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주춤하자… ‘원금 거의 보장’ 이 상품에 5.4조 몰렸다

이혜운 기자 2024. 5. 7.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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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조4000억원대 발행

올 들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불거지자, 대안으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가 뜨고 있다. ELB는 ELS와 손실과 이익을 내는 구조는 비슷하지만,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한다고 하기 때문에 증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손실까지는 보지 않는 상품이다. 하지만 주가 등락에 따라 이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은 있다.

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월 ELB는 1017건, 5조4663억원어치 발행됐다. 같은 기간 ELS는 2704건, 5조349억원어치 발행돼, 금액으로 ELB가 ELS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ELB는 664건, 3조7273억원, ELS는 4244건, 10조4285억원어치 발행됐다. ELB 발행 금액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7% 증가했고, ELS는 52% 감소했다.\

그래픽=백형선

◇ELB 발행액 ELS 뛰어넘어

ELB와 ELS는 투자금의 대부분을 국·공채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하고 일부만 리스크가 높은 파생 상품 등에 투자해 수익을 노리는 방식으로 수익 구조가 비슷해 형제 상품으로 불린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주가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증권사가 처음 제시한 수익률을 돌려주지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 반면, ELB는 ELS보다 수익률은 낮아도 웬만해서는 원금까지는 까먹지 않도록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에 나눠 넣도록 상품을 설계한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도 원금은 증권사가 보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다만, ELB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같은 상황이 벌어져 국·공채를 발행한 국가 등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거나, ELB를 발행한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원금이 손실될 수 있다.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는 “ELB를 발행한 증권사가 파산하면 수익 발생 조건을 달성해도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며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5000만원의 예금 보호 한도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발행된 ELS의 기초 자산 1~5위는 S&P 500과 EURO STOXX 50, 코스피 200, 닛케이 평균, 테슬라 순이다.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수다. 반면, 같은 기간 ELB의 기초 자산 1~5위는 삼성전자, 코스피 200, 한국전력공사, KT, 현대자동차 순이다. 코스피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한 종목이다.

◇2년 만기 ELB 2배 이상으로 늘어

그동안 ELB는 만기가 1년 이내인 상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인기가 높아지면서 2년 이상 만기 상품이 늘어나는 추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2년 이상 만기인 ELB는 총 4788억원 발행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2141억원)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3년 초과 만기 상품도 지난해 0건에서 올해 17건(1059억원)으로 늘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ELB는 증권사가 단기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1년 이내 만기로 발행하는 일이 많았다”며 “올해는 ELB를 ELS의 대체 상품으로 활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만기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ELB 주력 상품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예컨대, KB증권은 최근 KT&G와 현대차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원금 지급형 ‘KB able ELB 제112호’를 출시했다. 만기는 1년으로 청약일은 오는 10일까지다. 1년 만기 시점에 어느 하나의 기초 자산이라도 최초 기준 가격 대비 103% 미만일 경우 원금만 지급한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를 기초 자산으로 삼은 ‘키움 ELB 663호(공모)’ 상품을 오는 9일까지 청약 신청 받는다. 1년 만기 상품으로 특정 조건 충족 시 수익률은 세전 연 5%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증권사들이 ELB 발행 확대를 통해 ELS 수요 감소에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ELB

ELB(Equity Linked Bond·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는 투자금 대부분을 채권에 넣고 나머지는 주식, 주가지수 등과 연관된 위험 자산에 투자한다. 원금은 증권사가 책임지고 지급하기에 ELS보다 안정적이지만, 기대 수익률은 ELS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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