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尹 양심고백' 풍자영상 올렸을 뿐인데…"경찰 전화 받은 그날, 일상이 불가능해졌다"

박재령 기자 2024. 5. 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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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영상 공유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조사받은 송모씨 "왜 이런 공포 느껴야 하는지"
'회칼 테러' 발언 뒤 국민의힘 고발 소식 접해…누가 찾아올까봐 가게 내놓고 이사 결정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한 사람이 어두운 방에서 경찰 조사를 받는 모습을 그린 이미지. 사진=Getty Images Bank

“혼자 퇴근하고 있을 때 모르는 자동차가 옆에 서면 '혹시'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거죠. 경찰 수사를 앞뒀다고 하니까.”

40대 송아무개씨는 최근 경찰 전화를 받고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누군가 악의를 갖고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가게를 내놨고 집도 옮기기로 했다. 잠드는 것도 사치였다. 경찰 조사를 받기 직전엔 경찰이 쫓아오는 꿈, 생전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 비난 받았던 고 이선균씨의 꿈을 번갈아 꿨다. 당적 한 번 가진 적 없던 자신이 '정치범'으로 몰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령 양심고백 연설' 영상에서 모든 게 비롯됐다. 특별한 생각 없이 보고는 재밌다 싶어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던 영상이다. 그렇게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수사 대상이 됐다. 조사 당시 경찰은 실수라도 하길 바라는 것처럼 따져 물었고 송씨는 “영상을 언제 올렸는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난 3일 통화에서 송씨 이야기를 들었다.

▲ 틱톡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풍자 콘텐츠

- 어떻게 영상을 접했나.

“제가 유튜브를 잘 보지 않는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가 너무 안 되다 보니 인스타그램을 많이 했다. 거기서 처음 보게 됐다.”

- 누구나 접할 수 있게 올라와있었나.

“(영상이) 그냥 떴다. 인스타그램 하는 사람이 특정 뉴스를 검색해서 보지는 않지 않나. 다들 살기 너무 힘드니까 (대통령 영상을) 많이 찾아서 뜬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에 (정치에) 관심 가진 것도 애들 급식에 일본 수산물이 들어올까 싶어서 그랬다. 이태원 특별법도 그렇고, 채 상병 사건도 그렇고. 일반 사람들이 계속 화가 나다 보니까 그런 영상들이 인스타 릴스에 많이 뜨지 않았을까.”

- 경찰이 '명예훼손' 혐의로 영상 공유자들(제작자 포함)을 수사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영상이 사실로 혼동돼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접속 차단을 결정했다.

“조사하는 경찰이 '당신의 얼굴로 그렇게 (영상을) 올리면 당신 기분이 어떻겠나'라는 식으로 물어보시더라. 그런데 저는 너무 재밌을 것 같다. 제 얼굴로 누군가 시간을 써서 그렇게 만들어 주신다면. 사람들 모아 보면서 같이 웃고 떠들 것 같다. 이걸 사람들이 진짜로 착각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엄청 옛날이면 그랬을 수 있지만 요즘엔 학교에서도 애들끼리 영상 제작하고 편집하면서 논다. 너무 보편화된 기술이다.”

- 영상 보면 짜깁기 티가 난다. 윤 대통령이 “저 윤석열, 국민을 괴롭히는 법을 집행해온 사람입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부는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습니다”라고 한 대목이 있다.

“컴퓨터를 잘하지 못하는 데도 영상 몇 개만 있으면 (편집)할 수 있는 영상처럼 보인다. 단어 하나하나 세세하게 편집해서 만든 영상이 아니다. 그냥 (대통령이) 했던 말을 앞뒤만 살짝 바꿨을 뿐이다. 저에게 (영상을) 왜 공유했냐고 묻는다면 '그냥 올렸다'고 하겠다. '그냥 재밌어서', '그냥 심심해서'. 이 영상을 언제 올렸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수사하시는 분들이 원하는 답변은 아니겠지만 이게 진실이다.”

- 경찰 조사가 1시간 정도 이뤄졌다고 들었다.

“개인적 느낌으로는 제가 실수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 경찰은 제작자랑 저랑 무슨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런데 저는 그분(제작자) 아이디를 그곳에서 처음 들었다. 심지어 틱톡은 잘 사용하지도 않아 계정이 잠겼더라. 어렵게 계정을 찾아 제작자 팔로우하지도 않고 틱톡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드렸다.”

▲2월27일 시민사회단체가 서울경찰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 관련 압수수색 조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영상을 공유한 정치적 의도를 찾고 싶었을까.

“저는 어떤 한 정당을 지지하지 않았다. 현안들에 대해 '좋아', '싫어'하는 생각만 있었다. 대부분 다 그렇지 않나. 제가 아들이 하나 있다. 3~4년 있으면 20살이 된다. 군대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선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딱 그 정도다.”

- 국민의힘이 고발한 사건이다.

“지금은 좀 덤덤하게 말하는데 처음엔 일상생활이 불가했다. 멀쩡하게 운영하던 가게도 내놨다. 누가 찾아올까봐. 조사받기 직전엔 수사받다 사망하신 이선균씨 꿈을 꿨다. 혼자 퇴근하고 있을 때 모르는 자동차가 옆에 서면 '혹시 (감시하러 왔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당하다 생각하실 수 있다. 그런데 경찰 수사를 앞뒀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되더라.”

- 혐의가 '대통령 명예훼손'이니 더 그럴 것 같다.

“대통령실 어떤 사람이 MBC 기자한테 칼로 허벅지 찔렀던 사건 얘기한 적 있지 않나.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회칼 테러' 발언) 그런 기사를 접한 후에 거대 정당이 저를 고발했다고 하니 공포가 배가 됐다. 왜 제가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의문이다. 조사가 끝나고 나서야 못 잤던 잠을 오후 4시까지 잤다. 저 일반 국민이다. 적어도 대통령이 두려워하지는 않게 해주셔야 하지 않나.”

- 명예훼손죄는 당사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대통령이면 그랬을 것 같다. 제작자 찾아내서 앞에 앉혀 놓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보고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얘기를 듣는 거다. 그리고 앞으로 잘할 테니 '좋은 영상도 만들어달라' 하고 그걸 라이브 방송하면 인기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사람들 의견이 100% 다 똑같을 수 없다. 누군가 나 욕한다고 이 부분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고 이렇게 조사받게 놔두는 게 결과적으로는 대통령도 (수사에) 동의한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이런 얘기까지 못하게 하면 진짜 그거는 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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