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간 누명 쓴 ‘거문도 간첩단’… 법원 “국가가 55억원 배상하라”

이종민 2024. 5. 7.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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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간첩을 도왔다는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거문도 간첩단'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국가가 5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국가가 가해자가 돼 국민의 자유를 박탈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수사와 기소, 재판에 중대한 위법이 있었다고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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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가해자 돼 국민자유 박탈”
피해자·유족 손배소송 일부 승소

남파간첩을 도왔다는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거문도 간첩단’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국가가 5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국가가 가해자가 돼 국민의 자유를 박탈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수사와 기소, 재판에 중대한 위법이 있었다고 꾸짖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최규연)는 김재민·이포례씨 부부의 자녀·손자·손녀 등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지난 1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뉴스1
법원은 사망한 김씨 부부에게 각각 약 13억9800만원 등 이들 일가족에 총 55억2500만원을 국가가 위자료로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지급된 형사보상금 27억8000만원을 공제한 27억4000만원을 실제 지급할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거문도 간첩단 사건은 1976년으로 거슬러 간다. 남파간첩이었던 김용규는 그해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남한에 잠입했다가 함께 온 동료 2명을 살해하고 경찰에 자수했다. 이때 살해된 사람 중 한 명은 김씨 조카였다. 김용규는 이런 점 등을 들며 경찰에 “김씨 부부가 대남공작원들과 회합하고 간첩활동을 방조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근거로 수사기관은 김씨 부부와 자녀들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김씨와 이씨는 1977년 4월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자녀들에게도 2∼4년의 징역형이 내려졌다. 판결에 불복했지만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쳐 같은 해 10월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수감 중 위암이 발병한 김씨는 1983년 숨졌고, 다른 가족은 만기 출소했다. 유가족들은 2020년 재심을 청구했고, 2022년 서울중앙지법은 “위법수집증거 모두 증거능력이 없어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이들 가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손해배상소송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도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인간으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오히려 가해자가 돼 이 사건 본인들의 자유를 박탈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그 위법성의 정도가 매우 크고 중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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