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도끼 사용하고 불 피우고... 구석기人 삶 속으로 [2024 연천 구석기축제]

정자연 기자 2024. 5. 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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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다양한 구석기 시대 체험... 국내외 8개국 고고학 전문가 참여
의복 만들기·사냥도구 만지기 등 선사문화 소개·체험 ‘흥미진진’
관람객들이 행사장 입구에서 펼쳐진 구석기 플래시몹을 관람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책으로만 보던 세계의 다양한 구석기 시대를 경험하는 특별한 문화체험이었어요”.

한반도 최초의 인류가 살았던 전곡리 유적지에서 현대 인간들이 30만년 전 인류의 삶을 따라갔다. 올해로 31회째를 맞이한 연천 구석기축제의 백미 ‘세계 구석기 체험마당’에선 세계 최고의 고고학 전문가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사 체험을 경험하려는 이들로 축제 기간 내내 북적였다.

이곳에선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 국내외 8개국의 전문가들이 그들의 선사문화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체험 활동을 마련했다. 특히 세계 선사문화 체험이라는 경험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아이들과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생생하게 진행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어린이들이 해외 선사문화 전문가의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스페인관에서는 ‘아따푸에르카에서 구석기 시대 생활하기’를 주제로 불이 어떻게 나타나게 됐는지, 인간과 동물의 공존법, 절단 및 사냥도구를 만드는 법 등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고 듣고 만져봤다.

오스트리아관에선 티롤 생존학교의 사무엘 파츠라이너씨가 ‘외찌불 피우기와 호박목걸이 만들기’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섬유역사가인 네덜란드 출신 에바씨는 식물 섬유를 이용해 만든 석기시대 의복과 밧줄로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라임나무 껍질로 옷 만들기, 식물 섬유를 이용한 팔찌 만들기 체험 등을 통해 관람객들은 자연에서 재료를 얻어 활용하고 사용했던 옛 인류의 삶을 체험했다.

한국의 전곡선사박물관은 구석기•신석기 시대의 주요 석기와 각종 뿔, 가죽 재료를 전시하고 석기를 이용해 돼지고기를 잘라보는 체험으로 선사시대의 도구 사용법과 식문화를 이해하도록 도왔다. “멀리서 호랑이를 잡을 때 어떤 도구가 필요할까요” “창이요” “맞아요. 그래서 이 사람들은 생각했어요. 뗀석기에 구멍을 만들고 긴 나무줄기로 칭칭 감아 창을 만든 거죠. 시간이 흐를수록 도구들은 날카롭고 작아집니다”. 석기시대에 대한 풍부한 해설은 물론 고사리손으로 주먹도끼를 꽉 쥐고 고기를 가르는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과거 인류의 삶을 느끼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포르투갈에서 유산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선사시대 기술소는 포르투갈에서 신석기 시대부터 석회석 시대까지 유적지에서 사용된 작은 구형 세라믹을 만들었다. 참여자들은 책에서만 보던 불을 피우는 과정, 선사시대 요리 등을 눈앞에서 직접 보고 체험하며 감탄했다.

‘2024 연천 구석기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구석기시대 복장의 퍼포머들이 펼치는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또 독일관에선 회전 디스크로 ‘구석기 시대 영화’ 만들기, 대만관은 십삼행박물관의 학예사가 동물가죽공예 열쇠고리 만들기를 선보였다. 일본관에선 셰일 눌러 떼기 시연과 석기를 사용해 바람개비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선사시대 인류의 흔적을 함께 공유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8세, 10세 자녀를 데리고 체험장을 방문한 김민정씨(43)는 “책으로만 보던 내용을 아이들이 눈앞에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해당 나라의 전문가의 설명도 들으면서 구석기 축제에서 살아있는 교육을 받은 기분”이라며 “아이들이 역사와 세계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은 “세계의 고고학자들이 연천 전곡리 유적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깨닫고 해마다 이곳을 방문해 시민에게 체험과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며 “문화 유산이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문화적 자부심을 드높이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소중한 자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 축제와 세계 체험마당이 더 뜻깊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인터뷰 ‘구석기 시대’ 탐구하는 세계의 전문가들이 말한 “연천 구석기축제”

제31회 연천 구석기축제 ‘세계 선사체험 한마당’에서 ‘아따푸에르카에서 구석기시대 생활하기’를 선보인 세르다씨(오른쪽)와 파니씨가 자연에서 장신구와 사냥도구, 유희물 등을 만드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정자연기자

“구석기 유적을 활용해 지역의 축제로 발전 시킨 점은 매우 높게 평가할 만 합니다. 이 정도의 규모와 지역주민의 참여, 수많은 인파의 관광객이 모여 구적기 유산을 주제로 축제는 즐기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거든요.”

스페인관에서 ‘아따푸에르카에서 구석기시대 생활하기’ 주제를 선보인 에두아르도 세르다(Eduardo CERDA)씨는 지난 4일 연천 구석기축제를 ‘세계적인 선사축제’라고 말했다.

박물학자이자 문화유산 관리자인 세르다씨는 연천 구석기축제에 10회째 참여한 ‘전곡패밀리’다.

그는 스페인에서 구석기 체험마을 팔레오리티코 비보(Paleolítico Vivo)를 운영하며 생태계 보호와 연구, 유산 보존 등에 힘 쏟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배기동 전곡선사박물관 초대관장과 스페인의 선사유적인 아타푸에르카 유적에서 만난 인연으로 연천을 찾고 있다.

그와 함께 구석기 축제에 참여한 이스테파니아 무로씨, 포르투칼의 페드로 큐라씨, 탄자니아의 레므라씨, 칠레의 레오폴씨도 모두 세르다씨를 인연으로 연천에 오게 됐다고 한다.

특별한 보상도, 특별히 알아주는 이들도 없지만 이들이 연천 전곡리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다. 30만년 전 인류의 삶이 녹아든 중요한 역사적 현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허허벌판이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많은 이들이 함께 하는 축제로 발전돼 함께 즐기는 점이 매우 놀랍다”며 “유산을 토대로 한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유적의 중요성을 깨달으면 그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역시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우리도 모범사례인 연천을 벤치마킹 하려 한다. 이 프로젝트가 커진 것에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전했다.

일본관에서 유창한 한국말로 ‘셰일 눌러떼기’ 시연을 선보이며 구석기 시대의 기술을 알려준 유스케 사토(Yusuke Sato) 호쿠예술공과대학 교수도 “시민이 자연스럽게 인류의 삶과 역사를 배우는 기회이자 문화유산 학자들과 접점이 생기는 자리”라고 평했다.

제31회 연천 구석기축제 ‘세계 선사체험 한마당’에서 셰일 눌러떼기 시연을 선보인 사토씨(가운데), 석기를 사용해 바람개비를 만들기를 선보인 호리에씨(오른쪽)가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자연기자

2016년 구석기축제를 처음 찾은 사토씨는 역사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이 곳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는 고고학 축제라고 하면 그 주제만 다루는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연천 구석기축제는 유적을 바탕으로 관광, 지역민, 문화를 망라하고 사람들을 끌어모아 역사를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연을 하면서 관람객들에게 ‘청동리 유적은 몇 년 전 유적일까요?’ 하고 물으며 설명해주고, 또 ‘박물관에 가면 알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기회가 학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 주어진다는 그 자체가 매우 의미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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