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유망산업’… 위기의 식용곤충 사육농가

오민주 기자 2024. 5.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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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사육농가 676호 매년 증가세
농가당 年 평균 소득 2천여만원뿐
조립식패널·비닐하우스 ‘환경 열악’
정부 기능성 공인·적극 홍보 필요
道 “식용 거부감 커… 방안 마련”
6일 광명시 가학동의 한 굼벵이 생산 농가. 10년 전에는 2천상자에서 굼벵이를 키웠지만, 새로운 거래처를 찾지 못하면서 1천500상자로 줄였다. 오민주기자

 

#1. 광명시 가학동의 한 굼벵이 생산 농가. 130평 규모의 판넬 건물에서 어머니와 아들 2명이 굼벵이를 키우고 있었다. 건물 내부에 있는 오래된 에어컨과 톱밥제조기에는 여기저기 흙이 묻어 있었고, 곤충 생산을 위한 포장재와 포장용기는 사용한 지 오래된 듯 먼지가 쌓여있었다. 2014년부터 사업을 해왔다는 유연희씨(62)는 “10년 전에는 2천상자에서 굼벵이를 키웠지만, 고정 거래처가 없다 보니 현재는 1천500상자로 줄였다”며 “총수입에서 재료비, 시설비 등 경영비를 빼고 나면 인건비조차 남지 않아 걱정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 평택에서 곤충농장을 하고 있는 김상수씨(가명·74)는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곤충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키운다는 소식을 듣고 곤충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판매할 곳을 찾지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한 것만 여러 번이다. 이제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인근에 있던 곤충농장도 판로를 찾지 못해 최근 문을 닫았다. 김씨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해서 덥석 투자하고 들어왔다가 후회막심”이라며 “주업으로 하던 사람들도 농장 운영비를 벌기 위해 다른 일을 같이 병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친환경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아 곤충을 키우는 경기도내 농가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영세하고 판로가 많지 않아 곤충사육농가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6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 곤충사육농가는 총 676호(2022년 기준)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505호, 2019년 551호, 2020년 625호, 2021년 672호, 2022년 676호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한 해 평균 소득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22년 곤충을 생산해서 유통한 전체 판매액은 147억원 정도로 농가 1호당 2천100만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6일 광명시 가학동의 한 굼벵이 사육농가에서 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굼벵이를 키우고 있다. 오민주기자

더욱이 사육농가 대다수가 영세한 상황이다. 절반 이상이 조립식판넬 건물(31.8%)이나 비닐하우스(24.1%)에서 곤충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철호 지리산곤충연구소 대표는 “정부가 식용곤충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이라고 해놓고 국가 차원에서 연구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식용곤충의 기능성을 공인해 주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야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식용곤충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아직 거부감이 커서 산업이 정체되고 있다”면서 “곤충 사육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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