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마크롱 만나 “유럽은 중요한 동반자” 美 보란듯 밀착
“60년전 드골처럼 독자노선을” 기고… 회담선 “전략적 협력” 실용외교 주문
마크롱, 엘리제궁 만찬 등 최고 환대
中과잉생산 등 회담 의제 만만찮아
5년 만에 유럽 3개국(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 순방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국가인 프랑스를 찾아 내놓은 메시지다. 그는 6일(현지 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3자 회담을 시작하기 전 유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전략적 관점’, ‘전략적 교류’, ‘전략적 협력’ 등 ‘전략적’이란 표현을 다섯 차례 반복했다. 중국과 유럽이 다른 체제로 갈등할 때도 있지만 서로의 이해에 맞게 전략적으로 손을 잡자는 ‘실용외교’를 주문한 셈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대중(對中) 제재망 흔들기에 본격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佛 드골 장군의 전략적 비전, 선견지명”
시 주석은 도착 첫날인 5일 프랑스 보수 일간지 르피가로에 기고를 통해서도 현대 프랑스의 국부(國父)로 평가받는 샤를 드골 초대 대통령의 ‘전략적 비전’을 추어올렸다. 그는 “60년 전 드골 장군은 전략적 비전을 갖고 신(新)중국과 수교를 결심했다. 선견지명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역사는 우리에게 최고의 스승”이라며 “평온과 거리가 먼 세계, 또다시 수많은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서 양국 수교를 이끈 정신으로 협력하자”고 강조했다. 드골 장군이 냉전 시기에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지만 중국과 수교했듯, 프랑스와 유럽이 신냉전 속에서도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단 뜻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 기고에서 투자와 관련해 “중국의 일부 기업이 프랑스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다”며 “중국 정부는 더 많은 중국 기업의 프랑스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추가 투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 둔화로 투자가 목마른 유럽에 ‘당근’을 내놓은 것이다.
시 주석은 전날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하면서 이례적으로 ‘도착 연설문’을 서면으로 발표해 이번 순방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연설에선 “양국은 수교 이후 시종일관 상이한 사회 제도를 가진 국가가 평화공존·협력호혜하는 전범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중국도 이번 순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시 주석이 공항에서 영접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의 중국어 실력을 칭찬했고, 아탈 총리가 “1년간 중국어를 공부했다”고 답한 내용까지 상세히 보도하며 양국의 유대를 드러냈다.
● 정상회담 의제로 오른 ‘中 과잉생산’
하지만 이 같은 밀착에도 중국의 과잉생산과 보조금 살포에 따른 갈등을 비롯해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 앞에 놓인 주제는 만만찮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3자 회담 모두발언에서 회담의 주요 주제가 무역 갈등과 우크라이나 및 중동 사태 해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무역과 공정 경쟁의 조건, 투자, 조화로운 발전에 관해 논의하며 유럽과 중국 관계를 다룰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시 주석 앞에서 “유럽과 중국 간 실질적 경제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우리의 협력이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효과를 낳고 있다는 걸 입증하고자 한다”며 무역 갈등의 해결을 요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중국은 내수 부진으로 판매량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고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기차, 철강 등 보조금을 받는 중국산 제품의 과잉생산과 이로 인한 불공정 무역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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