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몰려온 베이비부머 440만, 이들 눈길 끌 지방 메가시티 생겨야”

방현철 기자 2024. 5. 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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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의 경제로 세상 읽기]
2018년부터 ‘비수도권 메가시티’론 외쳐온 마강래 중앙대 교수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은 김포·하남·구리 등을 서울에 편입하는 메가시티(거대 도시) 구상인 ‘메가 서울’을 꺼냈고, 야당은 2022년 나왔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구상을 재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런데 말잔치만 무성했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청사진은 눈에 띄지 않았다. 총선이 끝났으니 메가시티 구상들은 사라지는 것일까. 2018년부터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비수도권 메가시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마강래 중앙대 교수를 최근 만나 메가시티 전략은 어떻게 방향을 잡는 게 좋을지 얘기해 봤다. 영국의 제2 도시 맨체스터를 중심으로 한 광역 연합, 일본의 오사카·교토 등을 묶은 간사이 광역 연합 등이 수도권 비대화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해외의 비수도권 메가시티라고 할 수 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비수도권 메가시티로는 충청권, 광주·전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에 하나씩, 4곳 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사진 배경은 중앙대 서울 캠퍼스에서 보이는 흑석동 일대이다. / 장련성 기자

◇ 메가시티가 왜 필요한가

-메가시티란 뭔가.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도시권을 가리킨다. 그런데 메가시티 얘기를 하면 거대한 도시 한 곳을 새로 만든다거나, 농촌이나 중소 도시에 대비되는 굉장히 강력한 도시를 만든다고 오해하는데, 그렇지 않다. 메가시티는 도시 사이 연계가 강화된 초광역권이다. 연계가 강화되면 재해 방지, 환경, 의료, 교육 등 기능이 하나의 도시처럼 작동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공간의 뼈대가 되는 교통 인프라를 잘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메가시티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면 사람이 모이고 신산업과 일자리가 생긴다.”

-메가시티는 왜 필요한가.

“산업구조 변화 때문이다. 농업 시대엔 농지가 분산돼 흩어져 살 수밖에 없었다. 산업혁명 후 사람들이 도시로 몰렸다. 이후 교통 발달로 도시는 외곽으로 확산됐다. 최근 산업 변화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융복합 산업이 뜨는 것이다. IT(정보기술)와 의료가 만나 의료 IT, 바이오와 식품이 접목해 기능성 식품 산업이 나오는 식으로 신산업이 탄생한다. 최근 전 세계 추세를 보면 수도와 대도시 중심으로 융복합 산업이 더 많이 생긴다. 거대 도시는 여러 기능이 있다 보니 경쟁력을 갖게 되고, 신산업을 만들어내는 용광로와 같은 공간적 틀이 생긴다.”

-인구만 많으면 도시 경쟁력이 있나.

“인구 많은 게 경쟁력을 갖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서울의 경우 1000만명에 가깝기 때문에 이미 메가시티라 볼 수 있다. 수도권은 인구 2600만명에 여러 도시가 포함돼 있어 수퍼 메가시티라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서울은 인구가 쏠리면서 집값이 폭등했고, 이에 대응해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에 서울보다 더 많은 아파트를 지었다. 그 결과, 경기도 아파트에서 서울 직장으로 장시간 출퇴근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더구나 김포 등 인근 도시들과 서울이 하나의 도시처럼 기능하지 않고 행정 구역이 달라 따로 행동하다 보니 불협화음과 비효율이 생겼다. ‘메가 서울’은 이런 비효율을 풀어 보자는 논의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픽=김하경

◇ 균형발전론 대 거점개발론

-메가시티의 이론적 바탕은.

“굳이 말하자면 거점개발론이라 할 수 있다. 1950년대 중반 경제학자 프랑수아 페로가 처음으로 정립한 이론이다. 페로는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거점으로 삼아 집중 개발하고, 거점의 성장 효과를 주변으로 번지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앨버트 허시먼은 1958년 ‘경제개발의 전략’에서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한 개나 몇 개의 성장 거점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 거점 개발 하면 균형 성장은 물 건너가나.

“거점개발론도 성장이 어느 정도 일어나면 ‘낙수 효과’로 주변에 성장이 확산된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과거 우리나라는 이런 이론과 달리 수도권 독식 현상으로 인구와 산업이 수도권에 빨려 들어갔다. 그런데 이에 대응해 나온 균형발전론은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균형 맞추기는 예산을 N분의 1로 나눠 갖기가 됐고, 그 결과 지자체 간 경쟁만 심화시켰다.”

- 메가시티도 거점개발론인데.

“거점개발론이 맞다. 하지만 메가시티로 수도권에만 거점을 키우는 게 아니라 비수도권에도 거점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전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한 것이다. 거점개발론과 균형발전론 사이에서 ‘제3의 길’을 가자는 것이다.”

