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가 최저가?...생필품, 국내 이커머스가 싼 게 많네

최연진 기자 2024. 5. 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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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주요 품목 비교해보니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로고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의류와 문구·완구, 청소 도구, 생활용품 등 부문에서 ‘초저가’ 상품을 쏟아내며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일부 생필품의 경우 국내 이커머스도 가격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 식용유, 설탕, 우유 등과 같은 필수 식품·식자재나 휴지, 샴푸, 로션과 같은 위생 관련 용품은 국내 이커머스가 더 저렴하게 팔고 있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중국 이커머스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만, 중국산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생필품은 국내 이커머스가 더 싸게 팔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라면, 설탕은 알리가 비싸다

6일 이커머스 업체들이 판매하는 생필품의 최종 표시 가격(할인 적용 후)을 비교한 결과, 알리보다 쿠팡, G마켓, 11번가 등 국내 이커머스가 더 싼 경우도 적잖았다. 특히 한국소비자원이 가격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는 ‘집중 관리 품목’ 7종 중 계란을 제외한 식용유, 설탕, 라면, 밀가루, 우유, 화장지 등 6종의 대표 상품들이 국내 이커머스에서 더 싸게 팔리고 있었다.

라면의 경우, 알리가 쿠팡보다 46% 비싸다. 농심의 안성탕면은 쿠팡에선 20봉에 1만3010원인데, 알리에선 1만9000원으로 5990원(46%) 비싸다. 신라면 20봉도 쿠팡이 1만4620원, 알리가 1만9800원으로 알리가 35.4% 더 많이 받는다. 쿠팡에선 2만9810원인 너구리 40봉이 알리에선 3만4760원이다.

식용유와 설탕도 마찬가지다. 해표 식용유 900mL짜리 3개 묶음이 쿠팡에선 9660원인데, 알리에선 1만1730원으로 2000원 이상 비싸다. 쿠팡은 큐원 하얀설탕(3kg) 4개 묶음을 2만3500원에, 갈색설탕(3kg) 1개를 6440원에 파는데 같은 제품을 알리는 각각 1390원, 1960원씩 비싸게 팔고 있다.

G마켓과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장터)’에서도 알리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파는 경우가 있었다. G마켓의 경우, 베베숲 프리미어 물티슈(70매) 20팩이 3만원으로 알리(3만5040원)보다 5040원 싸다. 섬유유연제인 다우니 아로마 플로럴(8.5L)도 G마켓이 알리보다 530원 쌌다. 11번가에선 오뚜기 옛날 참기름(500mL) 2개가 1만720원, 몽베스트 생수(1L) 24페트가 1만3260원으로 알리보다 각각 1030원, 2740원씩 저렴하다.

그래픽=김성규

◇'대체 불가 상품’ 위주…여전히 中 저가 공세는 위협적

국내 이커머스가 알리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물건들의 특징은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자주 사는 식품류나 위생용품이라는 것이다.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는 중국에서 생산된 공산품을 국내에 초저가로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 셀러가 국내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직구’ 형식을 띠기 때문에 관세를 물지 않고, 그만큼 가격도 싸게 매길 수 있다. 그러나 라면, 식용유, 설탕 같은 물건은 이렇게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알리도 국내 이커머스와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

중국 이커머스와의 경쟁을 위해 국내 이커머스들이 할인율을 높이는 영향도 있다. 쿠팡은 상품 90%를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물건을 팔지, 할인율을 얼마나 적용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최근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시장에 공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쿠팡도 기존 회원을 잡기 위해 할인율을 높이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고 했다. 오픈마켓 셀러들이 오랜 기간 협력해온 국내 이커머스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알리 판매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G마켓과 11번가에서 물건을 1000원에 팔고 있는 셀러가 알리에선 500원에 판다면 G마켓과 11번가가 ‘왜 우리 고객한테만 비싸게 파느냐’며 항의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엇비슷하게 맞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커머스 업계에선 여전히 알리의 ‘저가 공세’가 위협적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산 초저가 상품을 미끼 삼아 단기간에 수많은 고객을 끌어온 만큼, 출혈을 감내하고 할인을 적용하는 전략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최근 알리의 대대적인 마케팅 영향으로 소비자들은 ‘당연히 알리가 제일 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알리도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알리가 한국 상품 판매 전략을 어떻게 세우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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