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총선 결과, 기회인가 위기인가

2024. 5. 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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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이 끝난 지 근 한 달이 지났다.

지금 전 세계는 거대한 위기 앞에 직면해 있다.

산업시대를 넘어 테크놀로지의 시대를 살면서 우주 경영까지 구상하는 지금, 권력의 개념은 바뀌어야 하며 그 역할도 변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정치의 속성을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즘에서 찾는 편협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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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이 끝난 지 근 한 달이 지났다. 참패한 여당은 여전히 의기소침해 있고, 승리한 야당은 권력은 투표에서 나온다는 격언을 그야말로 피부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총선이 끝나고 우리 국민은 새로운 정치의 무대에서 새로운 주인공들이 연출하는 어쩌면 새로운 정치의 맛을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나라 발전의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진실로 새로운 발전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번 총선을 통해 필자는 우리 사회에 대해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느꼈다. 기회로 보는 것은, 국민이 참으로 무섭다는 경계심을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더욱 강하게 갖게 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작은 실수도 놓치지 않고 평가하는 국민의 눈이 얼마나 예리한지, 국민에게 겸손하지 않은 정치인에 대해 얼마나 매서운지를 새삼 절감했을 것이다. 승자든 패자든 보다 더 겸손해지고 보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점은 희망이다.

반면 위기로 보는 면은, 총선 내내 심판과 비판으로 시종되던 평가의 잣대였다. 정책 공약이나 비전 제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심판론과 비판론으로 과거에 몰입돼 반성이 아닌 청산의 언어 속에 미래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전 세계는 거대한 위기 앞에 직면해 있다. 생명과 재산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전쟁의 위기, 그로 인한 급격한 경제의 쇠퇴, 동시에 확산되는 도덕성 하락, 이기주의의 기승 등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다. 인구와 지방의 소멸 등 우리만의 현안도 머리가 아프다. 그럼에도 그러한 중대 이슈보다는 상대에 대한 비난과 복수가 난무하는 선거를 치렀다. 언제까지 서로 증오하고 무시하며 복수와 반사이익으로 이기는 선거 행태를 지속해야 하는가.

이제 정치의 본령을 오로지 '견제와 균형'에서 찾는 통념을 재고해야 할 때다. 산업시대를 넘어 테크놀로지의 시대를 살면서 우주 경영까지 구상하는 지금, 권력의 개념은 바뀌어야 하며 그 역할도 변해야 한다.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 기반 위에 서서 정치의 본질을 '견제와 균형'에서 찾는 몽테스키외의 철학은 400여 년 전 농경시대의 사상이다. 근대국가가 출현하던 1500년대 창발한 마키아벨리즘도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정치의 속성을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즘에서 찾는 편협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세상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변하고 있고, 무엇이 미래의 세상을 뒤집어 놓을지 예측 불허다. 어제의 선진국이 내일의 후진국으로 순식간에 전락할 수도 있다. 국가 간 경쟁도 영토나 자원이 아닌 지식과 기술의 전쟁으로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전쟁마저 기술로 승부를 가리고 있다. 그런데 국민을 지키는 정치의 이념이나 철학이 400~500년 전의 사상이라면 어떻겠는가.

미래를 향하는 새로운 사회의 정치 이념은 '창조와 도전'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역시 누가 과거에 더 잘못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을 지켜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싸움 잘하고 말 잘해 이기는 정치는 과감히 결연해야 할 구태다.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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