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바보’ 김진민 감독 “종말 200일 전? 박혁권 같을 것”[인터뷰]

김원희 기자 2024. 5. 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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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처음 대본을 보고 ‘희한한 디스토피아물이네’ 했죠.”

김진민 감독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넷플리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종말의 바보’는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한반도가 멸망하기 200일 전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멸망이라는 단어에 대뜸 디스토피아 혹은 아포칼립스 장르성이 짙은 어두운 작품이 떠오르지만, ‘종말의 바보’는 공황 상태가 아닌 전직 교사 진세경(안은진)이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펼치는 고군분투를 중심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김 감독은 “생존 투쟁을 하거나 영웅이 등장하는 기존의 디스토피아물은 아니다. 종말 직전에 일어날 법한, 어떻게 보면 잔잔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절박함과 절실함 속에서 이뤄지는 선택을 바라보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는 원작인 동명의 일본 소설과 같은 설정이다. 원작에서는 소행성 충돌이 예고된 지 5년이 지나고, 다시 잠잠해진 세상 속 지구 멸망까지 남은 3년 동안 인생을 다시 바라보는 사람들을 그린다. 드라마 역시 원작의 기조를 따라, 단순히 재난 속 생존 서바이벌을 그리기보다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펼쳐냈다.

그는 “원작은 꽤 많은 시간이 남은 상태에서 지구 전체에 종말이 온다는 배경이다. 저희는 정성주 작가가 시간과 장소에 대한 큰 설정을 바꿨다”며 “지구의 특정 위치에 타격이 오면서 탈출의 가능성을 남겨뒀고, 또 종말까지 200일의 시간을 뒀다. 모든 인류가 죽는다면, 남은 이들을 향한 관조의 성격밖에 안 될 것 같았고, (종말을)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인물들의 절실함이 더 드러날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봐줬으면 하는 이야기는 후반부에 있는 것 같다. 종말이 다가오면서 각자 다른 선택을 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극적인 상황을 끌고 가며 재밌는 굴곡을 만드는데, 그 안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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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감독은 “극 중 아이들을 살리려 노력하는 세경은 특별한 의인이 아니라, 당장 몇 사람만 모아놔도 꼭 있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탈출하지 않고 남는 사람도, 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도 모두 이상하지 않다. 나 같은 모습을 찾거나 인물의 고민을 따라가는 데 중점을 뒀다”며 “나였다면, 살려고 발악하는 박혁권(정수근 역)이었을 것 같다. 내가 살고자 하는 욕구도 있겠지만, 저도 아이가 있어서 아직 얼마 살아보지 못한 자녀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인물들의 선택에 미처 닿기도 전에 이탈자가 발생하고 있다. 옴니버스 형식을 취했던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많은 캐릭터를 한 데 엮다 보니 몰입도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데다, 전개 속도마저 늘어져 12회까지 시청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혹평을 얻고 있다.

그는 “고민할 게 정말 많은 작품이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치열하게 고민하며 작업한 건 처음이었다. 그 고민의 끝단이 시청자에게 전달되는지가 제 손에 달렸기 때문에 처음에는 잠도 안 오고 미식 거릴 정도였다”고 솔직히 전했다.

또 “이야기 속도를 조정하는 기준도 ‘지루하다’ ‘안 지루하다’가 아니었고, 어떻게 전개가 됐을 때 가장 전달이 잘 될까였다”며 “편집이야 하자면 10분씩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겠지만, 그 길이가 인물들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최선의 버전이었다. ‘지루하다’ 혹은 ‘혼란스럽다’는 보는 사람들의 판단은 뭐라고 할 수 없다. 작품이 공개된 이후에는 시청자들의 것이기 때문에 각자 이야기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의 출연 또한 작품에 대한 비난 요소가 됐다. 극 중 세경의 연인인 하윤상 역으로 출연한 유아인이 지난해 마약 투약 등 혐의로 기소되면서, ‘종말의 바보’는 1년여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김 감독은 “제가 혼자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라 제작진과 많은 논의를 했다. 유아인의 연기를 보고 싶어하는 분도 있을 거고, 보기 불편한 분도 있을 텐데 그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다”며 “결국 공개된 작품을 보며 ‘왜 나오냐’고 하는 분도 있겠지만, (유아인 분량을)전부 편집하면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도 진행이 안 된다. 그래서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했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작업하는 도중에 이런 일이 있는 건 처음이었다. 후회 없이 작업했기 때문에 오히려 소식을 들었을 땐 덤덤했던 것 같다”며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매우 많은 역할을 해준 배우다. 개인적으로 원망의 감정은 없고, 고마움이 많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드라마는)대중의 사랑이 만들어가는 장르지 않나. ‘싫다’는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다. 어떻게 질책하든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은 감당하며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기다려준 연기자들에게는 고맙다”고 전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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