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 입법 반대 옳지 않다” 못 박은 이재명…‘위헌적 발상’ 논란

신주영 기자 2024. 5. 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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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에 ‘개인보다 당’ 요구…당내선 “흔쾌한 기분 아냐”
민주주의 위축 비판 속 반대 표명 땐 ‘개딸’ 공격 받을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우자 김혜경씨가 지난 4일 인천 계양구에서 열린 어린이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사진을 찍고 있다. 이 대표와 김씨가 함께 공식 일정에 참석한 건 2년3개월 만이다. 김씨는 2022년 2월 대선 당시 경기도청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터지자 대국민 사과 뒤 공개 행보를 자제해 왔다. 이재명 대표 유튜브 캡처

“정해진 당론 입법을 무산시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제22대 국회 1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모인 당선인들을 향해 “우리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 할지라도 민주당이라는 정치 결사체의 한 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론으로 어렵게 정한 어떤 법안들도 개인적인 이유로 반대해서 추진이 멈춰버리는 사례를 제가 몇 차례 보았기 때문에 그것은 정말로 옳지 않다”고 못 박았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은 헌법기관이지만 무소속을 제외하면 모두 정당인이기도 하다. 두 역할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이 대표는 두 입장의 ‘조화’를 강조하긴 했지만 사실상 전자보다는 후자에 방점을 찍었다. 개인보다는 당의 결정이 우선이니 당론을 거스르지 말라는 으름장이었다.

복수의 의원들은 이 대표의 발언에 의문을 표했다. 한 재선 의원은 6일 통화에서 “21대 국회 때 결정된 당론에 반대를 해서 진척이 안 된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 대표 발언의) 정확한 뜻을 잘 모르겠더라”고 했다. 한 서울 지역 의원은 “흔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왜 그러지’ 이런 느낌이 있었다. 도덕 강의 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정당정치는 헌법 제8조에 기반을 둔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 원리다.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의 보호와 자금 등을 지원받으며 그 해산 또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아야 가능하다. “개인의 힘만으로 그 헌법기관의 위치에 가게 된 것이 아니다”라는 이 대표의 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친 당론 강조는 당내 민주주의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헌법에 기반한 소신투표를 막는 위헌적 발상이 될 수도 있다. 헌법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헌법 제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며 개별 의원의 소신투표를 보장한다. 국회법 제114조의2에 따르면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

논란이 되자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 발언에 대해 “강제가 아닌 권고”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다양한 의견과 자기의 신념에 따라 충분히 이야기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면서도 “충분한 토론 끝에 당론으로 결정되는 결과가 나온다면 당연히 당인으로서 그것에 따라주기를 권고하는 게 지도부 원내대표로서 요청드릴 사항”이라고 했다.

이 대표 체제 민주당은 이미 당론 해석을 두고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자유투표에 맡겼다. 하지만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은 부결이 ‘사실상 당론’이었다며 반란표 색출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정청래 최고위원), “배신과 협잡”(박찬대 당시 최고위원), “내부의 적”(서은숙 최고위원) 등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통상 당론은 의원총회를 거쳐 추인을 받는 형식을 거치는데 이 같은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사실상 당론”이었다고 주장한 전례를 만든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22대 국회에서도 이 대표와 지도부의 뜻에 기반한 당론에 반대했다가는 친명계 의원은 물론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딸들의 ‘수박’ 색출 작업이 22대 국회에서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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