- 최근 ‘15분 도시’ 개념도 주목받는데.

“15분 도시는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내에 기본적인 주민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도시엔 크게 두 가지 층위의 인프라가 있다. 우선 주민의 기본 욕구 충족을 위한 마트, 학교, 의원 같은 곳은 15분 내 도달할 수 있으면 주민 삶의 질이 높아진다. 고급 백화점, 응급의료센터, 상급 종합병원, 영화관, 변호사 사무실 등은 필요하지만 가끔 이용하기 때문에 상위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데, 인구가 적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마트, 학교 등은 ‘15분 도시’ 개념으로 확충하고, 상위 인프라는 메가시티 같은 도시 간 연계 전략이 필요하다.”

서울 동작구 중앙대 법학관에서 마강래 중앙대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융복합 시대에 신산업의 용광로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메가시티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장련성 기자

◇ 비수도권 메가시티가 시급한 이유

- 비수도권에 메가시티가 탄생할 수 있을까.

“비수도권 인구가 약 2500만명이다. 그래서 1000만명짜리 메가시티가 비수도권에 생길 가능성에 회의적일 수 있다. 하지만 딱히 인구가 1000만명을 넘지 않아도 500만~600만명 정도면 도시가 국가적 기능을 할 수 있다. 550만명인 싱가포르, 750만명인 홍콩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아무리 개념이 좋아도 지자체가 반대하면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필수 인프라를 지역별로 나누고 조율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사 결정 체계)를 지자체들 사이에 만드는 게 중요하다.”

- 비수도권 메가시티는 몇 개나 가능할까.

“충청권, 광주·전남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에 하나씩 4곳 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동시에 추진할 필요는 없다. 또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역에서 먼저 스스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 수도권의 높은 집값 해결에도 도움이 될까.

“지방에서 수도권에 올라온 베이비부머는 44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10%인 44만명만 비수도권 메가시티로 이주하고 이들이 살던 집이 매매나 임대 시장에 나온다면 엄청난 물량이 될 것이다. 그러려면 서울 수준의 인프라를 도시 간 협력으로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장기적인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서도 검토해 봐야 한다.”

◇ 주요국의 비수도권 메가시티

“해외선 광역 연합 형성… 주택·교통 등 정책 공동 추진”

유엔(UN)에 따르면 전 세계 메가시티는 2020년 34곳으로 20년 전의 16곳에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일본 오사카·교토 등 비수도권 메가시티도 등장하는 추세다. 마강래 교수는 “영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 도시 간의 연계 협력 사업을 강화하자는 정책 논의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해외의 비수도권 메가시티 성공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나.

”영국은 맨체스터, 리즈, 리버풀 등 주요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9개 도시권이 권역 내 지자체들로 광역 연합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은 오사카, 교토 등이 연합해서 만든 특별 지방자치단체인 간사이 광역 연합이 대표적이다. 간사이 연합은 인구만 2000만명이 넘는다. 프랑스는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코뮌을 합쳐서 메트로폴이라는 걸 만들고 있다.”

―영국의 광역 연합은 어떻게 움직이나?

”제1 도시인 런던의 흡인력이 점점 강해지는 데 대응해 지역에서 광역 연합을 만들었다. 영국에서 제일 잘 작동하는 게 제2 도시인 맨체스터를 중심으로 한 광역 연합이다. 참여 지자체들은 주택, 교통, 도시 재생, 교육 훈련 등의 정책을 공동 추진하고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있다.“

―일본은?

”간사이 연합은 제2의 수도권을 천명하면서 나왔다. 도쿄권에 빨려 들어가지 말자는 것이다. 도시 간 연계 협력 전략을 펴는데, 지자체 간 규약에 따라 방재, 산업 진흥, 의료, 자격시험 등을 공동 처리한다.”

―해외 사례에서 배울 점은?

”첫째, 지방 도시들이 협력으로 대도시권을 만들지 않으면 수도권의 위세에 눌려 살 수 없다는 걸 절실하게 느껴서 연계 협력 전략을 펴고 있다. 둘째, 광역 연합 전략을 펴면서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받고 있다. 이렇게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메가시티(Megacity)

일본 도쿄, 인도 델리, 중국 상하이처럼 인구 1000만명 이상인 도시로서 ‘인구수’가 강조된 개념이다. 비슷한 개념으로 넓은 지역 내에 여러 도시들 간의 ‘연계’를 강조하는 메가시티 리전(region)이란 용어도 있다. 국내에선 두 용어가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

☞마강래 교수는

중앙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석사, 런던대에서 도시계획학 박사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로 있다. 지방시대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저서로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지방도시 살생부’, ‘지위경쟁사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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