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제 세상에 드러낸 ‘더버빌가의 테스’

한겨레 2024. 5. 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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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하디는 빅토리아 시대에 유행했던 사실주의 문학과 20세기에 도래할 모더니즘 문학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 작가 중 한 명이다.

1891년 7월부터 12월까지 '그래픽'지에 발표한 '더버빌가의 테스'는 그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이전까지는 주로 웨섹스라는 가상의 공간을 무대로 자연과 사회에 대해 소설을 썼던 토머스 하디가 '더버빌가의 테스'에서는 여성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비롯한 동시대의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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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 아이 고전 읽기

토머스 하디는 빅토리아 시대에 유행했던 사실주의 문학과 20세기에 도래할 모더니즘 문학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 작가 중 한 명이다. 1891년 7월부터 12월까지 ‘그래픽’지에 발표한 ‘더버빌가의 테스’는 그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이전까지는 주로 웨섹스라는 가상의 공간을 무대로 자연과 사회에 대해 소설을 썼던 토머스 하디가 ‘더버빌가의 테스’에서는 여성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비롯한 동시대의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그가 많은 사회문제 중에서 특별히 관심을 가진 것은 성 이데올로기와 남녀에게 부여된 고정된 정체성이었다. 그는 수동적이고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당시 여성에 대한 역할론을 부정하고, 자신의 소설 속에 열정적이며 활동적인 여성을 등장시켰다. 이런 진보적인 인물 묘사가 당대인들에게 큰 비판을 받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더버빌가의 테스’가 ‘그래픽’지에 연재되기 전에 다른 출판사로부터 세 차례나 거절당한 사실은 당시 이 소설에 대한 영국 사회의 분위기가 어땠는지를 잘 말해준다. 그에게 연재를 허락한 ‘그래픽’지조차도 ‘테스의 유혹’과 ‘테스의 세례’ 장면을 삭제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이 두 장면이야말로 영국 사회의 윤리가 가진 폭력성과 그에 대한 비판을 담은 부분이기 때문에 토머스 하디는 이 제안을 거절했고, 기어코 이 두 장면을 포함하는 온전한 형태의 ‘더버빌가의 테스’를 출간했다.

잡지사가 문제 삼은 ‘테스의 유혹’은 알렉이 테스의 순결을 강제로 빼앗는 장면이며 ‘테스의 세례’는 테스가 목사를 대신해 자신의 죽어가는 아이에게 세례를 주는 장면이다. 테스의 아기는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사생아였기 때문에 세례를 받을 수 없었다.

세례는 남성 신부만이 할 수 있는 거룩한 일인데, 미혼모가 자신만의 방식대로 세례를 하는 모습은 당시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매우 불경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토머스 하디가 부도덕하며 성서에 대한 모욕이라 지탄받은 이 두 장면을 포함해서 ‘더버빌가의 테스’를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은 당시 전통적 윤리가 가진 한계와 폭력성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여성은 남성에게 복종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빅토리아 시대의 통념을 토머스 하디는 부정했다. 그는 가부장적인 남성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에 대한 비극을 보여줌으로써 여성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소설로 여성의 권리 신장에 관심을 기울인 토머스 하디는 보수적인 영국 사회로부터 비판받고 ‘더버빌가의 테스’는 금서로 지정되는 수모를 겪는다.

그러나 이혼을 삶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태도, 결혼은 필수가 아니며 동거도 가능하다는 가치관,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거부하는 여성 등장인물 등을 선보이며 선구적인 페미니스트로 추앙받기도 한다.

박균호 교사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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