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순위 99위' 한국건설 회생신청…"유치권 행사 중" 아파트 현장 곳곳 파행

박영래 기자 최성국 기자 2024. 5. 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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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임대 보증현장만 광주·전남 19곳
30세대 미만 '아델리움57' 계약자들 걱정…협력사들 위기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한국건설이 짓고 있는 광주 북구 신안동 한국아델리움 신축공사 현장. 6일 오후 공사는 멈춰있고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2024.5.6/뉴스1 ⓒ News1 박영래 기자

(광주=뉴스1) 박영래 최성국 기자 = 6일 오후 광주시 북구 신안동 광주역 인근. 한국건설이 짓고 있는 신안 한국아델리움 신축공사(광주역혁신지구 한국아델리움 스테이) 현장은 적막했다.

건설공사는 17층 높이까지 진행됐지만 공사는 멈췄고 1층에는 '유치권 행사중'이라고 적힌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을 뿐이다.

여기뿐만 아니라 한국건설이 시행이나 시공을 맡은 광주지역 수십개 건설현장 모두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사 도급순위 99위인 한국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파장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광주와 전남을 포함해 전국에 짓고 있는 공동주택 건설현장은 사실상 멈춰서면서 분양계약이나 임대계약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건설은 4월 29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회생 시작 전 자산을 동결하는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서도 제출했다. 광주지법은 한국건설의 회생신청을 제1-2파산부에 배당했다.

기업회생절차는 빚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에 대해 법원이 지정한 제3자가 기업활동 전반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법정관리'를 개칭한 말이다. 한국건설은 2820억 원 상당의 부채를 갚지 못해 회생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건설이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공동주택 건설현장 등 대부분의 공사현장은 올스톱 상태에 들어갔다.

한국건설의 기업회생 신청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건설이 시공을 맡은 다수의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됐고, 이미 보증사고가 발생한 현장이 4곳에 달했다.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한국건설이 짓고 있는 광주 북구 신안동 한국아델리움 신축공사 현장. 6일 오후 공사는 멈춰있고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2024.5.6/뉴스1 ⓒ News1

보증사고는 신축 공사 현장에 대한 중도금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사업포기서를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제출하는 것을 말한다. 분양 보증사고는 주채무자의 정상적인 주택분양계약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 발생한다.

보증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무등산한국아델리움더힐2단지 △광주역혁신지구 한국아델리움 스테이 △동구 뉴시티 한국아델리움 스테이 △광주공원 한국아델리움 스테이 오피스텔로 이들 현장은 모두 계약자들에 대한 환급 이행이 처리됐다.

이들 4곳을 포함해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임대보증금 보증을 맡은 공동주택 현장은 광주·전남에 19곳에 이른다.

다행히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을 맡은 현장의 경우 분양이나 임대 계약자는 보증금이나 중도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지만 문제는 한국건설이 30세대 미만의 소규모 대형평수 위주로 공급하고 있는 '아델리움57' 아파트다.

현재 국내서는 30가구 이상의 주택을 선분양(건물을 짓기 전에 분양하는 것)하려면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분양보증 없이는 분양을 진행할 수가 없다.

사업자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될 경우 보증기관이 주택분양의 이행이나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의 환금을 책임져 소비자를 보호하게 된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소규모 아파트 분양의 경우 자유로운 분양가 책정과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 30세대 미만으로 짓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들 소규모 세대 사업장은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수분양자들은 억대의 계약금을 날리지 않을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국건설을 시작으로 유동성을 견지지 못한 아파트 사업장들이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건설은 1984년 정철준 회장이 설립한 여흥건설㈜이 전신이다. 1992년 광주 운암동에 있던 숭일중고등학교를 지금의 일곡동으로 이전시키고 학교가 나간 운암동 땅에 아파트를 지은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주택 건설사업에 뛰어들어 30년 이상 광주를 비롯한 전국에 아파트를 시공하고 있다.

2005년에는 한국아델리움 브랜드를 론칭해 광주에서 인지도와 선호도를 크게 올리는데 성공했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으면서 정부의 부실기업 솎아내기에서 워크아웃 대상 기업으로 지정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이번에 한국건설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회생 시작 전 자산을 동결하는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서도 제출하면서 협력업체들의 위기는 커지고 있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정식으로 회생절차를 시작하기 전 당사자의 자산을 모두 동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의 허가 없이 가압류나 채권회수가 금지되고 회사도 자체적으로 자산을 처분할 수 없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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