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상적 대통령 회견 기대한다

조선일보 2024. 5. 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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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후 두 번째 기자회견을 갖는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지난 2월 KBS ‘녹화 대담’ 형식으로 국민 앞에 섰지만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답하는 기자회견에 비해 내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첫 회견 때는 34분간 12개 질문을 받았는데 이번에 대통령실은 “최대한 많은 질문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보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궁금해하고 듣고 싶은 말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들려서 반갑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 위주로 (회견을) 준비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특검법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우선적인 관심을 끈다. 여야 영수회담에서 협치를 다짐하자마자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고, 특검 추천권을 민주당이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이 지나쳐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출국까지 강행한 배경에 대해 국민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국민이 갖는 이런 상식적인 의문에 대해 대통령이 진솔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특검법의 사법 체계상 문제점에 대해 반박하는 것보다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작용한 수직적 당정 관계, 3년 넘게 남은 임기의 국정 기조, 사의를 표명한 국무총리 등 인사, 거대 야당과 관계, 나라의 미래가 걸린 연금·교육·노동 개혁의 추진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입장을 듣고 싶다.

대통령으로서는 불편할 수 있는 김건희 여사 관련도 질문을 피해가기 힘들 것이다. 지난 KBS 대담에서 대통령은 “김 여사가 (명품 백을 준) 최씨와의 만남을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다”는 취지로 답했지만 이에 대해 미진하다고 느끼는 국민이 적지 않다. 당시 검토하겠다고 했던 제2부속실은 왜 진척이 없는지도 설명해줬으면 한다.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해 보려는 노력이 당초 취지와 달리 전달되면서 불통 이미지가 강화된 측면이 있다. 대통령의 지난 의료 파행 관련 담화가 의대 정원에 대한 오해를 촉발한 것이 좋은 예다. 남의 말을 잘 듣는 것 만으로도 소통은 절반이 성공한 것이다. 대통령이 질문을 경청하는 기자회견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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