 위치를 느끼는지.

K-팝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수직 상승했음을 느낀다. V&A 뮤지엄에선 한류를 테마로 특별전이 열렸고, 소호 전체가 한인 마트와 '치맥'으로 가득 찼다. 한국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은 자연스럽게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로 옮겨가고 있다. 왜곡되거나 편중되지 않은, 진실된 한국의 디자인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기억의 조각Remembrance

국내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할까?

세대 간의 소통과 나눔이 필수적이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나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등 해외 박람회에 먼저 진출한 선배 디자이너들이 후배들을 위해 멘토링을 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도자 작업실을 얻었다. 영국에서 세라믹 블록을 만들고 조립해 사이드 테이블을 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금까지 뚜렷한 의도를 갖고 메시지를 던지는 작업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일상 속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작업도 겸하고 싶다. 양쪽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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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리빙센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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